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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07. 2019

<선희와 슬기> 매번 모습을 바꾸는 현대인의 슬픈 초상

© 선희와 슬기, Second Life, 2018, 박영주



<선희와 슬기>는 단편 <1킬로그램>으로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된 박영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선희는 고2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무관심한 부모님에 지쳐가고 있는, 특별히 친한 친구가 없는 이른바 은따입니다. 어느 날 들어가고 싶은 무리가 생겼고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합니다.  선희는 일반적으로 부와 명예를 위해 거짓말하는 상황과는 다릅니다.



영화 <선희와 슬기>


처음에는 그럴듯한 사소한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점점 집착이 되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눈치챈 친구들은 또다시 선희를 밀어냅니다.  친구가 미운 선희는 작은 장난을 칩니다. 아마 선생님을 빌어 벌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보다 인기가 많은 아이에 대한 질투일 수도 있겠죠.  그 장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친구를 해하게 됩니다.  


죄책감을 느낀 선희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오게 되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모범생 슬기. 뭐든지 잘하고 말 잘 듣는 말썽 없는 철저한 인사이더. 아웃사이더였던 선희는 없고 뭐든 잘하는 선망의 대상 슬기만 있습니다.



부모님의 따스한 보살핌이 있었더라면..


선희와 슬기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 캐릭터입니다. 학교, 가정, 회사 등에서 때마다 다른 모습을 꺼내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박주영 감독은 선희와 슬기 캐릭터를 실제 학창시절 친구의 모습에서 착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포장하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고, 이들은 인정 욕구 때문에 거짓말을 멈출 수 없다고 합니다. 이들은 닮고 싶어 하는 이의 삶을 살고 싶어하고 타인의 인정이 우선입니다. 애정결핍인지, 자기  환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여중, 여고 나온 사람은 공감할 캐릭터. 이런애 꼭 있음


선희와 슬기는 누군가의 관심받고 싶고, 좋아요수를 늘리고 싶어 거짓말을 일삼는 현대인과도 닮았습니다. 가끔은 진짜 모습을 잃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착한 아이의 모습, 반듯한 회사원,  남부러울 것 없는 아이 등  사회와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기 바쁜 내가 있을 뿐입니다.


영화 <선희와 슬기>


어둡고, 숨기고 싶은 부분은 드러내지 않고 자꾸만 감춥니다. 거짓말, 허언증은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매일 여러 개의 가면을 돌려쓰며 마주한 관계에서 과연 진실은 존재할까요?  선희는 과연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요? 영화의 충격적인 결말이자 반전은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안타까웠던  이중적인 인생이 참말로 씁쓸하게 다가왔던 영화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마지막 장면이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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