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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04. 2019

<우리가족: 라멘샵> 음식으로 하나 되는 가족이란 끈

우리가족: 라멘샵, 에릭 쿠, Ramen Teh, Ramen Shop, 2018




어렸을 때의 기억은 대부분 감각에 치중됩니다. 특히 맛에 대한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마법이죠.  고로 음식은 기억이고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사이토 타쿠미, 마츠다 세이코



영화는 아버지, 삼촌과 라멘집을 운영하는  '마사토(사이토 타쿠미)'를 통해 용서와 화해를 시도합니다. 급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은 마사토의 정체성을 찾는 발판이 되죠. 마사토는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맛과 가족 관계를  푸드 블로거 '미키(마츠다 세이코)'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게 됩니다. 낯선  싱가포르 음식을 탐색하고, 출생의 비밀과 조우하며, 엄마의  비밀을 풀 단서도 얻습니다.




아버지의 라멘과 어머니의 바쿠테


일본의 라멘과 싱가포르의 바쿠테는 닮았다



일본의 라멘은 오래전 중국의 국수가 바다를 건너가 변형된 사례입니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처음에는 대중적인 음식도 아니었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값싼 재료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멘은 급속도로 인기를 얻었고,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죠.


엄마와 아빠의 요리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완성하려는 마사토



바쿠테는 수프라는 뜻입니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 중국계 싱가포르 노동자들이 먹던 건강식이 변형되었죠. 말 그대로 바,쿠,테는 돼지고기, 뼈, 차를 의미하는데요. 차는 식후 친구와 우정을 돈독하게 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음식입니다



음식은 말이 필요 없는 언어다



라멘과 바쿠테는 닮았습니다. 가난을 벗어나고 풍족함을 채워주던 서민 음식일 뿐만 아니라 마사토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줍니다. 여러 인종과 음식이 섞여  풍성한 맛을 내는 싱가포르의 음식문화는 서로 달랐던 부모 음식의 결합을 상징하는 중요한 모티브죠.  


이로써 마사토는 가족의 화해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요리를 완성하기에 이릅니다.  아버지의 라멘과 어머니의 바쿠테가 만나 '라멘테'가 탄생하는 성장도 맛봅니다.




공복 금지! 본격 식도락 여행 권장 영화


싱가포르는 다민족 국가답게 음식 또한 퓨전 음식이 많다



과연 바쿠테는 어떤 맛일까요? 무척 궁금합니다. 당장 짐 싸들고 싱가포르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영화네요. 그 밖에도 미식의 나라 일본과 다민족 국가 싱가포르의  음식이 소개될뿐더러, 싱가포르 가정식, 길거리 음식, 국민 음식 등  문화, 역사를 덤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각양각색 문화와 음식, 언어가 공존하는 싱가포르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관객을 맞습니다. 공복금지! 본격 식도락 여행 권장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  



<우리가족: 라멘샵>은 종전 70년, 일본과 싱가포르의 외교관계 수립 50년 기획 영화답게 양국 간의 화해와 미래를 '음식'에서 찾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일본에 점령당한 싱가포르는 할머니의 상처로 재현되며, 과거를 모르지만 괴로운 마사토는 지금 세대를 대표합니다.



영화는 소원해진 가족 관계를 음식으로 결합하고, 치유합니다.  증오와 외로움, 슬픈 기억도 뜨끈한 국물 속에 녹여내는 특급 레시피를 공유하는 한편, 음식 영화의 고유한 기능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음식이 부리는 마법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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