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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06. 2019

<버블 패밀리> 꺼지지 않는 부동산 신화

버블경제 직격탄을 맞은 마가네 이야기

© 버블 패밀리, 마민지



영화 <버블 패밀리>는 1980년대 한국 경제 3저 호황(저달러, 저유가, 저금리) 속,  전례 없는 상승을 이어갔던 한 가족의 흥망성쇠를 다룹니다. 일면식도 없는 가족의 이야기가 우리 집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면 IMF를 겪은 모든 세대일 것입니다. <국가부도의 날> 이후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IMF는 우리 사회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버블이 꺼지지 않는한 부자들은 계속 돈을 벌 수 있었던 1980년대,  한국경제발전, 부동산 투기와 맥을 같이 했던 우리 집을 돌아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서울처럼 마가네 운명도  변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많은 걸 가진 사람들의 승자독식 체계, 하면 할수록 지는 게임인지 진작 알았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중독된 욕망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영원할 것 같았던 버블경제를 엄마, 아빠, 딸의 입장에서 바라봅니다.




© 마민지 감독은 소위 잠실 키드였다



마가네는 부동산 광풍 덕에  소위 '집 장사'라 불리는  도시 개발 붐을탄,  인생역전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일종의 졸부였죠. 잠실 아파트에 살며, 일하는 가정부도 두었습니다.  홈비디오 촬영이 취미던 평범한 가정주부 엄마와 잘 나가는 사장님 소리를 듣던 아빠는 부부이자 사업 파트너였습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진 후 가세는 기울기 시작했고, 15년째 전셋집서 생활고에 허덕이는 부모님을 떠나 감독은 보란 듯이 독립을 했었습니다.



© 버블 패밀리가족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던 시대, 마가네는 새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잘 나가던 우리 집은 왜 갑자기  망했을까? 경제력이 없어 매일 빚 독촉에 시달리는 부모님은 왜 아직도 부동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그런 부모님이 싫어 독립했지만 결국 돈 때문에 다시 돌아와야만 했던 사연, 스스로  가족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현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 감독이 던진 사적인 질문은 1980년대 버블 경제를 경험한 사람들의   공적인 답변으로 되돌아옵니다. 아무도 망한 집안을 해명해주지 않았고, 답답한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따라가던 중 만나게 되는 낯선 진실. 가족사를 도마 위에 올려 희화하는  화법은 함께  웃고 울며, 관객과 공감을 만들어갑니다.



© 부모님에게 부동산은 종교였다


.

땅 때문에 빚을 지게 되었지만
땅 때문에 미래가 보장된 것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 부모님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부동산 꿈을 버리지 못한 가족은  애물단지가 돼버린 '가죽 소파'같았습니다. 좁은 집에 어울리지 않는 불편함, 15년간 버티고 있는 과거의 전리품처럼 말이죠. 영화에서 그 소파가 버려질 때의 시원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든 다시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거란 희망고문은 그 맛을 본 모든 이들의 아편입니다. 과연 대한민국 부동산 불패신화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요? 우리는 언제나 의심해봐야 할 것입니다.  발 딛고 서 있는 땅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음을 주시하는 것, 끊임없이 정부나 대기업의 거짓말을 구별할 줄 아는 통찰력.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면 언젠가 무너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영화는 '이런 이야기까지 해도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의 솔직한 자기 고백서입니다. <버블 패밀리>는 부모님의 과거사를 통해 한국사회를 돌아보는  씁쓸한 웃음입니다. 거기에 격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블랙 코미디와 다큐멘터리를 합한 형식으로 관객의 재미도 보장합니다.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마민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입니다.  제14회 EBS 다큐영화제 경쟁 부분에서 국내 작품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의 저력을 보여준 영화기도 합니다.



평점: ★★★★

한 줄 평: 한때 중산층을 꿈꾸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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