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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21. 2019

<베스와 베라>끔찍해, 도망쳐! 너의 고스트 랜드로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파스칼 로지에' 감독의 7년만의 신작

© 배스와 베라,  파스칼 로지에, Incident in a Ghost Land, 2018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기에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이란 <기담>과 1,2위를 다투는 영화입니다. 2009년 제13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그 경악스러움은 10년 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고통스러운 감각이 되살아나는 악몽입니다. 지금도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는 마스터피스였습니다.


'파스칼 로지에'의 신작 <베스와 베라>를 공포영화답게 자정 시사회로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감독의 이름을 다시 확인했던 영화였습니다. 뭔가가 더  있겠지 하며 자극적인 공포를 원하는 관객에는  김빠진 미지근한 콜라를 마신 것 같을 겁니다. 기분 나쁜 달큰함으로 다가오는 B급 정서의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 영화 <베스와 베라>


과연 엄청난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후 7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파스칼 로지에'가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던 사연이 무엇일까? 혹시 세상과 담쌓고 살았던 것일까? 영화 본 후  감독의 의도가  궁금했던, 조금은  갸우뚱거리는 작품이었습니다. 무섭지도 잔인하지도 않아 아쉬웠지만 만약  베스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 또한 그랬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드는 영화더군요.  자기 전에도 며칠 후에도 자꾸만  곱씹게 되는 은근한 공포 영화였습니다.



 © 괴한의 정체는 끔찍하다



<베스와 베라>는  어린 시절 집을 찾아온 괴한에서 감금된 채 끔찍한 폭력과 학대를 당하는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베라는 그 사건 이후 되풀이되는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펼치게 되는데요.  현실과 꿈, 망상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포악한 현실을 피해 자신이 만들어 놓은 허상 속으로 도망치게 되는 베라.  마치 오래된 유령의 집, 인형의 집 같은 기묘한 분위기가 더해져,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중후반부까지 가야 확인할 수 있는 교묘함을 갖습니다.


© <베스와 베라>는 영화 <장화홍련>을 생각나게 한다


괴한의 침입은 끔찍한 상흔을 남겼지만 성인이 된 베스는 트라우마를 승화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죠. 원제

<Incident in a Ghost Land>는 베스가 쓴 소설의 제목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두 자매의 관계를 더 부각시킨 <베스와 베라>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공포 앞에서 맥 없이 무너지고 마는 내면을 향한 스토리텔링을 갖습니다. 베스와 베라의 상반된 성향은 우리 내면에 공존하는 상반된 성향을 이야기합니다. 피를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베스는  끔찍한 공포소설을 쓰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잘난 언니를 질투하지만 사랑해마지않는 동생 베라의 양가적 감정을 다루고 있죠. 우리 또한 그렇지 않나요? 안되는 줄 알면서도 하게 되는 길티 플레져가 공포와 만났다면이란 기분나쁜 상상을 해봤습니다.


© 영화 속 상황이라면 나 또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영화가 전반적으로 뚝뚝 끊어지는 탓에 몰입도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이는 아마 현실과 망상을 온 오프하는 베스의 정신 상태를 의미하며, 누구라도  충격적인 일을 겪는다면 이럴 수 있겠다고 동정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보는 내내 과연 이 시퀀스는 누구의 시점일까 혼란스러움이 가중되는 미스터리한 영화입니다.


정리하자면! 앞서 이야기한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스타일을 기대하고 봤다가는 크게 실망할지 모르겠으나, <유전> 같이 조금씩, 서서히 스며드는 공포영화를 원한다면 추천합니다.



덧, 다만 안타깝게도 전자에 더 가까웠기에 당황스러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함부로 가운뎃손가락을 올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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