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발령 난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와 사이버팀이 공조하며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두 번의 천만 관객을 모았던 액션 프랜차이즈로 네 번째 영화다.
새로운 빌런의 합류
마석도라는 괴물 형사가 범죄자를 응징하는 메인 스토리를 필두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화를 소환한다. 시리즈별 빌런이 누가 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에도 두 명이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으로 잔혹한 살상 행위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백창기 역에 김무열과 과거 천재 CEO였으나 지금은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의 오너 장동철 역에 이동휘가 합류했다.
마동석은 2019년 영화 <악인전>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을 토대로 김무열의 다양한 무술 경력을 캐스팅 이유로 꼽았다. 백창기는 전문적으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기술을 지녔기 때문에 표정이나 미동도 없이 상대방의 급소를 명확하게 찌른다. 앞선 3편 중 마석도와 가장 대등하게 싸워 밀리지 않을 기술력을 갖춘 최강 빌런이다. 초반부터 쌓아 올린 분노는 후반부 비행기 장면에서 명쾌하게 터진다.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백창기의 막강함으로 마석도의 주먹이 상처 입는다. 그동안 슈퍼 히어로가 아닌 인간이었다는 증거를 살짝 드러내는 포인트다. 악인을 잡아야 한다는 궁극적인 정의 실현이 목표지만 더 이상 선한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감정이 격해진 탓이다. 납작했던 마석도의 서사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밋밋한 서사가 걸림돌이었던 문제점을 보완한 발전이라 할만하다.
온라인 카지노 범죄는 폭력조직과 브레인이 협력하는 사례가 다수다. 특히 폭력배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신고한다고 해도 보복을 당하거나, 빚 받으러 어디든 쫓아다닌다는 특성이 잘 드러난다. 이동휘가 맡은 장동철은 본인만 재미있는 농담으로 주변을 싸늘하게 만드는 빌런으로 백창기를 향한 은근한 열등감의 소유자다. 둘은 초반에는 수평적인 구도지만 조금씩 엇나가면서 파국을 맞는데 그 순간을 지켜보는 쾌감도 있다.
마석도의 핵펀치 괴력은 여전
<범죄도시 4>는 2018년을 배경으로 사이버 범죄, 해외 불법 카지노를 다룬다. <범죄도시>의 연출자였던 강윤성 감독의 시리즈 [카지노]와 유사한 소재와 필리핀 배경이다. 1편부터 3편까지의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카메오 출현으로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등장해 웃음을 준다.
3편이 오락적인 재미를 추구했다면 4편은 묵직한 드라마가 중심이다. 그러나 범죄도시의 정체성이라고 할만한 유머와 재미는 빠지지 않는다. 신 스틸러 장이수 역의 박지환을 소환해 마석도와 또다시 엮인다. 둘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 말장난, 사이버 수사대와의 공조 등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적당한 선을 지킨다.
마석도는 복서 출신 형사다. 주먹 한 방이면 기절해 버릴 정도의 괴력을 지녔는데 이번 편에서 복싱 스타일을 차별화했다. 1, 2편은 슬러거 타입의 복싱을 선보였지만 실제 복싱과 차이가 있어 3편에서 정교한 인파이팅, 아웃파이팅 복싱으로 전향했다. 4편에서는 1,2,3편의 복싱 기술을 합쳤는데 잔기술은 배제하고 파워를 담은 묵직한 복싱으로 디자인했다.
시리즈물 최초 트리플 천만의 가능성
<범죄도시> 시리즈는 독보적인 위치의 프랜차이즈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가문의 영광>이 6편, <공공의 적>이 3편까지 나온 전례가 있으나, 범죄 액션 장르 중에서는 8편까지 최장, 최초의 시리즈다. 시리즈의 주연이자 제작, 원안, 각색에도 참여했다. 마동석은 “1편을 찍을 때 이미 시리즈를 논의했다. 프랜차이즈는 오랜 꿈이자, <범죄도시>는 영혼과 뼈를 갈아 넣은 작품이다”라는 말로 애정을 드러냈다.
결국 캐릭터의 매력을 중심으로 서스펜스, 유머, 액션의 삼박자의 변주를 통해 엔터테이닝의 효과의 영화다. 2017년 추석 명절 시즌에 개봉한 <범죄도시>는 <남한산성>, <킹스맨: 골드 서클>에 가려 주목받지 않았지만 의외의 성적으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소포모어 징크스도 없었다. <범죄도시 2, 3>은 팬데믹의 악화로 극장 전반이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람들은 왜 범죄도시에 열광할까.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마석도의 통쾌한 주먹으로 풀고 싶어 하는 관객 니즈를 충족한 성공사례다. 결국 성공하는 영화는 관객의 재미라는 기본명제에 충실한 영화가 <범죄도시>임을 입증한다.
현재 극장가는 <파묘>의 천만 관객 스코어를 기록하며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범죄도시 4>는 전편의 오마주나 마석도의 타율 높은 애드리브까지 여전한 재미를 보장하는 새 시리즈다. 더불어 개봉 첫 주에는 경쟁작까지 없는 상황이다. 과연 기대감과 식상함 사이에서 얼마만큼의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