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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24. 2018

<더 파티> 당신의 길티 플레저는 안전하신가?

© 더 파티, 샐리 포터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영화를 꼽자면 샐리 포터 감독의 <더 파티>를 추천하겠습니다. 흑백 화면에 7명의 캐릭터가  한정된 공간에서 갑론을박 벌이는 71분간의 대환장파티! 축하하러 온 파티에서 서로 죽자고 달려드는 그날의 막장은 누가 먼저 시작했던 걸까요?


© 영화 더 파티


수많은 난관을 지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자넷(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은 친구들을 불러 축하파티를 열 계획입니다. 허나 극도로 우울해 보이는 남편 '빌(티모시 스폴)'이 신경 쓰이지만 속속들이 도착하는 친구들을 맞이하기 바쁘죠. 자넷의 절친이자 시니컬한 성격의 '에이프릴(패트리시아 클락슨)', 언제나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남자친구 '고프리드(브루노 강쯔)', 레즈비언 커플 '마사(체리 존스)'와 세쌍둥이를 임신한 '지니(에밀리 모티머)', 그리고 잘 나가는 금융맨 '톰(킬리언 머피)'까지 오기로 한 사람은 다 온 듯합니다.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의 향연


영화는 디너파티에  초대된 동상이몽 남녀를 쫓아가고 있는데요. 한껏 들뜬 자, 초조해 보이는 자, 질투하는 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자, 연인을 믿을 수 없는 자, 그런 연인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는 자, 카오스 속에서 혼자 고요한 자 일곱 캐릭터가 살아 움직입니다.



이 공간에 들어온 자는 자신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길티 플래저를 꺼내야 합니다. 마치 법칙 같습니다. 현실주의자이나 냉소주의자인 에이프릴은 마사를 질투하는 듯 보였지만, 가장 깨끗한 친구였죠. 여성 리더의 뒤에서 꿈을 포기한 남자 빌은 사실 딴 곳에 마음이 있었고, 명품 슈트에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완벽한 남자인 듯 보였던 톰은 식은땀을 흘리며 이 파티에서 연신 불안해 보였습니다. 레즈비언 커플은 마사와 빌의 숨겨진 관계가 폭로되며 위기를 맞이했고, 서양 의술은 모두가 거짓말이라던 고프리드는 빌의 고통 앞에서 도와주지 못해 쩔쩔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남편이 진단을 위해 아내 지위를 이용해 개인병원을 찾습니다. 다 된 밥에 재 뿌리기도 유분수지 아내의 커리어에 먹칠할 이를 하지 않나,  남의 돈을 등 처먹는 은행가를 비꼬는 페미니스트와 다툼이 커지지 않나, 여성의 정치적 지위를 한 단계 높인 보건복지부 장관마저도 주방에서  완벽한 요리를 내와야 하는 모순을 비꼬기도 합니다.



© 더 파티의 미장센은 완벽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겠지만 디너파티는 자넷의 장관 임명을 축하하는 자리입니다만. 남편 빌의 폭탄선언을 계기로 폭로의 폭로를 뒤엎는 충격과 반전의 연속입니다. 흑백 필름이 주는 클래식한 미장센,  제한된 공간에서  벌이는 내적 갈등은 장내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총과 칼만 안 들었지 오고 가는 썰전, 어느 전쟁터 보다 불꽃튀는 난장판이었습니다.



영화는 90%를 핸드헬드로 찍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마치 연극 무대를 보고 있는 듯한 동선과 소극장 1열에 앉아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듯한 영상이 스크린에서 펼쳐집니다.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에 압도되는 현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7인의 캐릭터는 완벽한 케미를 이루고 제8의 캐릭터인 음악 또한 한 연기합니다. 적재적소에 쓰인 음악은 영화의 세련미를 제공합니다.





© 더 파티는 연극의 형식을 따른다


개인적의 위기와 행복이 폭로되는 과정은 당시  영국의 정치와도 닿아있는데요. 제목 The Party의 Party는 신나게 노는 들뜬 파티와 정당이라는 이중적 뜻을 가집니다.  직접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샐리 포터 감독은 영국 총선 임박 시기였던 만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롭고, 대체 어디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초초함을 가진 영화는 당시 영국 상황을 비유한 듯 보입니다.



© 영화는 수미쌍관을 갖는다


예측불허 스토리와 어떻게 끝날지 기대하게 만드는 71분은 그야말로 축복이었습니다. 영화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일치하는 수미쌍관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다들 고귀한 척, 잘난 척, 가면 뒤 본모습을 숨기고 있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블랙코미디입니다. 올해 흥행한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을 재미있게 봤다면 단연코 <더 파티>도 마음에 들 거라 생각합니다.




평점: ★★★★★


한 줄 평: 예측불허 막장 스토리, 완벽한 대환장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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