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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31. 2019

<어스> 조동필 감독 신작, 알면 알수록 소름 돋는다

© 어스, Us, 2019, 조던 필



<어스>는 데칼코마니 같은 영화입니다. 모든 캐릭터와 상황이 상하를 나눠 일어나는 공포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겟 아웃>의  '조던 필'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을 맡았는데요. 흑인 문제를 넘어 이번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가부장, 국경, 이민자 등 포괄적인 문제로 시야를 확장했습니다. 즉, 공포영화의 탈을 쓰고  미국 문제를 날카롭게 겨냥한 사회비판물이라 봐도 좋습니다.


영화는 많은 상징이 들어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내포된 의미와 소름 끼치는 공포를 느낄 수 있는 TMI 영화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 모른다고 해도 무서운 음악, 효과음, 기괴한 표정, 섬뜩한 이미지로 충분히 공포스러운 116분을 선사합니다.




영화 속 숨겨진 상징을 찾아라!

우연히 해가 좋을 때 찍힌 사진이라지만 11:11이 보인다.



예레미야 11장 11절이 의미하는 바는 완벽한 대칭 세계. 지상과 지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영화는 서로 생각이 연결되어 있는 그림자 같은 도플갱어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영화 초반부 '1,200만 개의 눈과  1억 9,200만 개의 이빨을 가진 자들은 금문교에서 쌍둥이 빌딩까지 뻗어있다.'라는 의미심장한 자막을 떠올려 봐야 합니다.  이렇듯 영화 속 가위는 사람을 해치고 위협하는 무기이면서 잠식한 삶을 끊어 낼 필수 도구기도 하죠.  




예레미야 11절 11장


다시 놀이공원 한 남자가 들고 있던 예레미아 11절 11장으로 돌아가 봅시다.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에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 이란 성경구절로 피할 수 없는 재앙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가족을 숨 막히게 만드는 상황은 11:11분,   11 대 11의 경기, 네 명의 가족이 손을 늘어뜨린 형상 등으로 공포감을 조성하죠.



<어스>는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압권이다


토끼, 가위,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1986년의 핸즈 어크로스 운동의 의미도 알고 있으면 좋습니다.


'핸즈 어크로스 운동'은 빈곤층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된 인간 띠 만들기 캠페인인데요.  좋은 의미로 시작했으나 위선적이고 실패한 캠페인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캠페인을 상기하듯  빨간 옷을 입고 손을 맞잡아 만들어 섬뜩함을 자아냅니다. 흡사 멕시코 국경을 만든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처럼 보이면서도  소외된 사람들의 존재를 알리는 은유로 활용되었습니다.


토끼와 가위가 공포의 대상으로 변한다


토끼와 가위

는  감독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의 대상을 관객도 느끼길 바라는 의미에서 넣었다고 합니다. 토끼는  번식력이 강한 재생산(복제)의 상징이기도 하며 그들의 식량으로 쓰였습니다. 토끼는 귀여운 외형에 가려 가위처럼 생긴 귀의 공포스러움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감독은 마이클 잭슨이야말로 이중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또한 놀이동산에서 하필이면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프린팅 티셔츠를 받는데요. 영화 배경이  80년대인 이유도 있지만 조던 필 감독은 마이클 잭슨이야말로 이중성의  존재라고도 말하기도 했습니다. 스릴러는 이 영화의 장르를 칭하는 단어기도 합니다.



우리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영화는 크게 도플갱어, 그림자, 분신 등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함께 살지 못한 자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우리는 이민자, 난민이라 부르기도 하죠. US는 일차적으로 '우리'를 뜻하지만  우리 그룹에 끼지 못한 사람들을 칭하는 차별적인 단어기도 합니다. 정체가 뭐냐고 묻는 질문에 '우리는 미국인이다'라고 답하는 난센스 답안. 뼛속까지 미국인이 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United States의 이중성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두 가족은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다


이는 놀이공원의 멀리의 숲(귀신의 집)에서 말하는 캐치플레이 '너 자신을 찾으세요'와 일맥상통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모습의 나를 꺼내 사용합니다. 때론 자신을 뛰어넘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비록 그것이 나와 외형까지 닮은  도플갱어, 떼어 내고 싶은 몬스터일지라도 말이죠.  괴물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고,  그  모습을 똑바로 직시하는 사람만이 살아갈아갈 수 있는  미친  세상인 거죠.



영화 <어스>


기괴한 음악, 섬뜩한 표정,  모든 배우들의 1인 2역과  적절히 치고 빠질 줄 아는 웃음기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또한 루피타 뇽이 내는  목소리는 경련성 발성 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목소리를 따라 했다고 합니다. 아마 말을 할 줄 알았지만 오랫동안 말을 하지 못했기에 성대 발달에 이상이 생겨 나오는  음성일 것입니다.


덧,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모스'의 도플갱어도  무서웠습니다. 다들 행위 예술하는 사람처럼 이상한 표정과 행동이 자꾸만 곱씹게 만드는 영화더군요.




평점: ★★★★

한 줄 평: 레드가 유일하게 말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이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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