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이웃 앨리스(제시카 차스테인)와 셀린(앤 해서웨이)은 막역한 사이다. 서로의 아이 테오와 맥스, 그리고 남편까지 가족처럼 집을 오간다. 생일을 챙겨주고, 파티도 종종 벌여 두 아이도 친형제 이상으로 친하다. 앨리스와 셀린은 서로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끔찍하게 생각한다. 함께 숙제를 봐주거나 등하교를 교대하고, 집 열쇠까지 바꿔 가지고 있을 정도로 스스럼없다.
모르는 게 없던 둘은 셀린의 아들 맥스가 2층에서 사고사를 당하는 비극이 일어난 후 뒤틀리기 시작한다. 셀린은 아이를 방치했던 자신을 탓하며 실의에 빠졌고 현장을 목격한 앨리스는 마침 정원을 돌보다 맥스를 발견했지만 결국 사고를 막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엄연한 사고였지만 두 여성은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공통된 죄책감과 슬픔으로 오해가 생겨 난다.
셀린은 앨리스를 일방적으로 멀리하며 원망 섞인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앨리스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기다렸다. 아무리 밀어내더라도 큰 충격에 빠진 친구를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가까스로 모습을 보인 셀린. 예전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달라진 듯 보였다. 변함없는 친절한 웃음 뒤로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셀린이 앨리스는 신경 쓰인다. 평화롭던 일상은 그날 이후, 서서히 균열되기 시작했다.
강력한 모성과 집착 사이에서..
시작부터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앨리스와 셀린은 각각 녹색과 파란색 원피스로 비슷하지만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후 파스텔 톤의 의상으로 완벽하고 기품 있는 가정주부의 생활을 보여준다. 가정을 돌보는 것이 기혼 여성의 유일한 기쁨이라고 믿었던 시절의 메시지가 녹아들어 있다.
사고 후 톤 다운된 무채색 계열의 옷으로 심경의 변화를 드러낸다.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의상 색상도 달라진다. 후반부 감정적으로 무너지고야 마는 앨리스는 시들어가는 장미와도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셀린은 가시 돋친 장미의 서늘한 아름다움 같이 소름 돋는다. 둘은 하나이자 각각의 둘을 상징하는 거울 같은 이미지로 상징된다.
마치 두 배우의 연기 차력쇼를 보는 듯 극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여성이자 엄마의 복잡하고 농밀한 내면을 두 배우의 색깔로 재해석했다. 모성의 두 얼굴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눈 맑은 광기는 긴장감을 넘어 공포 그 자체다. 그래서일까. 누구의 심정에 이입해서 보느냐에 따라서 의심인지, 집착인지 달리 보인다. 의심하는 쪽과 의심받는 쪽의 상반된 진술, 엇갈리는 시선은 관객을 혼란 속으로 몰아간다.
한쪽 집은 아이를 쉽게 가질 수 있었고, 다른 한 쭉 집은 아이를 어렵게 가졌지만 잃게 되자 날 선 기운이 흐른다.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한 쪽이 피폐해질까 두려웠던 한 쪽은 지금껏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으며 위로한다. 나 또한 운 좋은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건 아니라고.
어릴 적 부모님과 교통사고를 당했던 앨리스는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출산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혹시라도 아이를 떨어트릴까 봐, 불운이 아이에게 갈까 봐 노심초사하느라 한 달 가까이 안아보지도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과도한 혼란은 깊은 망상을 만들었고 결국 정신적인 치료도 병행해야 했다. 자신의 치부를 솔직하게 말했지만 그게 화근이었던 것도 몰랐다. 앨리스는 기자를 그만두고 결혼 후 테오를 위한 육아와 살림만 신경 써 왔다. 다시 일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둘째를 갖자고 성화라 말도 꺼내지 못하는 처지였다.
앨리스 혼자만의 피해망상이라고 보기에는 연이어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부고 소식, 테오의 알레르기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벌어지자 앨리스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 배후에 셀린이 있었다고 의심하기에 아직 섣불렀다.
과연 이 모든 일은 앨리스의 과대망상일까, 셀린의 집착일까. 후반부에 밝혀지는 반전을 향해 영화는 서서히 불안을 예열한다. 누구보다도 강력했던 모성은 그 사건 이후 예민한 집착으로 변질되어, 의심을 키워 갈등을 촉발하게 된다.
실제 절친한 친구 사이의 연기 대결
두 배우는 실제 절친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더스>의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차례 <인터스텔라>(2016), <아마겟돈 타임>(2022)에서 동반 출연했으나 직접적인 연기 호흡을 맞추지는 않았다. 경력뿐만 아닌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먼저 앤 해서웨이가 <레 미제라블>로 제85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제시카 차스테인이 <타미 페이의 눈>으로 제94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벨기에 작가 '바바라 아벨'의 소설 《증오의 배후》를 원작으로 한 벨기에 영화 <마더스 인스팅트>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다. 미국으로 배경을 옮겨 1960년대 풍으로 재현한 집, 소품, 의상, 헤어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울타리를 두고 완벽히 대칭되는 자아의 여러 모습 같다. 아름답지만 묘한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가 러닝타임을 지배한다. 두 배우의 농익은 연기는 명불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