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온 스물다섯 아만다(베네데타 포르카롤리)는 세상이 자기편이 아닌 것만 같아 모든 게 불만이다. 세상이 따돌리는 게 아닌 내가 따돌리는 거란 자발적 외톨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컸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데는 인색한 막무가내 금쪽이다.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해 주지 않는데 사랑받지 못한다고 징징거리는 건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견딜 수 없는 무력감과 날카로워만 지는 히스테리가 늘어갈수록 주변 사람들은 힘들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만다는 엄마 친구 딸 레베카(갈라테아 벨루지)를 만나며 변화를 겪는다.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하는 딸이 친구를 사귀었으면 했던 엄마의 제안이었다. 엄마와 엄마 친구 비올라 아줌마의 오랜 우정처럼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소꿉친구였다니.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도 같다.
레베카는 첫 만남부터 쉽지 않았다. 아만다는 고민 끝에 찾아갔지만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린 레베카는 좀처럼 방 안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 장난도 쳐보고 소리도 질러보고 화나게 만들어 봐도 소용없었다. 아웃사이더가 아웃사이더를 사귀기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결국 포기를 모르던 아만다의 똘끼충만한 방법이 통한 걸까. 둘은 이내 동질감을 느껴 친해진다. 서로 괴팍한 성격, 거울을 보고 있는 듯한 점에 이끌려 버린다. 아직은 낯설고 두렵지만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갈 준비를 하며 친구가 되어가지만 생각지도 못한 난관 앞에 헤어질 위기를 맞는다.
공격형 아웃사이더의 노오력
소통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상처받을까 봐 시작조차 못하는 현대인의 단상을 감각적인 영상미로 녹여냈다. 극단적인 두 주인공처럼 행동하지는 않겠지만. 누구나 실패가 두려워 알을 깨고 나가지 못하는 두려움을 느껴 봤다면 공감할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괜찮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툭툭 다독인다. 마음 한구석의 불안함을 응원하는 마지막 장면의 격한 위로는 덤이다.
SNS의 관계에 익숙해져 오프라인 관계가 힘든 사람들의 고민도 담고 있다. SNS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우울하다는 소리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감정을 속인다. 좋은 이야기, 밝은 이야기만 한다. 그럴수록 겉바속축.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축축한 마음이 된다.
그 마음은 블랙홀처럼 모든 감정을 빨아들인다. 집에만 있는 시간,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면 대인기피와 우울감도 커진다. 그럴수록 본인 마음 챙김부터 시작해 보자. 멀어진 관계 회복, 가까워진 소통을 위해 내가 노력해야 하는 예습, 복습을 영화로 연습해 보는 거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마음에도 굳은살이 필요하다. 상처 받고도 완벽히 치유되는 사람은 드물다. 자기 상처를 자주 들여다보아야 큰 병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아만다와 레베카는 어두운 터널을 힘들게 통과했다. 둘의 앞날에 행복만은 따르지 않을 거다. 하지만 뭐 어떤가,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함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한 단계 나아간 것을.
황당무계한데 힙한 매력
인간관계에 서툰 아만다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Z세대의 발버둥을 담고 있는 <아만다>.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오리종티 엑스트라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크게는 성장 이야기지만 독특한 연출과 하드캐리 캐릭터가 인상 깊은 지점을 만든다. MZ세대가 열광하는 힙함, 반짝이고 알록달록한 것들과 이탈리아 전통 건물과 현대 건물의 조화, 고풍스러움과 싸구려의 언밸런스 분위기가 살아 있다.
특히 아만다를 연기한 신예 ‘베네데타 포르카롤리’의 공격성과 반항심이 묘한 매력이다. 명품 브랜드 모델 출신으로 유럽에서 떠오르는 MZ세대 아이콘으로 알려져 있다. 스물다섯인데도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아만다와 대조를 보이는 레베카 역의 ‘갈라테아 벨루지’는 무뚝뚝한 표정 속 싹트는 관계의 증폭을 섬세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