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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14. 2019

<더 와이프> 당신의 욕망을 대신 이루어 드립니다.

© 더 와이프, 비욘 룬게



아직도 '글렌 클로즈'의 마지막 대사가 아른거립니다. 조안은 끝까지 비밀을 묻을 작정일까요? 영화 <더 와이프>는 '글랜 클로즈'의 45년 연기를 쏟아부은 역작입니다. 글렌 클로즈로 시작해 글렌 클로즈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다른 배우들은 스쳐가는 잔상으로 기억될 뿐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킹메이커 아내를 연기한 그녀에게 쏠립니다.


영화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위해 평생을 희생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분석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7번의 노미네이트로만  만족해야 했던 2019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인연은 닿지 않았습니만.  여성이란 한계에 부딪혀 선택한 남편과의 비밀스러운 파트너십을 맺은,  모든 것을 이루었지만 모든 것을 망쳐버린 아이러니한 인생을 클렌 클로즈의 명품연기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남성의 성공을 조력한 희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다. 좀 더 복잡하고 내밀한 심리를 풀어내며 누구나 성취를 위해 노력하고 꿈을 좇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 <더 와이프>



작가인 남편 '조셉(조나단 프라이스)'과 아내 '조안(글렌 클로즈)'는 잠 못 이루는 새벽을 견디고 있습니다. 몇 시간 후면 노벨문학상 수상 결과가 나오기 일보 직전. 마침내 남편의 수상 축하 전화가 걸려오고,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스웨덴으로 향합니다.



나는 킹메이커예요.



모든 영광은 남편에게 돌아갑니다. 하지만 남편은 늘 아내의 내조가 있어 완성된 결과라며 아내에게 영광을 돌리죠. 심기 불편하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한 아내는 시간이 흐를수록 견딜 수 없는 욕망이 차오릅니다.거기에 복병도 있습니다. 남편 전기를 쓸  기자는 비밀을 캐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작기인 아들은 아버지의 평가에 불만을 품고 삐딱하기만 합니다. 상 받으러 와서 굉장히 위태로운 상황. 하지만 침착하고 위엄 있는 태도,  지금 그대로 품위를 유지하는 게 우선입니다. 자.. 다 왔어요. 조금 만 힘내요




직업: 킹메이커



영화는 누가 봐도 잉꼬부부인 두 사람 사이에는 충격적인 비밀이 있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평이한 줄거리와 예상 가능한 결말에도 내밀하게 채색한 '글렌 클로즈'의 연기가 압권인  이유입니다. 작가에게 부여된 창작의 고통, 가족의 성공 뒤에 고통받는 가족 구성원의 삶,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작가의 운명, 유리천장을 뚫지 못해 우회한 욕망 등 영화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상처받은 작가만큼 무서운 사람은 없다.



재능이 있지만 사회적 한계에 굴복한 여자. 읽히지 않는 글에 대한 강박으로 킹메이커를 자초한 아내. 이 모든 것은 그녀의 빅피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기 원합니다. 연인, 가족, 사회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여러 이유로 이루기 어렵다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조안은 자신의 재능과  남편의 뻔뻔한 나르시시즘을 양념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을 만들었습니다. 과연 그렇다면 글을 쓴 원작자에게 상을 줘야 할까요? 세상을 관객 삼아 연기한 남편이  받아야 할까요? 삶은 참 아이러니입니다.


노벨 수상자의 주역은 남편인가, 아내인가?



작가는 이야기를 짓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정성을 다해 지은 집에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는다면 건축가의 입장은 어떨까요? 애써 지어낸 이야기를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때의 절망과 고통은 작가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생계가 막막해도 작가는 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혼이 굶주립니다.'라고 말한 젊은 시절의 남편의 위선은 젊은 조안을 자극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역할극을 통해 욕망을 이루었던 걸지도 모르죠. 이번 생의 최종 승리자는 남편이 아닌 아내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인생 최고의 콤비, 그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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