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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21. 2019

<이창>스릴과 서스펜스 교과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관음

<이창>, 앨프리드 히치콕, Rear Window, 1954



이곳에서 저곳을 본다는 것, 그것도 몰래 훔쳐본다는 관음증, 보이지 않는 부분의 무한 상상, 여자의 직감, 감시하는 CCTV, 이상한 심증이 빚어낸 살인사건 파헤치기!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조차도 카메라의 눈(렌즈)을 통해 보는 또 다른 관음이기에 <이창>이 낳은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리가 부러진 채 의자에 앉아 밖을 보는 제프는 착석해 오직 스크린을 봐야하는 관객과 동일시 되는 인물입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대본을 쓴 김은희 작가는 왕세자의 이름이 '이창'인 이유를 이 영화에서 따왔다고 했는데요. 시대와 나라를 뛰어넘어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은 지금 봐도 심장 떨리고 완벽한  고전영화입니다.


<이창>의 한국 개봉 포스터, 리메이크 버전 영화<디스터비아>, D.J. 카루소, Disturbia, 2007


<이창>은 몰카, CCTV, 블랙박스, 드론 등 다양한 사생활이 24시간 녹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와 오버랩되는 부분도 적잖이 있고, 왜 고전을 봐야 하는지를 실감하는 영화였는데요. 여러 영화에서 레퍼런스로 사랑받고 있는 <이창>은  2007년 '샤이어 라보프' 주연의 <디스터비아>로 리메이크 된 바 있습니다.






관음을 통해 본 현대사회의 윤리학

남자는 관음의 욕망을 카메라로 해결한다


사진 기자인 ‘제프(제임스 스튜어트)’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 집안에서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상의 대부분은 창밖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훔쳐보며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얻습니다. 간호사 ‘스텔라’는 남의 가정사를 다 알려고 하지 말라며 몇 차례 경고하지만 몰래 남의 집을 보는 유일한 낙을 그만 둘 수 없습니다.


제프는 제3자의 시선에서  윤리적인 문제까지 야기될 수 있는 개입,  그 욕망은 도를 지나칩니다. 하 릴없이 엿보던 일에서 그 강도와 망상이 심해지며 괴롭기 짝이 없습니다.


한편, 제프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픈 아내와 남편이 심하게 다투는 것을 본 후 이상함을 느낍니다. 친구에게 이 모든 의중을 털어놓아 보지만, 심증만 가지고 살인사건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곤 한다며 신경 끌 것을 다시 한번 권고받죠.


여기서 히치콕은 윤리성에 질문을 던집니다. 훔쳐보는 행위는 잘못되었지만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히고, 이웃집 여성의 자살을 막는 선행이라면 과연 허용 가능한가라는 의문이죠. 시각적 행위에서 벗어나 실천하는 윤리학을 과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레이스 켈리의 패션 센스를 보는 재미도 추가!


하지만 제프는 집을 나갈 수도 없는 답답한 처지입니다. 며칠째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는 집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미칠 지경입니다.  비 오는 새벽 3시 남편이 큰 가방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본 그는 분명 남편이 부인을 토막 살인냈을 거라 추리합니다. 처음에는 과대망상이라고 걱정하던 애인 ‘리사(그레이스 켈리)’와  간호사 '스텔라'까지 설득한 제프는 완벽한 팀을 꾸려 사건을 직접 파헤치고자 결심하죠.




서스펜스 거장의 영화 기법

영화 <이창>은 스릴과 서스펜스의 교본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관음을 통해 마치 안방에 누워 TV를 보는 듯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육안, 쌍안경, 망원렌즈를 통한 관찰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피아노 치는 남자의 음악과 집에 모여든 사람들의 떠드는 웅성거림은 영화의 BGM으로 활용해 다가올 위협과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불안감과 긴박감, 긴장감을 주는 관객의 감상 즉, '서스펜스(suspense)'를 유도하고 있죠. 관객의 공포 심리를 자극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 등의 장르를 흔히 '스릴러'라고 말합니다. 이로써 <이창>은 서스펜스를 재료로  스릴러라는 장르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용수의 일상을 훔쳐보는 욕망



마치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까지도 결국 맞추어지는 딱 맞는 지그소 퍼즐을 맞추는 기분입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창문과 창문 사이의 간극, 타인에게 무심한 현대인의 초상,  범죄를 목격했음에도 피해가 갈까 신고를 꺼리는  '방관자 효과'까지 아우르는 사회 고발도 서슴지 않습니다.


결정적 단초를 제공하는 '개'는  맥거핀(macguffin)입니다. 관객은 개가 자꾸만 화단을 파헤쳐 관심을 유도해 그 밑에 시체가 있을 거란 심리를 자극합니다. 서로의 무관심 속 가장 활발한 친교활동을 벌이다 남자의 심기를 거스른단 이유로 무기력하게 제거되는데요. 사건의 전말이 확고해질 무렵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맥거핀으로 등장했습니다.



금발 미녀의 전형을 깬 '그레이스 켈리'

우아함의 전형 '그레이스 켈리'


'그레이스 켈리'가 연기한 ‘리사’는 금발, 돈 많은 부잣집 아가씨, 호기심 많고 도전적인 여성입니다. 처음엔 자신의 처지와 맞지 않아 결혼은 부담스럽다고 말하던 제프지만 사건을 함께 풀어가며 서서히 매력을 느끼게 되죠. 친구는 ‘여자의 직감’은 믿을게 못되며, 여자가 뭘 알겠냐며 무시하지만. 제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행동하는 대리인은 리사밖에 없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이창>


결국 지적인 매력은 없을 거란 금발 미녀의 이미지를 깨고 똑똑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됩니다. 우아한 그녀의 말투, 몸짓, 스타일 하나하나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고혹적 아름다움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라 할 수 있죠.


지켜보기만 하는데도 긴장감이 백배,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을 즐기는 ‘히치콕’감독은 이번에는 피아노 치는 남자의 집에서 시계(메트로놈)를 조율하던 사람으로 나왔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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