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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07. 2019

<쿠르스크> 노란 리본이 생각나는 먹먹함과 답답함

© 쿠르스크, 토마스 빈터베르그, 2018, Kursk



<쿠르스크>는 <더 헌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토마스 빈터베르그'감독의 차기작입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상영작으로 사천만 불의 제작비가 투여된 대작이기도 하죠.  러시아 잠수함 '쿠르스크'호를 바탕으로 한 실화 영화이며,  '콜린 퍼스',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레아 세이두', '막스 폰 시도우', '미카엘 니크비스트',' 오거스트 딜' 등 유럽 신구세대의 빛나는 호연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영화는 대원들의  끈끈한 유대감과 국경을 초월한 인류애를 느낄 수 있으며, 영국 해군 준장 '데이빗' 역의 '콜린 퍼스'는 짧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영화의 유일한 실존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핵잠수함의 대위 '미하일'역의 '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거침과 따스함을 동시에 갖추었으며, 뭍에서 타들어가는 마음을 가진 '타냐'로 활약한 '레아 세이두'는 영화의  감정선을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 <쿠르스크>, 콜린 퍼스



영화 <쿠르스크>는 저널리스트 '로버트 무어'가 바람 앞에 등불이었던 선원들의 마지막 시간을 서술한 《어 타임 투 다이(A Time To Die: The Untold Story Of The Kursk Tragedy)》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토마스 빈터베르크 감독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각본가 '로버트 로댓'과 1년여 동안 수정을 거듭할 정도로  가슴 아픈 사건을 대하는 깊은 애도를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찡한 의리와 먹먹함,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계속되는 답답함 속에 여운이 가시지 않는 실화 영화로 탄생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먹먹함,  우리가 겪은 트라우마도 닮았다


© <쿠르스크>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올해 첫 영화다



때는 2000년 8월,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가 출항합니다. 얼마 후 급속도로 뜨거워 지던 원자로가 터져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생존자는 구조되기만을 기다리게 되죠. 이때 대위 미하일은 침착함과 발군의 기질로 대원들을 이끌지만 추위와 공포, 산소부족 등 남아 있는 시간을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 영화 <쿠르스크>, 레아 세이두는 실제 만삭 투혼을 펼쳤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에요!거짓말 하지 마세요!"


한 편, 뭍의 가족들은 아들, 남편, 친구의 생사조차 모른 채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군, 정부, 언론은 하나같이 입을 다문 채 회피하려고만 하고. 남편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정보를 알아내고자 합니다.



영화는 미하일의 아들이 아빠가 탄 쿠르스크 호를 바라보는 장면부터 1:1.66 비율에서 화면을 넓히며 시작합니다. 이제 막 떠나는 배와  열리다 후반부에 다시 좁아져있는데요. 이런 장치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반복되지 말아야 할 사고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애도와 결말을 알려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열린 시간의 문이 닫혀버린 비극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 <쿠르스크>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쿠르스크>를 보면서 몇 해전 우리나라가 겪었던 한 사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바다에서 벌어진 사건,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고, 외교 문제를 핑계 삼아 도움을 손길을 거절했으며, 생사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 뭍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가족들을 보여줍니다. 잠수함에 고립된 그들을 살릴 수 있는 골든아워가 흘러가고 있는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은 다시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힘든 감정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영화는 <더 헌트>에서도 보여준 아이의 눈을 끌어 들여와 또 한 번의 객관적 시선을 유지합니다. 카메라는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지 않는 객관적인 전달자로의 역할을 유지하며, 관객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가능성을 열어둔 거죠. 아이들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억울한 죽음을 잘 알고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진심어린 애도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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