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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l 30. 2023

<에고이스트> 상남자의 지고지순함이 위로가 될 때

추천 LGBTQ 퀴어 영화, 스즈키 료헤이의 변신 미야자와 히오의 발견


어릴 적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어머니를 여의고 더 이상 사랑 따위는 믿지 않았던 료스케(스즈키 료헤이)는 일찍 상경해 유명 패션 잡지 에디터로 성공했다. 료스케는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마음이 언제나 공허했다. 성 정체성을 밝힐 수 없어 늘 거짓된 삶을 살아야만 했다. 다 가졌지만 사랑만은 가지지 못해 늘 외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를 돌보는 데 진심인 순수한 청년 류타(미야자와 히오)를 퍼스널 트레이너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운동을 배우고 가르쳐 주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된다. 건강 식단을 챙겨주고 운동에 도움 되는 식당에 다니며 서로를 알아가던 중 료스케는 여러 일을 해야 하는 류타의 안타까운 처지를 알고 연민을 느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픈 어머니를 살뜰히 챙기는 효심에 반해 마음을 빼앗긴다.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기에 남몰래 호감을 키워가던 중 우여곡절 끝에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간다. 서로를 모르던 때와 전혀 다른 일상을 행복으로 채우며 미래를 약속하게 된다. 류타는 료스케를 자기 집으로 초대해 어머니와 즐거운 만찬도 즐기지만, 얼마 후 갑작스러운 이별을 고한다.     


사려 깊은 연출과 진심 어린 연기     

영화 <에고이스트> 스틸컷

영화는 두 사람의 만남과 행복, 이별에 관한 비망록이다. 전작 <하나레이 베이>를 통해 상실에 관한 고찰을 다룬 바 있는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이번에도 타카야마 마코토의 동명 에세이를 영화화했다. 지병으로 현재는 세상을 등진 타카야마 마코토의 자전적 에세이는 한국에서 8월에 출간된다. 원작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본인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장점을 가진 감독은 성별을 떠난 사랑의 본질을 담기 위해 노고가 깊이 아로새겨있다.     


제목 '에고이스트'란 이기적인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두고 쓰는 말이다. 타인보다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우선인 사람은 료스케를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료스케는 이기적인 자신과 이타적인 헌신으로 넘어 자신까지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후반부로 가면서 류타, 류타의 어머니까지 에고이스트처럼 행동한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은 이기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현실을 뚫고 나온 복합적이고 자연스러운 캐릭터는 완성도를 올려줬다.     

"저는 사랑이 뭔지 몰라요"
"너는  몰라도 돼,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니까"     


14살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갑작스러운 연인과의 이별이 연인의 어머니로 전이되어 간다. 류타의 어머니를 친 어머니처럼 따르고 간호하며 부족했던 모성애를 채워간다. 료스케는 류타를 만나기 전 편견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명품을 선택했다. '명품은 자신을 지켜주는 갑옷'이라 말할 정도로 치장에 공들였다. 겉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항상 공허했다. 어떤 모습이라도 변치 않고 오롯이 자신을 사랑해 준 어머니의 부재는 크나큰 트라우마였고, 아무도 못 알아볼 도시로 떠나 성 정체성을 꼭꼭 숨긴 채 살아가기 바빴다.    


료스케와 류타는 외모와 성격, 직업 등이 확연히 다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사랑을 키워간다. 이 과정이 초반에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그러다가 적극적인 쪽과 수동적인 쪽의 역전 현상이 이어지며 전반부와 후반부의 톤 앤 매너가 확연히 달라진다. 초반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의 수위도 생각보다 세다. 이 때문에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 냈다. 두 사람의 만남부터 이별까지 쭉 지켜본 관객은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동요가 커진다.      

영화 <에고이스트> 스틸컷

우리나라에는 <변태 가면>과 <내 이야기!!>로 상남자 아이콘으로 알려진 '스즈키 료헤이'가 세심하고 여린 동성애자를 맡아 깊은 상처를 가진 인물 료스케를 완성했다. 뒷모습을 자주 비춰 주는데 그야말로 등으로 연기하는 슬픈 마음이 압권이다. 또한 일본의 라이징 스타인 '미야자와 히오'는 하얀 피부와 훤칠한 키로 특유의 맑은 마스크라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생충>의 일본 연극 <파라사이트>에서 최우식이 맡았던 김기우 역을 연기해 호평받은 바 있다.     


특히 <에고이스트>는 일본 영화로는 최초로 '게이 문화 전문가'에게 자문과 검토 후 세세한 연출, 연기를 마쳤다고 전해진다.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하나베이 레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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