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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23. 2019

<트윈 픽스> '데이빗 린치' TV시리즈 스핀오프

빨간방에서 허우적거리다



아트나인 에서는 매월 GET9이란 주제로 영화 화요일 늦은 8시 상영을 갖습니다. 2월은 데이빗린치 특별전으로 <멀홀랜드 드라이브>, <이레이저 헤드>,  <트윈 픽스>, <로스트 하이웨이>를 상영하는데요. 도저히 이해하고 싶어도  어려운, 그게 또 매력이기도 한 데이빗 린치의 트윈픽스 를 챙겨보았습니다.



몇 해전 <블루 벨벳> 재개봉을 시작으로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해소되지 않은 물음표를 갖고 <데이빗 린치: 아트 라이프>를 보면 괜찮아 질까 했지만. 거기서도 찾지 못한 답을 에세이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에서도 못 찾아서 포기했던. 아무튼 이상한데 자꾸 끌리고, 꿈속을 헤매는 것 같은 몽환적인 매력이 컬트의 제왕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은 작품들입니다. (이 작품을 몰아서 볼 생각일랑 마세요. 머리에서 쥐납니다..)




알겠으니까 감독님 제발 영화 해석 좀..


삶은 미스터리로 가득한 거야..



참고로 영화 버전에는 '데이비드 보윗'도 깜짝 등장하고, 데이빗 린치를 설명하는 수식어 '#빨간방(꿈, 망상, 무의식의 영역, 의식이 흐름, 미지의 세계, 초감각 공간, 고통이 가득한 곳)'이 등장한다는 점, <블루 벨벳>,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함께한 작곡가 '안젤로 바달라메티'의 음악이라는 점, 페르소나 '카일 맥라클란'이 나온다는 점 등 도저히 놓칠 수가 없죠. 독특한 외모를 풍기는 인물은 모두 모인,  불편한 영화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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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캐치온에서 <트윈 픽스> 시즌 3이 방영했다



그리고 1992년,  별책부록처럼 드라마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스핀 오프 형식으로  영화  <트윈 픽스>를 내놓았습니다. 영화 <트윈 픽스>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려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트윈 픽스>는 시즌 1,2로 1990년 1년 동안 30부작으로 방영된 TV 드라마인데요. 그때 인기는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드라마 오프닝 영상은 파격적이라 이후 <엑스파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캐릭터별로 스토리를 나눠 분량을 맞추면서 산으로 갔고 드라마는 막을 내렸죠. '트윈 픽스(Twin peaks)'는 이름 그대로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 마을 이름이나, 로라의 분열된 자아, 인간의 이중성, 숲과 마을의 기괴하고 음침한 모순 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5년 후에 다시 만나요!, 약속의 제왕 데이빗 린치 감독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드라마의 마지막에 '25년 후에 만나자'라는 대사를 약속이나 한 것처럼 2017년 <트윈 픽스>시즌 3가 8부작으로 공개되었고, 이전 세대의 향수와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지지로 부흥을 이뤘다는 점입니다. 오리지널 배우들이 뭉쳤고, 데이비드 린치 감독과 작품을 함께한 로라 던, 나오미 왓츠, 새롭게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니카 벨루치, 애슐리 쥬드 등이 등장해 비밀을 풀어갑니다. 제왕의 귀환이라 불러 마땅한 드라마 <트윈 픽스> 3은 이상한일이 생기는 동네 '트윈 픽스'로 다시  방문하길 원하고 있죠.




로라 아빠도, 밥 아저씨도 다 무서워 ㅜㅜ



영화 <트윈 픽스>는 TV 드라마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  불친절 합니다. 푸른빛의 알 수 없는 일렁임으로 오프닝이 시작하지만 스탭이름이 다 거론되어야 브라운관의 지지직거리는 모습임을 알아챌 수 있는데요. 알 수 없는 여성의 비명과 둔기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 후 감독이자 각본을 쓴 '데이빗 린치'의 고막 파괴 괴성이 이어집니다. 그리고는  여고생 '테레사 뱅크스' 시체 건을 수사하라는 지시로 두 명의 FBI가 파견되죠. 영화는 TV 드라마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일주일을 담았습니다.



사건의 중심 '로라', 학교퀸이 아니라  2중3중 사생활 퀸



'테라사 뱅크스'사건을 수사하던 FBI 요원이 행방불명 된 후 직관, 초감각, 오컬트 그리고 과학수사가 가능한 재능 있는 요원 '쿠퍼(카일 맥라클란)'가 방문합니다.  1년 후 금발의 고교 퀸 '로라(쉐릴 리)'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로라는 학교와 가정에서 이중생활을 즐겼는데, 밤이 되면 마약과 성매매까지 일삼는 밤의여왕이었죠. 자신을 놓아버릴 때까지 몰아가며 학대합니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 학교 인기짱, 금발의 외모를 갖추고도 텅 비어 있는 듯한 그녀는 사실 12살 때부터 자신을 해한 '밥(bob)'이란 인물 때문에 망가졌죠.



보기만 해도 불쾌한 '악당 밥(프랭크 실바)'은 사실 의상 스텝이었으나, 그를 눈여겨 본 감독에 눈에 들어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병으로 사망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고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괴팍하고 섬뜩한 캐릭터입니다.


커피 마니아 FBI 쿠퍼 요원 역의 '카일 맥라클란'




때문에 TV 시리즈를 보지 않고 영화 <트윈 픽스>를 본 사람은 더없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만, 아름답고 평화로운  트윈 픽스에서 일어난 여고생 살인사건 범인이 영화에서는 등장하기에 그나마 견딜 수 있었습니다. 다만 꿈인지 망상인지 알 수 없는 컬트 스타일, 과장된 표정, 익스트림 클로즈, 이미지 컷, 점프 컷, 무엇보다 수많은 캐릭터가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와 정리하기조차 버거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윈 픽스>는 우리가 직접 보고, 경험했다는 감각을 믿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 했습니다. '데이빗 린치' 작품은 한 번 보면 다 볼 수밖에 없는 마력을 갖습니다.  프로이트가 책이 아닌 영화나 그림을 남겼다면 데이빗 린치 작품이랑 비슷해 질까요? 엄한 상상을 해봤습니다만, 감독 스스로 '내 작품에 결론과 해석을 불허한다'라고 말하기도 했기에 관람자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겁니다.





평점: ★★★★★

한 줄 평: 내 꿈 누가 영화로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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