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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13. 2024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복잡다난한 결혼 생활의 이면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을 보고 브래들리 쿠퍼의 연출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이미 연기는 당연하거니와 <스타 이즈 본>으로 연출력을 인증받았기에 차기작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컸다.      


이번에는 음악을 주제로 부부의 사생활을 들춰냈다. 대학원 시절부터 꿈꿔 왔다며 제대로 재능을 펼치려 각오한 듯 보인다.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작곡가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일생을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과 꾸렸던 결혼 생활 위주로 엮어 보고 싶었던 것. 수많은 인터뷰와 근간이 된 딸 제이미 번스타인의 《Famous Father Girl》, 다큐멘터리를 참조했다.      

<스타 이즈 본> 이후 6년 만에 또다시 연출과 연기를 병행했다. 연기로 시작했지만 각본, 공동 작업 프로듀싱, 연출로 발전하며 다방면에 두각을 보인 쿠퍼는 번스타인과 닮았다.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를 돋보이게 하더니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에서는 캐리 멀리건을 빛나게 한다. 번스타인의 트로피 와이프가 아닌 독립적인 개인,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 가능한 특별한 본질에 집중했다.      


일생일대의 사랑과 꿈을 나누던 관계성, 예술적 성취와 가족, 애증과 연결 지어냈다. 순탄치만 않았던 결혼 생활 동안 서로를 할퀴면서도 놓지 않았던 예술, 음울한 심연을 들여다본다. 둘의 행복한 시절은 35mm 흑백으로 촬영해 고전 영화의 오마주를 펼친다. 이후 서서히 감정이 엇갈리며 내면을 파고드는 심정은 컬러로 담았다. 다양한 화면 비율을 통해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0년을 다룬다.      


20세기 음악인 스크린에서 부활     

영화는 결혼의 다채로운 이면도 들춰낸다.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상대방을 향한 사랑, 존경, 이해, 믿음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번스타인은 펠리시아와 만나 결혼한 후 더욱 승승장구하는 반면, 펠리시아는 날로 시들어 갔다. 배우를 꿈꾸던 펠리시아는 가사와 육아에 얽매여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예술을 매개로 사랑에 빠졌지만 예술 때문에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사람을 좋아했던 번스타인은 항상 곁에 사람이 북적거렸던 인기인이었다. 천재적인 재능과 사람을 매료시키는 화술과 인상,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에너지는 아내를 점차 외롭게 한다.      


그럼에도 번스타인의 아내로서 머물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이성과 동성을 자유자재로 오고가며 사랑을 나눈 남편을 증오하면서도 사랑했던 복잡한 마음이 거짓 없이 펼쳐진다. 훗날 배우로 활동을 이어갔고 남편의 끝없는 외도와 넘볼 수 없는 재능을 질투하고 증오하며 본인 영감을 불태우고자 했다.      

영화 속 음악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번스타인의 자작곡과 지휘곡을 OST로 넣어 마음을 녹여 낸다. 대중적인 곡과 마니아적인 곡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워터프론트>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번스타인의 오페라 <A Quiet Place>는 일부 악절을 영화의 오프닝과 클로징에 써서 이야기의 배경과 내러티브 전달에 활용했다. 발레 <Fancy Free>, <Mass>의 작곡 과정 및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의 지휘 공연을 담아 황홀함을 선사한다.      


쿠퍼는 20대부터 노년까지 연기하며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청년 시절을 2시간 15분 노년 시절은 5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분장에 진심이었다. 카리스마, 성격, 표정, 말투까지 번스타인을 연구한 쿠퍼답게 메소드 연기로 129분을 꽉 채운다.      


덧) 현재 cgv에서 아카데미 기획전으로 재상영하고 있으니 스크린에서 관람을 추천한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지만 음향과 화면 대비가 스크린에서 만끽해야 할 이유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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