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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15. 2019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남자 위에 있는 여자들

©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요르고스 란티모스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올리비아 콜맨'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애를 안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가 지난 2월 개봉해 순항 중입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영국의 히스테릭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과  오른팔이자 권력 실세 '사라(레이첼 와이즈)',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몰락 귀족이자  욕망 하녀 '애비게일(엠마 스톤)'까지. 매력적인 여배우들의 향연과 '요르고스 란티모스'감독 특유의 기묘함과 날섬이 또한 번 기질을 발휘합니다.



올리비아 콜맨은 18세기 영국의 앤 여왕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역시나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란티모스 감독은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 이후 영어권에 진출하면서도 여전히 자 스타일을 고수하는 감독이었죠.  그만의 시선으로 인간의 민낯을 관찰하기 좋아합니다.  불편하고 괴상해 혐오스러운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독특함에 국내 팬층도 두터운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그리스 사람답게 그리스 신화 차용과 비극적 결말을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는  최초의 시대극이자 직접 각본에 참여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애비게일과 사라 누가 여왕의 총애를 받을 것인가



영화는 18세기  영국의 여왕이었던 앤을 중심으로 권력의 암투와 사랑의 질투를 씨름한 실존 인물 애비게일과 사라의 관계를 조명합니다. 완벽한 삼각관계. 앤은 죽음과 상실감, 잊을만하면 도지는 통풍의 우울감, 광활한 궁의 허전함을 두 여인에게서 얻고자 하죠.  


두 여인 모두 여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 과정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죠.  즉, 여왕의 침실로 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데 사라와 애비게일의 피 튀기는 대결 구조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어안렌즈와 광학렌즈, 180도 패닝 숏은 심리 변화를 잘 보여준다


형식적인 측면도 비틀고자 한 메시지와 비슷합니다. 화려한 의상과 실내장식과 인형의 집을 보는 듯,  광학렌즈와 어안렌즈로 촬영한 듯한  왜곡은 오하려 궁정의 웅장함을 익살스럽게 만듭니다.  여인들을 내세워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 권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화 속 남성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조력자이거나 조롱의 대상으로 그려졌고요. 지금까지 란티모스 작품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화인 건 분명합니다. 드디어 조금 난이도를 낮춰 관객과 호흡하고 싶은 감독의  마음을 살짝궁 엿봤답니다.


18세기 영국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군주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다는 숫자 3. 그래서 예로부터 3이란 숫자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려는 모든 현상에 적용되었습니다. 드디어 앤-사라-애비게일로 이뤄진 삼각구도를 깨어졌을 때 드러나는 진짜 승자를 마지막 장면에서 알아차릴 수 있게 되죠.


영화는 신화와 은유를 좋아하는 란티모스 영화답게 많은 상징물이 등장합니다.  앤 여왕은 토끼를 곁에 두고 살뜰히 챙깁니다.  먼저 보낸  자식들을 생각하며 17마리의 토끼를 키우고 있는데요. 쉽게 바스러지는 나약한 토끼를 보살피는  절대강자.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포식자의 품에서  위험에 노출된 지 모른 채 날뛰는 토끼는 피지배자를 뜻하죠.  



당시 남성은 화려한 복장과 화장이 권위의 상징이자 멋이었다


거위는 겉으로는 프랑스와 영국의 명목뿐인 전쟁을 끝내야 하고, 전쟁자금으로 귀족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치와 향락을 일삼는 귀족을 말합니다. 뒤뚱뒤뚱 거리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거위(거위가 빨라봤자 빠른 동물도 아닐텐데)를 애지중지하는 한 귀족의 행위를 통해 보여줍니다.


결국 앤을 더욱 피페하게 만들고 권력의 실세가 되었다고 느낀 아비게일도 토끼 중의 하나였음을 나중에야 알아차립니다. 그때 느끼는 충격과 공포, 사라도 아비게일도 앤의 부속품일 뿐 한 번도 실세인 적 없었다는 서늘한 공포. 인류문명을 이룩했다는 남자들, 하지만 그  머리 꼭대기에 있는 여자들의 권력, 욕망, 사랑, 질투를  블랙 코미디로 승화했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들, 감당할 수 있겠는가..


덧,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보고 감독의 다른 영화를 찾아보신다면 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겁니다. 불편한 장면과 소리들이 가득하니까요. 하지만 그런 점이 란티모스의 장점이자 매력이란 생각도 합니다. 판단의 당신의 몫!


평점: ★★★★☆

한 줄평 :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중 가장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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