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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28. 2019

<쉰들러 리스트> 명작,띵작 25년만의 재개봉

한 사람을 구함은 세상 모두를 구함이다!

쉰들러 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Schindler's List,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개봉 25주년을 맞아 재개봉했습니다. 작지만 다양성 영화관에서 스크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으니 부디 영화관에서 보길 추천합니다.  영화 상영에 앞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짧은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1993년 영화 개봉 당시 보다 인종차별과 혐오가 더 커졌다며 지금이 더욱 위태로운 시기라고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25년 전이나 후나 형태와 형식의 변화만 있을 뿐 비슷한 일이 연일 벌어지는 미시감(과거에 보거나 경험한 경우를 잊고 처음이라고 느끼는 체험)이 느껴졌습니다.



영화는 대부분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습니다.  난민 문제, 전쟁, 인종차별,여성혐오 등 날이 갈수록 쟁점이 심화되고 있을뿐더러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힘의 근원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분노나 증오보다 힘이 센 사랑과 연대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196분이란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명작을  관람해보는 건 어떨까요.






스티븐 스필버그는 일부러 피를 보이지 않기 위해 흑백필름을 사용했다


1939년 어느 날 독일군에 점령당한 폴란드의 도시 크라쿠프(Krakow).  전쟁을 기반으로 성공을 꿈꾸는 독일인  '오스카 쉰들러(리암 니슨)'는 유대인의 냄비 공장을 인수해 인건비를 주지 않고 그들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회계사 '스턴(벤 킹슬리)'을 알게 되면서 그를 전문경영인으로 위임하며 본격적인 파이를 키웁니다. 유대인들은 이 공장을  천국이라 칭합니다. 과연 쉰들러의 공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중후한 자태, 주색에 능한 쉰들러는 혈혈단신 가방을 들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나치당에 가입하고 SS 요원을 뇌물로 매수합니다. 그렇게 전쟁이 심해질수록 사업은 번창하고 쉰들러 또한 돈방석에 앉게 되죠.


아몬 괴트 역의 '랄프 파인즈'와 오스카 쉰들러 역의 '리암 니슨'의 젊은 시절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아몬 괴트(랄프 파인즈)'가 새롭게 유대인 집단 주거지에 부임하면서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발코니에 서서 유태인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극악무도한 취미를 가진 인물입니다. 죽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날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탈출한 사람과 같은 방을 썼다는 이유로 때로는 아무 이유도 없이  쏴 죽입니다. 쉰들러는 필요에 의해 그와 거래하지만  살인 만행을 보며 양심의 가책을 쌓아갑니다.




정말 이 장면에서 숨이 멎었다



영화는 괴트가 한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대학살 장면에서 빨간코트를 입은 소녀를 등장시킵니다. 이는 그동안 소소하게 직원들의 편의를 봐주던 좋은 사장님에서 쉰들러 리스트를 작성한 의인으로 변하는 계기가 됩니다. 말을 타고 언덕 아래에서 잔혹한 현장을 목격한 쉰들러는 점점 악화되는 상황을 지켜본 관객의 눈과 양심입니다.  흑백의 화면에서 또렷한 빨간색은 죽음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쉰들러는 유태인을 구할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가 군수품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가 필요하다며 빼돌린 유대인 명단이 바로 '쉰들러 리스트'입니다. 독일 장교를 온갖 뇌물로 매수해 1,100여 명을 구해냈죠. 그렇게 빼낸 유대인을 고용한 공장은  7개월 동안 제대로 된 생산품 없이 버텨냈습니다. 쉰들러는 유태인들을 위해 벌어들인 재산을 다 날렸고, 그렇게 종전을 맞았습니다.




'이 뱃지면 한 사람을 더 구할 수 있었는데..'라며 자책하는 쉰들러에게 어리석은 인간을 희생으로구한 예수가 생각나기도 했다



유태인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나치당원이었던 쉰들러는 반대로 전범이 되고야 맙니다.  떠나는 쉰들러는 더 구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자책합니다.


이제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쉰들러의 마지막 여정을 걱정하듯 스턴은  금니를 녹여 만든 반지를 건네며 이런 말을 합니다. '한 사람을 구함은 세상 모두를 구함이다'라고요. 이는 탈무드의 오랜 격언이자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있는 이야기입니다. 쉰들러가 구한 유태인은 이로써 후손을 이을 수 있었으니까요.


결국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 때문에 웃고, 사람 때문에 지칩니다.  배신, 증오, 혐오는 사람 때문에 시작됩니다. 하지만 잊고 있는 게 있죠. 바로 사람 때문에  세상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깁니다. 인종을 넘어 사람 자체를 사랑한 쉰들러의 인류애(愛)와 자비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세계관입니다.  처벌할 명분이 있는데도 처벌하지 않는 용서가 진정한 권력임을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쉰들러가 권하는 술을 들지 않던 스턴도 마지막에는 축배를 든다



편견과 인종 차별에 대한 무서운 결과, 인간의 선과 악의 경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쉰들러 리스트의 실제 인물들이 쉰들러의 무덤을 찾는 장면은 먹먹함을 넘어 종교적 숭고함까지 갖게 합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쉽게 외면합니다. 때로는 이런 감정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큰 힘을 갖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부른  전쟁이란 만행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나비효과가 되어 퍼지는 연대의 힘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골이 장대한 리암 니슨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덧, 실제 쉰들러의  상황은 영화와 다른 점도 있습니다. 상영당시 쉰들러의 수많은 여성들과의 불륜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재결합한다는 점,  그가 유태인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점 등 영화는 알려지지 않은 점이나 해명 없이 호도한 부분,  허구적 상상력도 존재합니다.



살아가는데 있어 팩트체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영화적 감동은 영화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이 영화를 스크린에서 감상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영화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시간이 지나도 명작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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