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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l 16. 2023

<라방> 몰카 방송에 나온 여친을 본 남친의 반응

90분짜리 디지털 성범죄 근절 공익광고

동주(박선호)는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결혼하고 싶은 여자친구 수진(김희정)과 싸워 불편하다. 발단은 친구가 보낸 불법 몰카 라이브 방송 링크 때문이었다. 링크를 본 수진은 연락 두절. 수진의 생일을 맞아 각종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노트북에 라이브 방송 링크가 자동으로 열리며 악몽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동주는 대기업 취업을 꿈꿨지만 연이은 낙방과 여자친구와의 다툼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중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한다. 분명히 접속한 적 없지만 자신을 아티스트 콜렉터 '젠틀맨(박성웅)'이라 칭하는  몰카 라이브 방송에 입장하게 된 아이디 '486'. 


친구가 또 카톡방에서 장난쳤나 싶어 퇴장하려던 순간 수진의 등장에 온몸이 마비되어 버린다. 젠틀맨은 익명의 라방 시청자를 자극하는 공약을 걸면서 수진을 향한 선 넘은 행동으로 도네이션을 유도하며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공익광고가..

영화 <라방> 스틸컷

영화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공모자들>을 제작, 기획했고, <날, 보러와요>의 기획, 각본에 참여한 최주연 감독의 데뷔작이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 몰카로 진행된다는 현실감을 반영한 소재를 추적 장르로 풀어내며 박진감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최주연 감독은 2018년도에 비슷한 소재의 12분짜리 단편을 보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관심이 생겨 장편 영화로 만들게 되었다는 의도를 밝혔다. 익명과 해외 서버가 주는 안전망은 몰카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를 부추기는 미끼다. 때문에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로 이어지지만 어떠한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나만 보는 게 아니라 다수가 보고 있기도 해 심각성이 반감된다.


결국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보는 것도, 공유하는 것도 범죄임을 직접적으로 말한다. 때문에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진정성, 숨 막히는 추격전의 긴장감이 반감된다. 쌓아 오던 공든 탑이 마지막에서 무너져 내리며 급하게 마무리된다. 시도와 의도는 좋지만 갑자기 변하는 장르로 인해 1시간 반짜리 공익광고를 본듯해 아쉬웠다. 


영화 <라방> 스틸컷

단,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동시에 연기한 박선호 배우를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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