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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26. 2019

<살인마 잭의 집> 살인도 예술이 될 수 있단 자기고백

© 살인마 잭의 집, The House That Jack Built, 2018, 라스 폰 트리에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관람 중 나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던 <살인마 잭의 집>. 그동안 금기, 욕망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5년 만의 신작이기도 합니다. 잭은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재해석한 인물인데요. 살인을 예술이라 말하는 그와 살인 및 지옥 경험은 물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고해성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잭'은 다양한 메타포로 활용된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한국에서는 무삭제판으로 개봉!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해 공포감과 현장감이 살아 있었습니다. 마치 내가 그 현장을 직접 경험하거나 본 것 같은 두근거림이 배가 되었고 152분이란 러닝타임 동안 지치기도 했습니다. 불쾌하기도 혐오스럽기도 했지만  버티고 또 버틴 끝에 드디어  마지막의 통쾌한 사이다로 보상받을 수 있었는데요. 잭이 잭으로 첫 살인을 저지를 때의 자기변명이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에 와서야 레이 찰스의  'Hit the road jack(잭을 쫓아내야겠어요)'로 쓰인다니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완벽한 수미상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잭은 자신을 건축자이자 예술가라 칭한다


영화는 많은 은유를 통해 살인을 비유합니다. 잭은 기술자지만 건축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집을 짓고 싶어 해 설계부터 탄탄히 노력하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하죠. 이에 버지는 집을 지으려던 본질은 어디 가고 살인을 하게 되었냐고 묻습니다. 잭은 노력을 해봤지만 딱히 이룰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대죠. 그러나 버지는 그 집 짓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자재가 이미 쌓여 있으니 스스로 움직이게 놔두면 된다며 다른 집을 지어 볼 것을 권유합니다. 그렇게  잭의 집은 쓸쓸한 냉동창고의 시체들과 기괴한 완성을 이룹니다.



미술, 음악, 문학, 건축 등 다양한 은유가 가득, 많이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영화다


잭은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오역해 살인을 정당화합니다. 양과 호랑이는 서로를 위해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신이 만들어 냈다는 겁니다. 자연에서 호랑이가 양을 죽이는 것처럼 예술가의 본성도 이와 같다고 주장합니다. 살인은 세상을 위한 당연한 일이고 대의를 위한 예술은 괜찮다는 자기 논리인 셈이죠.


잭은 ' 바흐 파르티타 2번 다 단조 작품 826(Partita No.2 in C minor, BWV 826)'을 재해석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연주를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글렌 굴드는 바흐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바흐: 골든베르크 변주곡>으로 명성을 얻은 천재 피아니스트입니다. 그의 음악처럼 잭은 나르시시즘과 강박증, 결벽증이 천재의 요건이며, 이들이  모여 살인 변주곡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단테의 조각배'를 차용한 모습


마침내 다섯 번째 살인을 시작하려는 순간  지옥의 안내자 버지가 나타납니다. 그와 함께 지옥으로 향하는 험난한 과정은 지금까지 보아온 지옥의 현실적인 버전이면서도 미술작품에서 영감받은 클래식한 분위기도 풍깁니다. 영화는 내내 단테의 《신곡: 지옥편》이 생각났고, 마지막에 가서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단테의 조각배>를 대놓고 오마주 한 듯합니다.  


역시 '라스 폰 트리에'가 가장 잘하는 일은  추악한 부분을  세상으로 드러내는 자신감, 날카롭게 내면을 도려낸 시각적 연출, 잘 차려낸 기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와일드 씽>에서 보여준 이중성이 아직도 생생한 중년의 '맷 딜런'도 반가웠습니다. 그런 얼굴로 연기하는 연쇄살인마의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이기까지 했으니까요.



오랜만의 맷 딜런


그밖에 <살인마 잭의 집>은 주연 같은 조연들의 향연도 이어집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우마 서먼'과 '시옵한 폴론',  미쳐 날뛰는 잭을 당근과 채찍을 들고 지옥으로 안내하는 자 버지 역의 '브루노 강쯔', 뜨고 있는 신예 '라일리 코프' 등 탄탄한 주연급 조연들의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합니다.


유지태 배우가 깜짝 등장한다


그밖에 <살인마 잭의 집>은 주연 같은 조연들의 향연도 이어집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우마 서먼'과 '시옵한 폴론',  미쳐 날뛰는 잭을 당근과 채찍을 들고 지옥으로 안내하는 자 버지 역의 '브루노 강쯔', 뜨고 있는 신예 '라일리 코프' 등 탄탄한 주연급 조연들의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합니다.


마지막까지 눈을 크게 뜨고  관람한다면 낯익은 얼굴 유지태 배우를 볼 수 있으니 인내심을 장착하고 함께 지옥으로 떠나볼 준비되셨나요? (단, <신과 함께> 지옥보다 더할 수 있으니 멘탈을 붙들어요!)


덧, 그 와중에 '데이빗 보위'의 'Fame'이나 '글렌 굴드'의 '바흐 파르티타 2번 다 단조 작품 826'은 왜 이리도 꽂히는 건지요..



평점: ★★★★

한 줄 평: 잭으로 시작해 잭으로 끝나는 완벽한 수미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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