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배우와 제작진과 실험을 반복하는 '웨스 앤더슨'감독. 11번째 장편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이름을 다 나열하기도 힘든 톱스타와 연극과 영화를 향한 찬사다. 전편 <프렌치 디스패치>를 통해 매거진 형식을 빌려 영화적으로 만든 기발함을 한 차원 높었다. 아름다움과 과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스타일이다.
웨스 앤더슨 사단과 신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제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완벽한 대칭 구도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색감, 자신만의 미학에 갇힌 것 같다. 그 많은 배우를 이렇게 활용하는 것도 '재주'임이 증면된 괴짜 감독이다. 점점 더 형식과 영상미가 발전하다 못해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 그로 인해 이야기는 난해해진다. 부자연스러운 대사 톤과 움직임이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적 효과를 나타낸다. 전개가 느리고 대사도 많아 자칫 흐름을 놓쳐벌면 통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이것은 영화일 뿐'이라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선언한다. 브레히트가 말했던 소격효과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거나 말을 걸어몰입을 방해해 관객이 스스로 질문들 던지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게끔 한다.
엽서에나 나올 법한 애스터로이드 시티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스틸컷
그래서 줄거리라고 할만한 게 없다. 1955년 가상의 도시이자 사막에 있는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선보인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운석이 떨어진 동네로 유명한데, 이를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축제도 진행된다. 그 일환으로 마을에서 열린 주니어 스타게이저 대회에 학생과 학부모가 모여들고,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에 예기치 못한 외계인의 출연으로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갇힌다.
영화는 연극 무대를 향한 찬사를 담고 있다. 연극 무대를 관객이 보는 영화로 옮겨 놓았으며, TV쇼의 연극 제작을 위한 과정이 펼쳐진다. 두 가지가 병치되어 돌아가는 액자식 구조다. 때문에 흑백(TV쇼)과 컬러(연극)가 왔다 갔다하고 배우가 제4의 벽을 과감히 뚫어 버린다. 연극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TV쇼의 배우가 감정 이입한 혼란을 관객이 체험한다. 아름다운 사진의 프레임 밖의 진짜를 보는 셈이다.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스틸컷
영화와 연극을 만들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혼란이 느슨하게 연결된 웨스 앤더슨만의 철학 정수라 할 수 있다. 미국을 상징하는 사막과 기암괴석, 외계인과의 조우, 핵실험 등 50년대 미국의 정체성이 연극에 총망라되어 있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 시스템을 과감히 해체한 후 자기 스타일로 붙여 만든 흥미로운 놀이다. 다만, 웨스 앤더슨에게는 즐거웠을 만족이겠지만 관객은 다소 지치는 게 함정이다. 뭘 말하려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푸념이 어느 때보다도 큰 작품으로 기록될 것 같다.
하지만 꼭 감독의 의도와 메시지를 알아야만 할까? 뭘 본 건지 혼란스럽고 현실감이 떨어져 불편했다면, 어쩌면 꿈을 꾼 듯싶거나 환상적인 동화를 읽은 듯하다면, 그가 만든 세상을 제대로 느낀 것이다. 웨스 앤더슨은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했고 관객은 달콤한 꿈을 꾸었으니까. 영화 속 대사 "잠들어야 깨어날 수 있다"가 반복되는 이유가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