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령 Apr 01. 2019

<아틱> 이것은 고문인가, 영화인가..

유튜버가 칸에갔다!

© 아틱, Arctic, 2017, 조 페나



영화 보는 내내 너무 추웠어요. 영화관이 추웠던 건지, 영화 때문인지 알 수가 없지만. 이 영화는 올여름에 다시 꺼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폭염 때 보면 딱 시원해질 영화입니다. 배경이 북극일 뿐만 아니라 서스펜스를 가지고 있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거든요. 영화의 제목은 '매즈 미켈슨'의 하드캐리, 영화 <아틱>입니다.


고문인지, 영화인지..


한 남자가 익숙한 듯 설원을 누비고 다닙니다. 며칠 째인 지 몇 달 째인지 알 수 없지만 비행기가 추락했고, 언젠가는 구조될 거란 실마리를 품고 있습니다. 추락한 이유, 주인공은 뭐 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가슴에 새겨진 이름표로 간신히 그의 이름 '오버가드(매즈 미켈슨)'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오버가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무전을 치고, 송어를 잡아 회 쳐 먹고, 조금씩 나가 지형을 탐색합니다. 그러던 중 어떤 신호가 잡혔고 바람 앞의 등불처럼 헬기를 만나게 되죠. 하지만 헬기는 눈 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이내 추락하고.. 극적으로 헬기에서 부상당한 생존자를 만납니다. 이름도 몰라, 말도 통하지 않는 그녀를 은신처에 데리고 온 오버가드는 누구보다 극진히 그녀를 돌봅니다.




조난자가 조난자를 돕는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영화는 혈혈단신으로 기나긴 북극 생존을 해온 오버가드가 생존자를 만나면서 점점 더 흥미로워집니다.  혼자 버티기도 어려운 추위 속 그를 더욱 힘들게 했던 건 따스한 사람의 온기였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사람. <아틱>은  대자연 속에서 한낱 먼지와도 같은 인간의 존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사회적인 동물임을 재차 확인하는 듯하죠.



영화 등장인물, 남자, 여자, 곰.. 그리고 눈.. 눈.. 눈


너무 홀로 오래 있었고 생명의 따스함이 그리웠을 겁니다. 그동안 너무 멀어 갈 엄두를 못 냈던 기지를 가보려 합니다.  아픈 그녀를 살리기 위해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임시 기지를 찾아 떠나는 오버가드. 차라리 극심한 더위와 습기, 벌레와 싸우는 정글 조난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얼어붙어 그 무엇도 살아가지 못하는 북극의 조난은  죽음이란 단어와 가까워 보였으니까요.




타인의 온기를 오롯이  느껴본 적 있는가,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의 접촉을 혐오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오버가드 앞에 나타난 그녀는 애물단지가 아닌 희망의 선물이었습니다. 삶의 의지뿐만 아니라  휴머니즘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는 안내자 같았고, 그녀를 잠시 안아주는 장면은 얼음장 같이 얼었던 감성을 깨우는 따스함이될 것 입니다.



이 중심에는 오버가드를 연기한 믿고 보는 '매즈 미켈슨'이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장르에서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매즈 미켈슨은 이번 영화에서 혼자 모든 것을 이끌어가며 표정, 몸짓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대사가 많지 않은 대신 온몸으로 말하는 언어는 관객을 충분히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 분에게 초고추장을 드리고 싶었다



정말 고문과 놀라움의 98분이었습니다. 주제성, 연출력, 미장센, 그리고 감동.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마무리가 이 영화의 미덕입니다. 주인공의 과거 회상신이나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매즈 미켈슨 자체가 이 영화인 하드캐리! 절제된 사운드와 설원, 그의 연기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힘들고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이 영화가 큰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힘든다는 말은 핑계였고,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요. 열심히 살아야겠단 불타는 의지를 갖는 영화입니다.


영화 <아틱



덧,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문이 듭니다. 과연 오버가드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극한상황에서 생존할 다양한 방법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오버가드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녀는 과연 안전하게 치료받았을까?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저.. 많이 울었습니다.







<캐스트 어웨이>-무인도에 갇힌다면.. 그리고 윌슨이 있어 살아갈 수 있었던 의지.

<정글>- 정글에서 조난 당한 남자의 생존기. 해리 포터가 정글에 간다면..

<그래비티>-무인도, 정글, 북극을 넘어 이번엔 우주다! 한 여성의 지구 귀환기.




평점: ★★★★☆

한 줄 평: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에서 만나는 가장 따스함.






매거진의 이전글 <원 네이션> 이 배우들을 가지고 대체 무슨 짓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