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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05. 2019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의 속편이자 프리퀄

'M. 나이트 샤말란'의 슈퍼히어로 유니버스의 탄생

©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 M. 나이트 샤말란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브레이커블>은 2000년 개봉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M. 나이트 샤말란'이란 감독의  전작 <식스센스> 이후 개봉한 작품으로 충격 반전에 대한 기대가 컸을 테죠. 화끈한 반전이나 멋진  액션물을 기대한 관객에게 감독은 기대 이하의 실망감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본 <언브레이커블>은 곧 개봉할 <글래스>의 프리퀄이자 M. 나이트 샤말란 감독만의 히어로 영화입니다. 평범한 남자가 어떻게 영웅이 되고, 빌런과의 우정을 쌓지만, 대결구도로 갈 수밖에 없는지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 M. 나이트 샤말란의 영웅은 쫄쫄이를 입지 않는다




DC나 마블의 세계관을 벗어나 새로운 히어로와 철학적 빌런의 시작, 자신만의 빅피쳐를 오랫동안 구축해 온 감독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시대를 앞서 간 영화였습니다.  현실적인 영웅과 악당의 각성과 조우, 우리 주변에 티 안 나게 살아갈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23 아이덴티티>의 프리퀄 :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유니버스 구축


© 언브레이커블은 평범한 남자가 히어로가 되는 이야기다



모두가 사망한 필라델피아행 177호 열차 탈선사고에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생존한 남자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 그날 이후 의문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당신은 아파 본 적이 있습니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건강, 데이빗은 편지의 출처를 따라가게 되죠.



그곳에는 액션 코믹스 큐레이터 '엘리야 프라이스(사무엘 L. 잭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 적 선천적 결핍증을 앓고 있는데요. 조금만 부딪혀도 골절을 입어 유리처럼 부서진다고 '미스터 글래스'란 별명을 얻었죠. 미스터 글래스는 남들보다 약한 신체가 항상 콤플렉스였습니다.  유년 시절 어머니에게서 받은 코믹스를 보며 영웅을 동경했고 뛰어난 두뇌를 만들어가게 되죠. 그가 코믹스 한정판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 이 영화에서는 영웅과 악당이 전형적이지 않아 새롭다




한편, 데이빗은 한때 잘 나가던 풋볼 선수였으나 자동차 사고로 선수 생활을 접고, 지금은 아내와 아들 '조셉(스펜서 트리트 클락)'과 가정을 꾸리고 있는 풋볼 경비원입니다. 드디어 만난 미스터 글래스는 데이빗에게 지금껏 아팠던 적이 있는지를 물으며 서서히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할 때 야.




집에 온 데이빗은 병가 낸 흔적을 찾거나 아내에게 물어보는 등 자신에게 일어난 기묘한 일에 접근하게 되고. 급기야 아들 조셉의 도움을 받아  초인적인 능력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그는 막강한 신체, 불사조의 능력을 가진 히어로였고, 미스터 글래스는 자신이 존재 이유를 알기 위해 데이빗을 발굴했던 겁니다.


이는 그가 고객에게 그림 설명하는 대사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네모진 턱은 영웅적 외형을 몸과 머리의 불균형은 악당의 외형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 그림은 만화답지 않게 신체의 과장이 없는 리얼리즘을 추구한다고 말합니다. 이로써 'M. 나이트 샤말란'감독은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히어로,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 만화적 가설, 현실적인 삶과 초능력, 물에 대한 약점(슈퍼맨의 크립토나이트 같은 결점)을 가진  히어로를 탄생시킵니다.



© 누구나 자신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가를 모를 때가 가장 무섭다



또한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만화적 상상력에 의존한  과대망상. 그렇게 만들어진 빌런은 누구든 악당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죠. 본인 정체성을 증명할 요량으로 세 번의 대형사고를 벌여 큰 인명피해를 냈고,  스스로 악당이 된 미스터 글래스.  세상에는 힘으로 싸우는 전사형 악당과 머리로 싸우는 괴수형 악당이 있지만 자신은 후자임을 각인시킵니다.



이런 정황은 미스터 글래스의 어머니가 데이빗과 그림을 보며 나누는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유독 눈이 큰 대상은 세상을 보는 눈이 삐뚤어져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악당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합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미스터 글래스는 장애를 가진  외형 탓에  심리전에 능한 지능형 빌런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공교롭게도 그  큰  눈은 세상을 어지럽힐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 언브레이커블의 빌런 유리 선생



그는 마지막으로 영웅과 정 반대의 인물은 사실 친구 사이였다며, 서로의 정체성을 찾은 후 각자의 길을 가게 됨을 암시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이후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미스터 글래스를 자막으로 처리하며 끝이 납니다.



2000년 개봉 당시 익숙한 패턴의 히어로물이 아니었기에 외면받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데요.  각성이 오히려 와해된 가족을 다시 봉합된다는 구조는  '영웅은 특별하지 않다'를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 주변도 위급한 상황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남을 돕고, 자선을 베푸는 시민영웅이 종종 나타나는 것처럼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 초인적인 힘을 알게 되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포기한다




남들과 달랐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감추고 살았던 로맨티시스트. 하지만 뜨거웠던 열정은 서서히 식었습니다. 그  힘을 감추면 감출수록 가족과 소원해졌고, 오히려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가족과 두터워지는 아이러니도  어쩔 수 없는 세상 이치임을 깨닫습니다.  세상에서 숨길 수 없는 세 가지는 바로 가난, 사랑, 기침이라는 말처럼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히어로 유니버스 핵심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알아두면 좋은 정보



© 감독님의 연기 욕심 ㅋㅋ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언브레이커블>에서도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데, 풋볼 경기장에서 파란색 옷을 입은 미심쩍은 남자로 등장해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죠. 


© M. 나이트 샤말란과 라즈베리 시상식의 연관성



자신의 장기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꾸준히 구축한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 <빌리지>, <싸인>, <해프닝>, <더 비지트> 등이 있는 반면  불명예를 남긴 작품으로 극과 극의 필모그래피를 쌓은 감독으로도 유명합니다. 먼저 <레이디 인 더 워터>로 제27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최악의 감독상과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고요. 제31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상이란 상을 모두 휩쓸거나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천당과 지옥을 다녀왔다가 <23 아이덴티티로>로 심폐 소생이  성공했다고 봐도 좋습니다.





© 영화 <글래스>에도 등장하는 <언브레이커블>의 조연 유리선생의 엄마와 데이빗의 아들




또한 미스터 글래스를 낳은 '프라이스 부인'과 '데이빗 던'을 도와주는 든든한 아들 '조셉 던'역의 '스펜서 트리트 클락'이 <글래스>에서 다시 등장해 어떤 역할을 해 줄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23 아이덴티티>의 유일한 생존자 '케이시'역의 '안야 테일러 조이'와 <글래스>의 뉴 캐릭터 '엘리 스테이플'박사 역의 '사라 폴슨' 역할이 의미심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슈퍼히어로의 복장은 흔히 슈트라고 생각하는데요. 데이빗은 약점인 물을 막아 줄 쫄쫄이 대신 카키색 우의를 입고 있으며, 미스터 글래스는 보라색 계열의 옷과 빨강, 주황 같은 튀는 색의 옷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만화적인 컬러감을 살린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스타일을 비교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죠.



지금 봐도 기가 막힌 미장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열차에서 옆자리의 여성에게 작업 거는 데이빗. 그와 여성을 지켜보는 앞좌석 사이의 카메라는 묘한 김장감을 유발합니다. 팔 깁스를 하고 풀어 죽어 있는 미스터 글래스에게 어머니가 말하는 장면은 오목한 TV 브라운관에 비쳐 제3자의 관조적인 시선처리로 유지됩니다.



© 영화 <글래스>



<글래스>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겠지만,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면 <언브레이커블> 관람을 추천합니다. <23 아이덴티티>의 결말부에 등장한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의 정체, '미스터 글래스(사무엘 L 잭슨)'는 과연 '케빈이자 비스트(제임스 맥어보이)'와 어떤 만남을 이룰지 연관성이 짙은 영화니까요. 1월 17일의 <글래스> 개봉으로 감독이 구축한 히어로 삼부작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시대를 앞서간 장인정신, 우비 입은 평범한 히어로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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