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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25. 2024

<챌린저스> 내 남편의 친구도 좋아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     


주니어 대회부터 두각을 나타내 스타급 인기를 누리던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는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코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시간은 흘러 대학 동문이자 친구였던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결혼해 프로 선수의 코치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세상은 타시와 아트의 조합을 늘 궁금해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둘의 관계, 사생활, 성적까지 모두가 관심사다. 하지만 아트는 요즘 부쩍 힘에 부친다. 테니스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귀여운 딸과의 시간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오직 운동과 철저한 식단 관리에만 신경 써야 하는 하루가 괴롭다. 연이은 슬럼프까지 겹쳐 선수 생활은 물론 타시의 경력까지 망치게 될 위기다.     

 

그러던 어느 날,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고 생각한 타시는 아트의 실력 회복을 위해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하도록 독려한다. 우연히 그곳에서 아트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자신의 전 남자친구인 패트릭(조쉬 오코너)과 재회하게 된다. 남편과 전 남자친구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수록 타시는 불편하면서도 짜릿한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흔들린다. 마치 전성기로 되돌아간 듯 심장이 두근거리고, 신경이 곤두선다.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연애와 스포츠경쟁과 질투 사이에서     


영화는 시종일관 아드레날린, 도파민, 페로몬, 스태미나 등 온갖 호르몬을 발산하게 해 관객의 의자를 비좁게 만든다. 사랑과 욕망, 금기의 심리 묘사에 탁월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작품의 인장이다. 탁월한 장기가 이번에는 스포츠와 만나 시너지가 터진다. 연애를 테니스와 결합해 한 여자를 네트 사이에 두고 끝나지 않는 승부를 다루도록 구성했다.     


복잡한 감정을 숨겨야 하는 상대방과 관계 놀이인 연애와 욕망을 통제하며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 봐야 하는 스포츠의 익사이팅한 속성과 닮았다. 밀고 당기는 연애, 삼각관계의 애증, 팽팽한 관계를 넘어선 도발, 빼앗고 뺏긴 공(마음)이 어디로 튈지 몰라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서로가 서로에게 극심한 자극과 동기 부여되는 탄탄하고 완벽한 삼각관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관계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은유가 가득하다. 세 남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말하는 ‘폴리아모리’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세 배우의 치명적 매력은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미장센과 비주얼에 진심인 감독답게 대세 배우의 아름다움과 어울리는 복잡 미묘한 관계가 테니스 코트 위에서 펼쳐진다. 할리우드의 대세 아이콘 젠데이아의 빛나는 매력뿐만 아니라, 절친한 친구이자 경쟁상대로 등장하는 조쉬 오코너와 마이크 파이스트는 불과 얼음의 속성처럼 자유자재로 헐떡인다.      


음악 또한 놓칠 수 없는 감독의 시그니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Mystery of Love’에 버금가는 ‘Compress/Repress’는 아트와 패트릭의 시합에 쓰여 영화적 순간을 만든다. 세 사람의 역학관계를 드러내는 감각적인 음악은 경쟁과 질투의 마음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테니스 룰을 몰라도 충분히 세 사람의 마음에 기대 따라가기 충분하다.     


이야기가 생겨나 퍼지면서 시작된 고전 중의 고전이 되어버린 삼각관계 소재를 맛깔스럽게 버무린 힘이다. ‘저스틴 커리츠케스’의 각본으로 닳고 닳은 클리셰에 변주를 주었다. 저스틴 커리츠케스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감독 ‘셀린 송’의 남편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차기작 <퀴어>의 각본도 썼다.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커플 이야기꾼의 재능이 발휘된 순간이다. 여담이지만 부부는 공교롭게도 삼각관계에서 발현된 심리 관계에 주목했는데 대체 둘의 연애사는 어땠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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