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령 Dec 26. 2018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최초의 SF소설

최초의 SF 소설가는 18세 소녀였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하이파 알 만수르




최초의 SF 소설로 일컫는 《프랑켄슈타인》은 18세 소녀가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비슷한 나이의 '엘르 패닝'이 주연을 맡았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최초 여성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으며 화제가 되었는데요.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제한되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9세기  남성 중심의 문학계에서 독보적이었던 메리 셜리의 이야기에 동질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메리 셸리 역의 엘르 패닝, 정변의 아이콘 /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더글라스 부스


영화는 소녀에서 여성으로 작가 지망생에서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요. 메리 셸리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소수자의 관점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엘르 패닝'의 허스키 보이스는 메리 셸리의 복잡한 내면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더글러스 부스'와 케미 또한 빛나는 영화였는데요. 의상과 건물을 통해 보여주는  분위기의 완성도도 상당했던 만큼 만족도가 높은 영화입니다.


최초 근대 아나키즘 사상가인 사회철학자 아버지(윌리엄 고드윈)와 《여성의 권리》 저자이자, 여권신장론자인 어머니(메리 울스턴크래프트)사이에서 태어난 메리.  우월한 DNA를 갖고 태어났지만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답답한 규율에 얽매여 살 수밖에 없습니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독서를 즐기면 세상 모든 지식을
가질 수 있지...







다양한 책을 섭렵하며 독학하던 셸리는 아버지의 제자 '퍼시 셸리(더글러스 부스)'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며 집까지 나오게 되죠. 하지만 행복할 것 만 같던 순간도 잠시, 문단의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찍히며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요. 어긋난 사랑과 배신,  딸까지 잃는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곪아 가던 중 당대 최고의 시인 바이런과 만나며 내면의 어두움과 문학적 감수성을 꺼내게 되죠.





© 최초의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이런 메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를 통한 치유였습니다.  피가 끓고 심장이 빨리 뛰는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세상에 내놓게 되는데요. 시체를 조각조각  꿰매 되살아난 괴물 프랑켄슈타인.  겉모습과는 다르게 선량함이 가득한 우리 외의 존재를 만들어냄으로써 과학과 공포물은 남성의 전유물이란 터부를 깨기 시작했죠.


메리 셸리가 살던 19세기는 과학이 아무런 윤리적 제재 없이 행해지던 시기로,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던 때이기도 합니다. 메리 셸리 또한 자신을 낳다 죽은 엄마의 영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은 아이와 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과학에 누구보다도 매달리지 않았을까요?  차별받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떠나 또 다른 세계, 자유를 누구보다 꿈꿨을 억압받는 여성이었을 겁니다.


© 창조주에 의해 버림 받는 프랑켄슈타인은 자전적 캐릭터였다


그렇게 탄생한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엄마와 아이를 잃고, 연인의 배신에 사무치게 고통스러웠던 메리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입니다.  열여덟이란 나이에 죽음, 상실, 배신을 경험한 자전적인 소설로 알려져 있는데요. 창조주에게 버림을 받는 피조물의 아이러니를 담아  공감을 얻은  괴물 이야기는 당시 그로테스크적 성격 때문에 젊은 여성작가 임을 숨겨야 했습니다. 남편인  퍼시 셸리의 추천사가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며 젊은 여성을 불편해했죠.


© 고전공포 《뱀파이어를》 쓴 바이런의 주치의 존 폴리도리



이는 시인 바이런의 지인이기도 했던 의사 '존 폴리도리'와 동병상련의 감정을 갖기도 합니다. 폴리도리도  불멸의 존재 《뱀파이어》에 대한 강한 창작욕을 불태웠지만, 바이런에게 빼앗겨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고도 전해집니다.  불안이 동요시킨 창작의 욕구는 고통이 없었다면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메리 셸리는 고통이란 영감을 재료로 삼아 만들어내는 모든 창작자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착취와 배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전형성을 갖는 것 같습니다. 메리 셸리의 소설은 통념과 미신이란 금기를 깬 최초의 SF 작가이자, 성공한 부모와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난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여성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은 목소리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함과 경외감을 동시에 들게 합니다.


© 조지 고든 바이런의 딸 에이다 러브 레이스는 최초의 컴퓨터프로그래머다



참고로 희대의 난봉꾼이자 시인이었던 '조지 고든 바이런'에 대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의문입니다. 바이런은 당대 최고의 문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고, 수많은 사생아를  낳기도 했으며, 딸 '에이다'의 아버지기도 합니다.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수학적 계산과 시적 감성을 지닌 독보적인 존재기도 했습니다. 또한 고전공포소설 《뱀파이어》의 주인공 '루스벤 경'은 바이런을 모델로 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감독, 배우, 실존인물 모두가 잘 맞아 떨어진 케미스트리.


매거진의 이전글 <범블비> 성탄절 극장가에 가장 어울리는 따스한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