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 멤버이자 과학자 이곤 스펭글러(해롤드 래미스)의 딸 캘리(캐리 쿤)는 피비(맥케나 그레이스)와 트레버(핀 울프하드), 그리고 연인 그루버슨(폴 러드)과 본격적으로 가업을 이어받아 유령퇴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더운 여름, 새 고스트버스터즈가 순조롭게 뉴욕을 누비며 활동하던 중 고대 유물 속에서 깨어난 4천 년 전 유령 가라카(데스칠)의 공격으로 졸지에 얼음왕국이 될 위기에 처한다. 유령을 잡는 건 좋은데 아직 뭐 하나 제대로 팀워크가 만들어지지 않아 매사 삐걱거리던 네 사람은 좌충우돌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임무 도중 곳곳이 파괴되어 버리자 뉴욕 시장은 이를 빌미로 피비의 활동에 제약을 걸어 버리고. 핵심 멤버가 빠진 고스트버스터즈는 더욱 난항을 겪지만, 트레버와 피비 남매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환상의 호흡을 펼친다. 게다가 할아버지의 동료였던 오리지널 버스터까지 본격적으로 합세해 얼어붙은 저주의 도시를 구하게 된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다. 추억은 되살리고 교체된 멤버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팬 서비스 같은 영화다. 원작 <고스트버스터즈>(1984), <고스트버스터즈 2>(1989)의 40여 년 만의 시리즈인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2021)의 후속편이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연출을 맡은 ‘제이슨 라이트맨’은 원작의 감독 ‘이반 라이트맨’의 아들로 <주노>, <인 디 에어>를 연출했다. 영화 속에서 캘리와 남매가 가족사업을 이은 것처럼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 받은 묘한 평행이론은 시퀄의 의미를 더한다.
세대교체뿐만 아니다. 전편에서 지방 도시(오클라마호주 섬머빌)로 한정했던 공간을 본거지 뉴욕으로 확장하게 되었다. 3년 만에 찾아온 2편은 전편의 공동 각본과 총괄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길 키넌’이 맡았다. 원작을 존중하면서 가족을 테마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것처럼 오락적 재미뿐만 아니라 원년 멤버에게 헌정하는 메시지와 원작 오마주가 가득한 이야기가 되었다.
골수팬과 MZ 관객 모두 잡는 이야기
70대가 되어버린 피터 뱅크먼 역의 ‘빌 머레이’, 레이 스탠츠 역의 ‘댄 애크로이드’, 윈스턴 제드모어 역의 ‘어니 허드슨’, 전화접수원이자 비서였던 제닌 멜니츠 역의 ‘애니 포츠’까지 총출동했다. 골수팬은 붙잡고 새 관객을 영입해야 하는 목적이 뚜렷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레이 파커 주니어가 부른 주제곡이 나오면 자동으로 들썩인다. 오리지널 고스트인 마시멜로맨과 먹깨비의 비중이 커져 반가움을 안긴다. 새로운 고스트인 하수구 드래곤, 도서관 유령, 빙의 유령, 멜로디 등의 출현으로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형성된다.
최종 빌런에는 유령의 신이자 망령의 수장 고대 유령까지 소환한다. 왕의 심복이었으나 토사구팽이 후 힘의 원천인 뿔이 잘려 힘쓰지 못하게 되자 증오심을 품게 된 악의 화신이다. 인간의 뼈와 피를 얼음으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으로 온 세상을 파괴하려 했지만 파이어 마스터즈에 의해 구체안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 21세기 뉴욕에서 깨어난 가라카는 뉴욕의 모든 유령을 모아 군대를 모으기 위한 계략을 펼친다. 가라카는 니켈과 아연으로 만든 양성자 광선 프로톤 팩(구형)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고안 끝에 염력 에너지를 높이고 황동을 추가한 신형 팩까지 만들어야만 했는데 이와 같은 아이디어는 괴짜 천재 피비로부터 파생되었다.
시그니처 장비인 RTV(Remote Trap Vehicle 원격 조종 유령덫 차량)는 드론으로 대체되고 자동차 엑토1(ECTO-1)은 전편에서 이미 업그레이드되었다. 차량 문이 개방되며 사수석이 튀어나와 유령을 쫓을 수 있다. 오토바이도 등장해 세월의 흐름과 기술 발전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고스트를 격리 및 연구하는 공간의 활용을 읽는 재미도 더한다. 잡은 고스트를 격리하는 유닛의 소방서가 포화되자 원년 멤버 윈스턴 제드모어는 폐수족관을 리뉴얼 해 초자연 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컴퓨터나 기계의 구현 방식이 80년대 스타일이다. 아날로그적인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이 묘한 결합이 20세기와 21세기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 자연스레 세대교체를 이끌어 준다.
1984년 영화부터 좋아한 골수팬부터 40년이 지난 MZ 세대까지 모두 끌어안을 수 있도록 어드벤처 장르로 태세 전환한 무난한 시리즈다. 원작의 매력과 정체성을 계승해나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새로운 방법을 찾은 사례라 하겠다. 다만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섞이지 못해 번잡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