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계 트렌드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오컬트, 공포 영화의 상승세입니다. <사바하> 또한 오컬트 장르를 차용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인데요. 전작 <검은 사제들>의 성공을 힘입어 <사바하>에서도 꼼꼼한 서사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흥 종교 집단을 쫓는 박 목사(이정재)는 최근 사슴 동산의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분명 실체가 있는 것 같은 실마리만 있을 뿐 퍼즐을 맞출 조각이 보이지 않는 상황. 답답함을 머금고 사슴 동산을 더 깊게 파보기로 결심합니다.
한 편 16년 전 그것이 태어난 후 정처 없이 떠돌아야 했던 금화(이재인) 네 가족은 최근 이사 왔습니다. 그것은 금화와 쌍둥이인 아이인데, 이름도 없이 감금된 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녀석 나한(박정민)이 등장하면서 세 사람의 이야기가 어떤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박 목사는 관객의 시선과 일치하는 인물입니다.일종의 안내자이자 전달자기도 합니다. 연관 없어 보이는 세 사건이 후반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될 때의 감정을 유발하기 위한 서프펜스죠.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관객은 그들이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그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할 수는 없을 때 서스펜스를 경험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나한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인물입니다.말없이 상황을 지켜보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찾아와 압박을 주는가 하면. 노란 머리와 다르게 어두운 분위기는 풍기는 에너지는 밀도 높은 미스터리를 선사하죠.
'믿음'을 연료 삼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던 나한은 그 믿음으로 무너지는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종교는 아편이라고 한 마르크스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상처 입고 비어 있는 마음에 약과 풍족함을채워주는 것, 바로 종교의 존재 이유일 겁니다.
금화는 쌍둥이 언니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저는 상처 입은 인물입니다.금화 또한 미스터리와 음산함을 품고 있는 은둔자입니다. 폐쇄적인 분위기 탓에 쉽게 접근할 수 없고 시종일관 수상합니다. 언니이자 정체불명의 그것은 미륵에서 악마가 되어버린 타락한 미륵을 처단할 수 있는 또 다른 미륵입니다.
불교에서는 절대악과 절대선이 없다고 합니다. 누구나 수행을 쌓아 미륵의 열반에 들 수 있고, 부처 또한 인간이었으니까요. 겉모습만 보고 선입견을 갖는 우매한 인간에게 돌직구를 날립니다.
마지막으로 김풍 사는 사실 악인이 아닌 살아있는 미륵입니다. 육손을 가지고 있고,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에 든 늙지 않는 인간의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티베트 승려의 예언을 듣고 흔들립니다. 나는 아직 세상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이대로 사라진다면 세상은 더욱 피폐해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살생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도 된다는 잘못된 자기 합리화입니다.
이는 박 목사가 마지막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들뜬 크리스마스의 이면을 소개할 때 나타납니다. 예수의 탄생을 위해 죽어간 수많은 아기들의 희생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바하>는 긴장과 추리로 머리 꽤나 아픈 관객을 위해 웃음 포인트를 적시에 배치해 숨통을 트게 해 줍니다. 박정민과 이재인의 연기는 더 이상 신인이 아닌, 아역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에너지를 뿜습니다. 이 둘의 행보가 앞으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불교, 기독교, 민간 신앙까지 합세한 색채는 디테일한 서사와 충분히 교합합니다.
과연 신의 뜻이란 무엇인가요, 신은 인간을 구해 줄 수 있을까요? 이유 없는 후원은 없는 것처럼, 세상은 생각보다도 훨씬 순수하지 않습니다. 모든 논리는 이해타산이 맞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법이죠. 이것이 태어나면 저것이 죽는 자연 이치에 인간도 포함됩니다. 음양오행의 조화, 먹이사슬의 법칙은 거스를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에게 반드시 대가를 묻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오컬트의 외형을 가진 미스터리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