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볼만한 킬링타임용 넷플릭스 영화
<모털 엔진>은 '필립 리브'의 동명 SF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피터 잭슨' 사단의 4년 만의 신작이다. 과거 피터 잭슨 감독이 꼭 영화화하고 싶다고 피력할 만큼 애정을 쏟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례적인 재미와 흥미, 눈호강 하는 시각적 장관이 펼쳐지나 영화로 압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본다. 방대한 서사를 영화 한 편에 다 넣기에 부족한 면이 보이긴 하다. 차라리 시리즈로 만들었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꽤나 재미있는 요소가 있다.
2018년 영화이나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며 '오늘의 영화 TOP'의 7위로 진입해 인기몰이하고 있다. (순위기준 7월 16일)
스팀펑크 장르와 서사의 힘
서기 3718년 60분 전쟁으로 인류는 초토화되었다. 탈국가시대, 움직이는 도시가 지배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한다. 후퇴한 미래의 모습을 그린 볼만한 스팀펑크스타일이 묘한 레트로 감성을 유발합니다. '스팀펑크(steampunk)'란? SF 장르의 하위개념 중 하나로 전자 기술 대신 증기기관 같은 1차 산업혁명 시절의 기술력이 발달한 가상의 과거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예를 들면 <나인>, <해저 2만 리>, <헬보이><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등을 들 수 있고, 미야자키 하야호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돼지> 등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뱅자맹 르그랑의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최근 <굴뚝마을의 푸펠>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매력을 품은 캐릭터의 향연
여기 두 인물이 있다, 엔진 속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비행사가 꿈이었던 소년 '톰(로버트 시한)'과 광활한 대자연에서 나고 자랐지만 엄마의 복수를 위해 도시국가로 들어와야 했던 소녀 '헤스터(헤라 힐마)'. 둘은 출신 배경이 다르지만 묘한 동질감을 공유한다. 둘은 남매, 친구, 연인처럼 자라난다.권력을 손에 쥔 후 미치광이가 된 혁명 과학자 '테데우스(휴고 휘빙)'의 계략에 맞서 연합하며 동지애를 느낀다.
'로버트 시한'은 우리에게 넷플릭스 시리즈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클라우스 하그리브스로 알려져있다. '헤라 힐마'는 애플 TV+ 시리즈 [씨: 어둠의 나날]에 출연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에 덜 알려진 배우로 신선함과 몰입감을 더했다. '휴고 위빙'의 연륜이 중심을 잡아 이끌어가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욘두와 비견될만한 캐릭터 '슈라이크(스티븐 랭)'에게 눈시울을 적셔준다. 스티븐 랭은 <아바타>의 악역 군인으로 열연했다. 기술로 부활한 존재이지만 점점 로봇이 느낄 수 없던 감정을 되찾으며 혼란스러워하는 매력적인 부성애를 보여준다.
특별한 점은 한국배우가 등장한다는 거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바람꽃이란 닉네임을 가진 레지스탕스 리더 '안나' 역의 '지혜'의 포스가 강력하다. 중성적인 매력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지혜는 사실 뮤지션이다. 연기 활동도 겸했는데 드라마 [인류의 새로운 시작, 마스]와 [석세션 시즌 3]에 출연했다. 어렸을적 외교관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 다니다가 자연스럽게 해외 연예계에서 활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시대에 던지는 질문..?
<모털엔진>은 나라는 없이 도시만 있는 미래다.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잡아먹는 도시 진화론적 약탈이 휑휑하는 견인 도시 런던이 배경이다. 거대한 도시가 바퀴 달고 이동하는 꼴. 생존을 위해 작은 도시를 집어삼키는 치졸한 행태는 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먹이사슬을 연상케한다.
도시가 도시를 사냥하고 먹고 먹히는 세계는 <매드맥스>가, 공중도시나 이동 도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달리는 이동 수단 폐쇄된 공간성은 <설국열차>가 오버랩된다. 크고 화려한 도시의 덩치가 무색하게 작은 도시를 사냥해 피 빨아먹는 일. 그것도 모자라 집어삼켜 소화까지 마치는 약육강식의 세계는 퇴행한 미래처럼 보인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은 반복되고, 세계 곳곳의 지도자를 통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멈추고 지구의 내일을 걱정해야 할 때 자칫하면 <모털엔진> 속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