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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15. 2019

<우행록>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은 추적 스릴러

(츠마부키 사토시 내한 사진)

우행록 : 어리석은 자의 기록, 이시카와 케이, 2016, 愚行錄, Traces of Sin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누쿠이 도쿠로'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을 합니다. 원작 소설이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다나카를 그렸다면 영화는 이미지 작업이기 때문에 다나카의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지 우려와 기대가 함께 되었는데요. <악인>이후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츠마부키 사토시'가 관객의 마음에 버거운 상처를 남기며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 줍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비밀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츠마부키 사토시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범인을 찾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으며, 관객이 스스로 조각난 단서의 퍼즐을 맞추며 해답을 찾아야 하는 독특한 스릴러물인데요. 그로 인해 굉장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며, 캐릭터의 완고함을 쌓고있어 자칫 흐름을 놓칠 수도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사건과 연결되기 위해 겹겹이 쌓은 논리이며, 인간 내면의 깊이감을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영화는 언뜻 보면 크게 두 가지 사건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1년이 되어가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인 일가족 살인 사건을 취재하는 주간지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와 유아 방조죄로 복역 중인 여동생 '미츠코(미츠시마 히카리)'의 고백이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과도 같죠.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미츠시마 히카리




난, 비밀이란 거 엄청 좋아하니까



미궁에 빠진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1년째 취재 중인 다나카는 남편 타코우(코이데 케이스케)와 아내 나츠하라(마츠코토 와카나)의 주변인을 만나면서 건드려서는 안되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사회관계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학교, 직장, 친구, 심지어 가족 간에도 가면을 쓴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 내면을 목격합니다.


 

 현대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은 있다



이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에세이 《나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분절된 자아 '분인(分人)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다양한 캐릭터를 상황, 집단에 따라 다르게 드러냄으로써 융통성 있게 살아가지만, 여러 모습의 나도 나 자신이라는 철학적 질문.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전 세계적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간 군상 우리 주변의 이야기일지도

영화는 사회가 악인을 만드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영화는 '일본은 계급사회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성을 갖습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이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관계, 부모의 학대가 대물림되는 안타까움, 선택할 수 없는 부모 때문에  계급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 그 아이들이 절대 편입될 수 없는 사회를 동경하고 질투하는 마음, 그로 인해 비뚤어진 범죄의 늪에 빠진 사람들 등 다양한 문제를 켜켜이 쌓아가고 있습니다. <우행록 :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때에 따라 다양한 가면 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색도 냄새도 표정도 없는 실체가 없는 인간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는 듯한 첫 장면의 임팩트는  실체가 없는 다나카의 내면을 보여주는 한 조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마지막 버스 장면과도 연결되는데요.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영화적 삽입장면이라고 합니다.



<우행록 : 어리석은 자의 기록> 시네마 톡




이번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때문에 주변에서 계속 우환이 있는 게 아니냐며 걱정할 정도로나 다나카에 몰입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심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더 붙어 하정우 씨와의 연락도 되질 않는다며, 길거리에서 하정우 씨를 만나게 되면 안부를 전해달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하정우와 한일 합작영화 <보트>로 인연을 맺어 친분 또한 투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분절된 자아, 그 조각을 채워야하는 밀도 있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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