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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16. 2019

<미래의 미라이> 믿고 보는 '호소다 마모루'월드!

유년시절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未来のミライ, Mirai, 2018



영화 <미래의 미라이>는 아내 친정집에 모인 친척 모습에 영감받아 <썸머 워즈>를,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 <늑대아이>를, 첫째가 태어난 후 <괴물의 아이>를, 그 아이가 네 살 되던 해 "아빠! 오늘 꿈에서 나보다 더 커진 동생을 만났어!"라는 말에 영감받아 만든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갓 태어난 동생을 한껏 질투하는 아들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동생이 태어나는 기분은 연인이 나를 두고 바람피울 때와 비슷한 질투의 감정이라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나며 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윳코의 꼬리를 달고 좋아하는 쿤 ♥ 너무 귀엽다!



또한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감독의 경험이 녹아있는 전작들처럼 타임리프, 가상현실, 꿈과 환상의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이번에도 '가족'이 테마. 가족과 집은 서로를 이어주는 든든한 울타리인데요. 통유리와 계단을 활용한 독특한 집의 구조를 자칫 답답해질 수 있는 한정성을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입니다. 이런 설정은 계단과 마당을 넘나들며 자라난다는 의도가 반영된 구성이라 짐작합니다.



실제 딸아이와 강아지의 이름까지 똑같은 감독의 애정이 투영된 패밀리 무비라 해도 좋겠는데요. 사진 같은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작화는  마음 구석구석을 청소해 주는 무공해 힐링 무비입니다.



받기 위한 몸부림, 인류 공통의 가치


© 쿤은 미라이로 인해 질투의 화신이 된다
모두가  '미라이'만 좋아해   
난 '미라이 안 좋아!       
'쿤'은 '미라이'오빠 아니야!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자라던 네 살 인생 최대 위기가 찾아옵니다.  첫눈 오던 날 여동생 미라이가 태어나고 미라이에게 모든 관심이 생기며 질투하는 아이 쿤은 어느 날,  미래에서 온 여동생 미라이를 만나게 되는데요. 반려견 윳코가 인간이 되어 말하고, 어린 시절의 엄마, 증조할아버지도 만나면서 모험과 성장을 이루는 이야기입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스러워



첫 째이자, 오빠, 네 살배기 꼬마 쿤의 눈으로 바라본 영화는 육아 중인 부모, 동생 있는 첫 째, 그리고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한데요. 쿤은 윳코와 함께 히나인형을 정리하며 동생 미라이와 동료의식이 생기고,  과거의 엄마와 만나면서 손이 많이 가는 아이에게 더 관심이 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 나도 동생이 태어났을 때 저런 마음이었나 새삼 미안해졌다


관람 내내 나도 동생이 태어났을 때 저랬을까 만감이 교차되었고, 보조바퀴를 떼고 자전거를 배우던 기억이 떠올라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은 있는 거야'라는 말에 서툴렀던 지난날을 응원받는 듯했는데요. 이런 게 호소다 마모루 마법이구나! 새삼 감탄하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통해 어른을 봅니다


© 쿤과 미라이를 통해 우리 모두 성장하는 이야기



아이는 어른의 거울입니다. 우리 모두 낯설고 서툴렀던 처음을 극복하고 어른이 되었습니다. 영화 속 쿤은 동생을 미워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성장합니다. 아빠는 첫째 쿤이 태어났을 때 일터로 도망갔지만 미라이를 직접 키우면서 진짜 아빠가 되어갑니다. 엄마 또한 직장과 육아를 겸하면서 돈독해진 부부 사이를 확인했습니다. 영화는 태어남과 죽음으로 순환하는 한 가족의 역사이면서 인류의 이야기입니다.


사소한 일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우리가 있듯이 가족의 의미가 희미해진 시대 구성원의 노력을 통해 진정한 가족을 만들 수 있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라이는 일본어로 '미래'입니다.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과 아이는 어른의 미래라는 뜻이 이중적으로 쓰였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자라나는 아이들임을 까먹을 때마다 이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 또... 또 해줘..


'호소다 마모루'감독의 3년만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는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아시아 최초 골든글로브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목소리 더빙은 쿠로키 하루, 야쿠쇼 코지, 후쿠야마 마사하루, 호시노 겐, 아소 구미코 등이 맡았으며 미국 더빙판은 존 조(아빠), 대니얼 대 킴(증조할아버지) 등 한국계 배우들의 참여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 한글 표지판을 찾았다



덧, 일본을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도쿄역의 표지판에서 한국어와 아랍어도 보았고요. 마치 실사 같은 작화로 유명한 '스튜디오 치즈'의 작품인 만큼 도쿄역에 한글 표지판이 있는지도 궁금하더라고요. 엔딩크레딧의 삽화를 보다가 한국 이름도 낯설지 않게 보기도 했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사소한 일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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