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작을 알리는 장편 데뷔작이다. 최근 은퇴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한 그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두 번째 영광을 차지했다. 그래서인지, 일본뿐만 아닌 전 세계적인 거장으로 불리게 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처음은 어땠을지 45년 만에 4K 리마스터링으로 만나는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이 반가울 따름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신인이던 1971년 TV 애니메이션 <루팡 3세> 1기 연출을 발판 삼아 루팡 3세 시리즈에 첫발을 내디뎠다. 1978년 TV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으로 연출 활동을 나서 1979년 <루팡 3세>의 두 번째 극장판의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타카하타 아사오와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해 우리가 알고 있는 다수의 명작이 탄생하게 된다.
거장의 시작을 경험하다!
영화는 전설의 괴도 루팡 3세가 미스터리한 백작에게 붙잡힌 칼리오스트로 공국의 공주 클라리스를 만나 로맨스, 모험, 액션을 펼치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위조지폐의 내막을 파헤치기 위해 칼리오스트로 공국에 잠입했지만 한때 인연을 맺은 클라리스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성 안에 들어간다.
화재로 부모님을 잃고 섭정 중인 칼리오스트로 백작과 정략결혼할 운명의 클라리스는 결혼식을 앞두고 도주하다가 붙잡혀 사실상 완전히 고립된다. 루팡과 그의 일행과 만나 꿈같은 자유를 얻게 되는 것도 잠시, 공국의 보물을 노리는 비밀로 인해 가혹한 운명의 주인공이 된다.
‘괴도’란 괴이한 도둑을 뜻한다. 도둑은 도둑인데 물건보다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만의 정의가 있는 신사적 캐릭터다. 신출귀물은 물론 절대 잡히지 않는 노하우가 있다. 루팡은 장난기가 많아 자칫 허당처럼 보이지만 명석한 두뇌와 변장 기술, 빠른 대처 능력으로 언제 어디서든 빠져나갈 수단이 있다. 조마조마하지만 결국에는 승리하는 통쾌한 결말까지도 모던 클래식만의 즐거움이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추리 소설 《아르센 뤼팽》을 일본의 몽키 펀치 작가가 재해석한 만화가 원작이다. 루팡 3세라는 설정은 아르센 뤼팽의 손자인 셈.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인물을 한 번 더 재해석했다.
능글맞은 호색한처럼 보이지만 속마음은 로맨틱한 낭만 괴도이자 호연지기를 꿈꾸는 재치 만점의 캐릭터다. 셜록과 왓슨 같은 찰떡 호흡의 파트너 지겐, 검객 고에몽, 가정부로 변신했던 팜므파탈 후지코, 인터폴 제니타 경부 등. 다채로운 캐릭터의 조합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45년 전 향수가 전해지는 2D 애니메이션만의 따스하면서도 세세한 풍경 작화와 키치적인 매력, 비행기 덕후의 애정 등.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의 공통점을 찾는 재미가 있다. 환경과 평화를 생각하는 세계관이 정립된 기원을 탐구할 수 있어 의미마저 더한다. 처음인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과 끝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비교하며 보는 관람도 추천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성안에 갇힌 공주 구하기다. 앞서 말한 물건이나 돈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본인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루팡이 유쾌하고 호탕하다. 여전히 모험을 꿈꾸는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즐거움이 잊고 지낸 유년 시절의 꿈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이들은 부모 세대가 보고 자란 2D 애니메이션을 고화질로 접하고, 부모 세대는 작은 TV 화면이었지만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누구나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질주 본능, 떠나고 싶은 탐험과 방랑 본능이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