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최고의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는 6년째 글로벌 스타 톰(애런 존슨)의 대역을 맡고 있다. 톰이 액션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공은 어찌 보면 콜트의 도움이 컸다. 강도 높은 액션까지 직접 했다며 거들먹거리지만 콜트는 뭐라고 반박할 수 없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톰에게 쏟아졌고 콜트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사는 데 익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감독 조디(에밀리 블런트)와 영화 촬영 현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힘들고 지쳤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현장은 언제나 활기 넘쳤다. 천연 도파민이 따로 없었다. 그녀가 있어 현장은 살아있음 그 자체였다.
하지만 중요한 장면을 앞두고 콜트는 추락 사고로 허리가 부러진다. 극심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그날 이후 잠적까지 해버려 조디와 자동 이별하게 된다. 18개월 후 프로듀서 게일(해나 워딩엄)은 조디가 <메탈 스톰>이란 영화로 감독으로 데뷔한다며 복귀를 제안한다.
자존심이 무너지고 수치심이 채워져 잠수 이별을 선택했던 콜트는 어떻게든 관계를 극복하고 싶어 영화 현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정작 주연 배우 톰이 실종된다. 이러다가 촬영이 중단될 것만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조디의 첫 영화를 구하기 위해 콜트는 위험을 감수하며 톰을 찾는다.
‘범죄도시’ 독주 ‘스턴트맨’이 막을까?
5월 극장가는 황금연휴를 맞아 분주하다. 현재 <범죄도시 4>가 스크린 독과점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외화가 개봉해 관심을 끌고 있다. <스턴트맨>은 극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영화적 순간을 담아 관객을 스크린 너머로 초대한다. 로맨스와 스턴트라는 사뭇 어색한 소재를 유머로 붙여 놓은 블록버스터다.
‘글렌 A. 라슨’의 ABC 방영 TV 시리즈 [더 폴 가이](1981~1986)를 원작으로 한다. 마치 영화 속 숨은 영웅에게 경의를 표하는 러브레터 같다. 스턴트 퍼포머의 기원을 따지면 무성 영화 스타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헤럴드 로이드와 겹친다. 대사 없이 몸으로 대사를 표현해야 했는데 안전장치 없이 소화한 스턴트 액션의 대가로 불린다.
<스턴트맨>은 완벽한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라이언 고슬링’과 ‘에밀리 블런트’가 만나 환상의 티키타카 호흡을 펼친다. <데드풀 2>의 감독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스턴트맨 출신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노고에 존경을 담아 완성했다. 또한 라이언 고슬링은 <드라이브>에서 자동차 스턴트맨이자 범죄자의 도주를 돕는 운전사 역할 했었다. 이 또한 묘한 평행이론으로 느껴져 곱씹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 속 위험한 순간을 대신하는 스턴트맨은 목숨 걸고 연기하지만 왜 오스카 트로피를 받을 수 없는 걸까?’라는 의문도 뒤따른다. 생고생은 스턴트맨이 하고 영광은 배우가 받는 아이러니를 풍자하고 있다. 찢기고 구르고 불타고 떨어져도 언제나 ‘엄지척’을 들어 올리며 괜찮다고 말하는 허세가 웃프지만. 그것마저도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스턴트의 고충으로 상징된다.
파쿠르, 카체이싱, 고공낙하, 격투, 총격 장면 등 눈을 뗄 수 없는 할리우드 자본력의 최정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카체이싱 장면은 기네스북 기록을 세웠다. <007 카지노 로얄>(2006)에서 스턴트맨 ‘아담 킬러’가 보유했던 7번의 캐논 롤(자동차가 회전하는 고전 스턴트 기술)을 경신한 8바퀴 반의 기록은 18년 만에 깨져 화제다.
그렇다고 스턴트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다. 사내 커플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 불편해진 관계를 개선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의 나열이 흥미롭다. 옛 연인을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소심한 복수를 하거나, 상대의 마음을 떠보는 모습은 지질하면서도 귀엽다.
청승맞게 좋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짓거나, 혼자만의 착각으로 한발 앞서가는 상상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몸이 이미 상대를 향해 있는 언행 불일치는 당혹스러움을 안기겠지만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처럼 철벽치지 못하고 자꾸만 플러팅을 주고받는 옛 연인은 관성처럼 끌리게 되어 있다. 연애를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공감할 에피소드가 다양하다. 빵빵 터지는 액션으로 도파민이 치솟는 만큼 잠자고 있던 연애 세포를 깨우는 꽁냥꽁냥한 분위기로 달짝지근한 마음까지 쌍끌이 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