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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06. 2019

<더 서치> 간절함은 서로를 연결하는 끈

© 더 서치 ,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2014, THE SEARCH



아직도 마지막 장면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 영화 <더 서치>. 우리의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지를 선명하게 전달받았습니다. 영화 <더 서치>는 아카데미 5개 부문 수상 <아티스트>의 '미셸 하자나비시우스'감독의 차기작입니다.



무자비한 제2차 체첸 전쟁을 배경으로 눈앞에서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아홉 살 소년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맑은 눈망울을 한 채, 들릴 듯 말 듯 한 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 영화 <더 서치>



영화는 아우슈비츠에서 부모를 잃고 충격에 빠진 아홉 살 소년과 미군의 이야기를 담은 '프레드 진네만'감독의 영화 <수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감독은 오랫동안 구상해왔던 프로젝트를 <아티스트>의 수상 이후 하게 되었다며 복잡한 심경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르완다: 대학살의 역사>의 각본을 공동 집필하고 제작하며 체첸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슈케나지(유럽의 유대인) 출신이자 제2차 세계 대전을 겪은 조상의 후손인 감독이 체첸 공화국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체첸인은 다 테러리스트다'라는 주장에 반박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의  힘을 동기 삼아 이토록 비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살아 있다면 언젠가 만나게 되어 있다는 희망


©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게 된다



영화는 여러 시점이 교차합니다. 전쟁 중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누나와 소년 하지(압둘- 칼림 마마츠예프), UN 인권 활동가 '카홀(베레니스 베조)', 그리고 살인 병기로 키워진 청년 콜리아(막심 에멜리야노프)까지. 전쟁 앞에서 삶이 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더 서치>는 1999년 8월, 이슬람 공화국을 세우려던 체첸 반군의 테러와 이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으로 시작된 '제2차 체첸 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수천 명의 사상자와 4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으며, 하지의 부모 역시 테러범으로 몰려 죽음을 면치 못했죠. 충격적인 장면을 본 하지는 본능적으로 동생을 데리고 정처 없는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 '하지'와 난 사랑에 빠졌다 ♥




어른들은 저보고 더 이상평범하게 살 수 없을 거라면서 희망이 없는 아이래요.하지만 어른들의 말이 늘 맞는 건 아니에요.이렇게 좋은 분을 만났잖아요.



소년은 18개월 된 동생을 감당할 수 없어 문 앞에 버리고 마을을 떠나 피난민 무리에 섞여 들어가게 되는데요. 충격과 공포로 실어증을 얻게 된 하지는 대피소에서 '헬렌(아네트 베닝)'을 만나지만 참혹한 과거가 떠올라 도망치게 되죠. 한편, UN 인권활동가 '카홀(베레니스 베조)'을 우연히 만나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빗장을 풀어나가게 됩니다.


© 소년의 성장 뿐만 아닌, 여성의 성장, 직업인의 성장도 있다



카홀은 UN 인권담당자로  전쟁 피해자의 증언을 기록하는 일을 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귀 기울여 주지만 정작 부모님과 소통은 어렵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하지와의 공감은 쉽지 않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부딪히며 염증을 느끼게 되죠. 또한 하지와의 잊을 수 없는 마음을 나누며 진정한 인권운동가로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관계 맺기 어려운 두 사람이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전쟁터에서 생존으로 만나, 마음을 나누고 성장하는 과정은 <더 서치>의 주제인 '희망의 메시지'와도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폭력의 대물림과 끊어내야 할 고리

© 청년은 살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어야만 했다



살아남았다면,과거를 극복하면서 자신의 인생을찾아야 한다!



<더 서치>는 '희망'과  '폭력'의 다양성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소년과 청년의 눈에 비친 폭력, 여성의 눈에 비친 폭력, 언어와 시선의 간접적인 폭력. 서로 다른 체제는 누구든 폭력의 희생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죠.



거리에서 불심검문을 당한 콜리아는 감옥 대신 군대로 보내져 인권 유린의 폭력 앞에서  변해 갑니다. 살아남아야 하는 유일한 목표는 오히려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아이러니로 전락하고, 폭력의 대물림에 그대로 노출된 안타까운 캐릭터죠.  그가 만들어 내는 충격적인 결말은 첫 장면과 수미쌍관 구조를 이루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더 서치, 아네트 배닝



영화 <더 서치>는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체첸 전쟁'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 폭력의 일상화,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헤어지더라도 간절히 바라면, 살아 있다면 언젠가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많을 것입니다.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아니면 무관심해지는 수많은 국제 이슈 앞에서,  작은 목소리라도 들으려는  일말의 노력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 THE SEARCH




덧붙여 영화의 명배우 속에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를 발견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오디션으로 감독과 만난 실제 체첸 출신 배우 '압둘 -칼림 마마츠예프'입니다.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으로만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완벽한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빼앗습니다. 다양한 연기 중에서도  춤추는 장면은 단연 압권! 연기의 재능을 타고난 아이의 땡구란 눈망울을 영화 속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랍니다.






평점: ★★★★★

한 줄 평: 소년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게 해 줄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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