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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11. 2019

<라스트 미션> '클린트 이스트우드', 거장의 품격

© 라스트 미션, 클린트 이스트우드



<라스트 미션>는 <그랜 토리노>이후 10년 만에 연출과 연기를 겸했으며 <그랜 토리노>의 각본가 '닉 솅크'와 조우한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와 캐릭터(꼬장꼬장한 성격, 한국전 참전용사 등)가 닮았죠. 어쩌면 90이란 거장의 나이를 감안할 때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품격이 녹슬지 않는 시네아스트입니다.


거장의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며, 일생일대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란 이중적인 제목으로 쓰였습니다. 원제는 'The Mule' (노새). 짐을 싣는 노새를 비유하며 말과 당나귀의 교배로 태어난 생식능력 없는 불모의 상징, 누구도 마약 운반책으로 거들떠보지 않았던 '타타'를 말합니다.


일 밖에 모르던 사람이 소원하던 가족과 화해하는 가족영화이자, 범죄에 연루된 해프닝을 다룬 범죄 영화이면서도 길 위의 삶을 기록한 로드무비기도 합니다. 




© 영화 <라스트 미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영화는 뉴욕타임스에서 영감받아 만들어진 실화 바탕 영화인데요. '타타(Tata, 할배)'란 닉네임으로 자발적 마약 운반책이었던'레오 샤프' 이야기를  극화했습니다. 진짜 할아버지일 거란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던 위장술의 달인(위장하지 않은 게 위장인)이었던 남자. 10년 동안 100억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았기에 의심받지 않았던 용의자는 가볍게 수사선상에서 제외되었고, 10년간의 딜리버리로 호황을 누렸죠. 이동진 평론가는 GV에서  '개체의 특성을 집단의 특성으로 오인하는 편견'이라고 말했는데요. 백인 노인은 막말해도 괜찮고,  원래 저렇다는 오해와 편견이 빚은 또 다른 편견,   최대  수혜자인 셈입니다.


<라스트 미션>은 87세 마약운반책 실화영화다



'얼(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성공한 원예가입니다. 하지만 실패한 남편이자 가장이기도 하죠. 이렇게 밖으로만 돌다 딸의 결혼식도 놓치고 가족과 멀어졌습니다. 딸은 아예 아버지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전 부인은 마주칠때마다  뼈 있는 말로 면박 주지만, 사랑스러운 손녀 때문에 가족모임에 참석 가능한 그런 인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잘 나가던 원예 농장은 인터넷의 발달로 파산했고 이제야 가족이 생각났습니다. 일밖에 모르던 젊은 시절을 후회하며 손녀딸 약혼식에서 푸대접을 받던 중 우연한 기회로 일을 시작합니다. 일거리는 얼에게 아주 쉬웠고 최고의 운반책이 되죠. 정해진 곳에 짐을 싣고 배달해주면 될 뿐,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가는게 오히려 고마운, 안전히 도착하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맞춤정장을 입은 듯 캐릭터 자체였다



횟수를 거듭할 수록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점입가경으로 판은 커지고, 애써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는 자기 위안으로 마지막 임무를 떠납니다.  받은 돈은 고물차를 바꾸고,  손녀 결혼식, 참전용사회 리모델링 등 의미 있는 곳에 씁니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른 건 다 사도 시간은 못 사겠더라"



이렇게 가족과 가까워지는 동안 서서히 경찰의 포위망도 좁혀 옵니다. 승승장구하던 얼은 보스가 죽으면서 분위기의 급반전을 맞습니다. 이때부터 잔잔하게 흘러가던 영화가 팽팽한 긴장과 촉박함으로 전환되죠.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



<라스트 미션> 인생의 말미에 느끼는 회한이라 해도 좋습니다. 거창하게 들리지 않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에둘러 하는 걸지도 모르고요. 다른 건 다 사도 시간을 못하겠다는 얼의 마지막 대사는 연륜이 느껴지는  삶의 지혜겠죠.


클린트 이스트우드 자체가 캐릭터에 맞춤정장을 입은 듯 매끄럽고, 매우 설득력있습니다. 190cm의 장신인 그는 실존 인물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구부정한 자세와 걸음걸이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노인. 이기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편견 덩어리 백인 남성이 말년에 벌인 충동적 일이 소원하던 가족의 화해를 이루었습니다. 어떤 일에도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또다시 길에 오른다는 노래 가사가 잘 맞이 떨어지는 분투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영화 <라스트 미션>은 '레오 샤프'를 영화화했다


덧,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마지막(?) 영화에 찬조급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향연입니다. 브래들리 쿠퍼, 로렌스 피시번, 다이앤 위스트, 앤디 가르시아, <더 넌>의 어린 수녀 역을 맡았던  타이사 파미가와 <앤트맨과 와스프>의 마이클 페냐도 참여해 특급 출연진을 보장합니다.



평점: ★★★★

한 줄 평: 거장의 품격이란 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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