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더 무비>,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사랑의 모양과 색깔은 제각각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게 사랑이다. 몇 해 전부터 음지에서 마니아를 양산했던 BL 콘텐츠가 양지로 나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아시아 최대의 장르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Boys, Be, Love’ 섹션에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BL 장르의 공통점은 웹툰, 웹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드러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BL에 관심과 지지를 두고 있고 영상화를 고대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드라마 [시멘틱 에러]가 열풍을 이끌어 냈다. BL은 이제 로맨스를 넘어 다양한 소재로 선택할 수 있는 인기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 <신입사원 : 더 무비> 일본 영화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을 소개한다. BL을 중심으로 입문, 대중, 심화 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취향 따라 골라볼 수 있다.
<신입사원: 더 무비> BL과 오피스 로맨스의 판타지가 모여
오랜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광고 회사 들어온 늦깎이 신입 인턴과 워커홀릭이자 냉미남 파트장의 로맨스를 다른 오피스 BL물이다. 취업, 회사, 연애가 처음인 주인공이 각종 어려움을 겪으며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성장 이야기다.
N포 세대라는 어두운 단어 보다 다가올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포기하지 않는 성실한 청년세대를 그렸다.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이를 놓지 않으려는 청년의 내일을 응원하게끔 만든다.
리디의 인기 웹소설 모스카레토의 《신입사원》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왓챠에서 독점 공개되었고 웹툰으로도 만들어졌다. <신입사원: 더 무비>는 드라마의 영화 버전으로 김조광수 감독 특유의 밝고 경쾌한 연출이 포인트다. BL 영화 최초로 전주국제영화제 초청되며 완성도까지 인정받았다.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배제한 채 오롯이 멜로에만 집중된 충실한 BL 영화다. 사내 연애를 하며 서서히 감정을 쌓아가는 세심함, 오해를 통해 감정을 재확인하며 단단한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흐뭇함이 있다. BL이 처음이라면 권한다. 밝고 경쾌한 톤으로 만들어진 사랑의 다양한 모양과 선입견을 깨는 벽을 허무는 장치가 거부감 없이 전개된다.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 75세 할머니와 17세 소녀의 58살 차이를 뛰어 넘는 덕질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피하러 들어온 서점, 그림이 예뻐서 구매한 책이 하필이면 BL이었다. 얼마 전 남편을 떠나보내고 힘든 시간을 만났던 할머니는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냈다. 이후 우연히 서점에서 BL을 계기로 가까워진 75세 할머니와 17세 소녀가 비밀스러운 취미를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다.
쓰루타니 가오리 만화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를 원작으로 한다. 나이를 떠나 좋아하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우정이 얼마나 싱그러운지 보여주는 영화다. 덕질의 순기능에 대해 다루면서 인생의 의미까지 찾을 수 있는 힐링이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BL이란 신세계를 알려주며 툇마루를 선물받는다. 온종일 만화책을 쌓아 두고 툇마루에 앉아 감상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달콤한 시간이 모여 서로를 채워간다. 무언가를 매일 해나가는 것의 보람과 용기를 응원한다. 배움에는 결코 늦은 나이란 없음을 서로를 통해 확인한다. BL 만화책 때문에 전혀 만나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58세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친구를 넘어 특별한 존재로 머문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BL 만화 때문에 비밀을 공유하게 된 소년소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있는 동급생 ‘안도’와 BL장르를 좋아하는 ‘미우라’가 한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 비밀을 공유하는 이야기다. 웹소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지 내가 아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초반에는 사춘기 고등학생의 정체성 탐구와 풋풋한 로맨스라고 생각했는데 중반부로 갈수록 심각해지더니 후반부에 뒤통수를 제대로 때린다. 동성애, BL, 불륜, 성장통 등을 소모적으로 쓰지 않는다.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진지하게 탐구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생각나는 서사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과 행동이 오히려 편견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해했다’는 말 자체가 차별이라는 심도 있는 주제로 다가간다.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과 마음의 거리는 동일선상이 아니라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거리’는 사이를 좁힐 때도, 벌어질 때도 쓰이는 이중적인 단어임을 곱씹어 보게 한다. 세상의 편견과 모순 앞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가 펼쳐지만 무해함이 매력적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