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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29. 2019

<강변호텔> 더 휘감아치는 홍상수 감독의 자기고백

© 강변호텔, Hotel by the River, 2018, 홍상수



한 남자가 강변의 호텔에 투숙하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두 아들을 자신의 호텔로 부릅니다. 두 아들을 도착해 1층 커피숍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데 아버지는 같은 공간 다른 자리에서 깜박 잠이 들어 버립니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문득 창밖의 두 여인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밖을 나가 두 여인에게 말을 겁니다.



영화 <강변호텔>



같은 호텔 다른 방에 있는 여자는 최근 남자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시련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힘들고 아는 언니를 불렀습니다. 아는 언니는 성심성의껏 달래주고 같이 밥도 먹습니다. 잠깐 누워서 잠을 청했고 일어나 보니 밖이 새하얗게 변해 있습니다. 둘은 눈이 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우리를 축복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저 인형 줄 때 정말 빵터짐.


남자는 아들들을 오랜만에 만난 듯합니다. 하는 이야기인즉슨 요새 자꾸 밤낮으로 이상한 꿈만 꿈을 꾼다고 말합니다. 그냥 자기가 죽을 것만 같다고 고백합니다.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봐야 할 것 같아서 불렀다고 합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의 예지몽을  꾼 듯합니다.  얼마 전 영정사진도 찍고, 시와 인생, 과거의 고백도 서슴없이 털어놓습니다. 정말 이 남자 죽을 때가 다 된 걸까요?



항상  페르소나가 있는 홍상수 영화



영화 <강변호텔>은 홍상수의 23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제7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기주봉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제56회 히혼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늘 그래왔지만 유독 <밤의 해변에서 혼자>부터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에 끌어들어왔고, 이번 영화는 개인적인 이야기의 정점을 달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사랑'이 주제입니다.


영화 <강변호텔>은 김민희와 여섯 번째 호흡이다


여자가 배신이라 느끼는 이유는 그이가 아내에게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아들들이 왜 우리를 버리고 나갔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네 엄마와는 사랑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미안한 것 때문에 인생은 살 수는 없고, 계속 살 수도 없는 거라고요. 어쩔 수 없이 나는 사랑을 따라가야 하는 사람이라 말합니다. 여자와 남자 모두는 반성이나 죄책감은 없이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남자의 차남은 병수라는 이름의 뜻밖의 스토리에 감복한다


남자는 내심 궁금합니다. 엄마가 내 욕은 안 하더냐고 물어봅니다. 아들들의 입을 통해 듣는 자기 평가는 가혹합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인간으로서 단 하나의 미덕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한 괴물이라고 말이죠. 이렇게 홍상수 감독은 누가 봐도 자신과 자신의 연인 김민희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자기고백, 어쩌면 궤변처럼 들이는 변명입니다. 사랑은 느닷없이 왔다가  불현듯 떠나가는 것처럼, 삶과 죽음도 한 끗 차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치 둘 사이의 과거, 현재, 그리고 어쩌면 있을지 모를 미래에 대한 이야기 같습니다.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두 여자는 천사가 아닐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아름답다'를 난발하는 대사는 연인 김민희에 대한 식지 않은 애정을 과시하는 듯 보였습니다.  영화감독인 아들에 대한 평가에서 '어중간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가 그렇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과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저는 홍상수 감독을 높게 칭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자기 속내를 대한민국에서 솔직하게 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홍상수 감독은  이제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쭉 그럴 것입니다. 마치 길티 플래져를 들켰어도 원래 그런 사람이라 이해하게 만드는  자기 페이즈를 가진 독보적인 감독이니까요.


덧, 강변호텔이 꼭 가보고 싶습니다. 남양주에 있는 호텔 하이마트더군요.  영화를 만들었던 2월처럼 눈 내리는 저 호텔의 뷰와 커피, 순두부찌개는 어떤 맛일까요?



평점: ★★★☆

한 줄 평: 마치 코끼리처럼 죽을 곳을 향해 찾아간 강변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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