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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l 25. 2024

<데드풀과 울버린> MCU의 구세주가 된 데드풀


오랜만에 MCU 로고송을 극장에서 듣는 짧은 순간, 죽어 있던 세포가 살아났다. 엔싱크의 ‘Bye Bye Bye’로 시작하는 인트로부터 기대감이 커진다. 데드풀의 입담으로 정신없는 가운데 뼈와 살이 터지는 헤모글로빈 파티가 시작된다. <데드풀 2> 이후 빨간 슈트를 입은 히어로가 화면을 장악하자 반가움이 커졌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두 편의 <데드풀> 시리즈의 새로운 시리즈이자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 각본, 제작에 참여해 애정을 쏟은 영화다. 감독 ‘숀 레비’는 <프리 가이>, <리얼 스틸>로 라이언 레이놀즈, 휴 잭맨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할리우드의 소문난 절친인 세 사람이 10년 이상 공들인 결과로 데드풀과 울버린 프로젝트가 성사되었다.     


 <로건>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울버린의 부활로 ‘휴 잭맨’이 합류, 티키타카 호흡으로 웃음을 쏟아낸다. 지난 2일 한국을 찾은 휴 잭맨은 “24년간 연기한 울버린이 등장하는 10번째 영화다. 최고 버전의 울버린을 만드는 데 공들인 사람이 바로 라이언 레이놀즈다”라며 본인보다 울버린, 로건에 진심인 사람이 라이언 레이놀즈라고 답했다.      


어벤져스 면접 탈락한 데드풀의 기사회생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데드풀을 그만두고 중고차 딜러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생일파티 도중 갑자기 시간 변동 관리국(TVA)에 끌려가게 된다. 사실 예전부터 MCU에 합류해 세상을 구할 어벤져스가 되고 싶었던 데드풀은 대차게 거절당해 상심이 컸었다.     


시간 변동 관리국의 미스터 패러독스는 귀가 솔깃한 일을 제안한다. 울버린(휴 잭맨)이 죽고 난 후 주축 인물이 사라졌고 신성한 타임라인을 누군가는 구해야 한다고 말이다. ‘드디어 의미 있는 일을 할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기쁨도 잠시,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는 세계를 완전히 파괴해야 한단다. 한 우주의 죽음을 대가로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진 데드풀은 타임리퍼를 빼앗아 일단 살아있는 울버린을 찾으러 여러 타임라인을 넘나든다.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을 드디어 찾았지만 하필이면 최악의 울버린이었다. 그는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울 비장의 무기를 안고 있던 데드풀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울버린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향해 한 걸을 나아가기로 결심하고야 만다.  

   

복잡한 세계관 높은 진입장벽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MCU 편입 후 처음 선보이는 데드풀 시리즈는 최초의 디즈니 히어로 청불 등급 영화다. 현관(혐오 관계)로 시작해 우정을 나누고 지구까지 지키는 이야기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공통점이 있다. 캐나다인이면서 힐링 팩터(재생능력)를 공유한다. 데드풀은 안티 히어로, 울버린은 다크 히어로다. 그 둘이 만나 고통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나눈다.      


디즈니가 인수하며 데드풀의 수위가 낮아질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여전한 19금 농담과 욕을 즐기는 악동 캐릭터로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한다. 아니 오히려 울버린을 만나 더 수위가 높아졌다. 극 중 스스로 마블의 예수라고 부르는 데드풀의 장난기 가득한 망상은 현실화될 기회로 작용할 듯하다. 

     

20세기 폭스와 디즈니의 영화 세계관 통합이 설득력 있게 진행된다. <엑스맨>, <판타스틱 4>가 MCU 세계관과 합쳐질 수 있었다. 즉, 데드풀과 로건, 엑스맨의 캐릭터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거다. 메인 빌런으로는 <엑스맨>의 프로페서 엑스의 쌍둥이 동생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가 등장한다. 시간 변동 관리국에서 변종의 쓰레기장이라 불리는 보이드에서 거대한 폭풍 알리오스와 공존하는 염력과 텔레파시의 최강자이다. 히어로 세계관을 지지하는 팬을 더욱 단단하게 집결시킬 만한 무기로 철저히 준비했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데드풀의 성격을 살린 번역 또한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한다. 오랜 팬들에게는 덕심을 발휘할 더할 나위 없는 기회겠지만 더 높아진 진입장벽은 새로운 관객의 이입은 포기한 듯 보인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로키] 시즌 1,2를 알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여러 소스까지 제공된다. 라이언 레이놀즈, 휴 잭맨, 숀 레비의 친분이 더해져 좋아하는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고자 했던 최상의 팀워크가 발휘된 좋은 사례라 할만하다. 많은 설정을 세계관에 맞게 통합한 위트 있는 각본과 연출에 박수를 보낸다.     


세대교체 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MCU의 상황을 시원하게 디스 한다. PC 주의와 멀티버스 설정 탓이라는 이유를 대며 실패는 인정하고 앞으로 잘해 나가자며 너스레를 떤다. 패러디, 가족 찬스(레이디 데드풀 역 블레이크 라이블리), 망작 언급(그린 랜턴), 매드맥스 오마주, 여전한 스탠 리의 카메오, 예상 밖의 카메오 출연 등 다양한 영화와 인물이 섞여 있어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멀티버스 데드풀이 울버린에게 말하는 건지, 라이언 레이놀즈가 휴 잭맨에게 하는 말인지 확실하지 않은 제4의 벽을 허무는 지점도 다수 포함이다. 데드풀의 캐릭터성 때문에 가능한 발언과 설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신의 한 수다. 엔딩크레딧에서 20세기 폭스와의 추억 어린 메이킹 영상을 넣은 센스까지 완벽하다. 쿠키 영상은 엔딩크레딧이 끝난 후 바로 공개된다. 보지 않고 나간다면 서운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폭소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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