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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04. 2019

<나의 작은 시인에게>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 나의 작은 시인에게, The Kindergarten Teacher, 2018, 사라 코랑겔로





"시()는 기쁨에서 시작해서 지혜로 끝난다."

-로버트 프로스트-


'시'란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행위입니다. 마음을 열고 호기심과 성찰을 행한다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사(매기 질렌할)는 시를 짓기 버거웠습니다. 시인이 되고 싶고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지만 또한 시적 열망을 꿈꾸는 사람이었죠. 시를 배우는 곳에서는 평범하다는 질책을 받기 일쑤였고 실력이 늘지 않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상냥한 선생님아자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는 중년 여성 리사도 그토록 바라던 예술적 재능은 갖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일상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고, 예술이 자신을 구원해줄 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문득 시가 떠오르면 넌 시를 읊고, 난 받아 적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가르치던 다섯 살 아이 지미(파커 세바크)에게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합니다. 아니는 그냥 시가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리사는 아이의 예술적 기질을 세상에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힙니다. 영화가 따스한 드라마의 성격을 보이다가 돌변하는 기점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르치던 다섯 살 아이 지미(파커 세바크)에게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합니다. 아니는 그냥 시가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리사는 아이의 예술적 기질을 세상에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힙니다. 영화가 따스한 드라마의 성격을 보이다가 돌변하는 기점이 바로 이곳입니다.




오랜만의 매기 질렌할,  미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다섯 살 아이의 재능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게 됩니다. 훔친 시로 인정받고, 일말의 자신감도 생깁니다. 그렇게 리사는  아무와도 나눌 수 없던 예술적 충만, 지적 교감을  다섯 살 아이와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마치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은 그토록 바라지만 하지 못하는 일을 자판기 누르듯 해결하는 천재성에 잠시 질투가 납니다.


지미의 재능을 발견한 리사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예술적 '감수성'을 발견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치 물 흐르듯 흘러가 끝내 사라지고 말지도 모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담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그냥 흘려버렸을까요? 어쩌면 리사는 부러움과 시기,  아이의 천재성을 키워 주어야겠다는 갈등과 싸워야만 했을 겁니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오랜만의 '메기 질렌할'을 단독으로 볼 수 있어 좋았고, 연기 또한 믿고 봐도 됩니다! 사소한 시작이 점차 걷잡을 수 없이 치닫습니다.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러닝타임이 이 영화가 드라마인지, 스릴러인지 장르를 혼동케 합니다.  따스했던 유치원 선생님이 점점 아이에게 집착하는 모습, 그리고 무너지는 등을 오랫동안 쓸어주고 싶었습니다.


시 자판기이자  작은 시인 '지미'


무엇보다 어디서 이런 아이가 왔는지 지미 역인 아이의 눈망울이 꽤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였습니다. 그림을 그리다가도 축구를 하다가도 갑자기 앞으로 뒤로 흔들며 시를 뱉어내는 괴물 같은 재능.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의 충격도 금방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가능성은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작은 가능성도  금방 알아봐 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잔인할 리만큼 무관심한 태도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따스한 색감이 주는 안정감에 넋을 두고 봤다가는 후반부 당신의 뒤통수를 칠지도 모른다


영화는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새롭게  재해석했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시선처럼, '시'와 함께한  동상이몽(同床理夢)을  영화로 느껴보길 바랍니다. 또한 지미가 읊는 시 「애나」와 「황소」 등 시가 주는 깊이와 통찰력, 언어유희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덧,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이스라엘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영화 <시인 요아브>를 원작으로 하며, '사라 코랑겔로'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각색,  매기 질렌할의 미친 연기로 따스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여성의 복잡 미묘한 심리가 압권인 영화다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4월 4일 오늘 개봉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따스히 녹여냈다가도 단숨에 폐부를 찌른 서늘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매기 질렌할의  연기를 놓치지 마세요!





평점: ★★★★

 한 줄 평: I have a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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