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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07. 2019

<오늘도 평화로운> 150만 원의 영감과 바꾼 영화

내가 백승기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

© 오늘도 평화로운 , Super Margin, 2019, 백승기


영화 <오늘도 평화로운>은 인천이 낳고 부천이 키운 BIFAN의 '자비에 놀란', 백승기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천만 원이라는 제작비로 만들어 낸 영화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죠. 감독은 전작 <시발, 놈>의 이벤트로 다음 영화의 배역을 모집했고, 성사된 캐스팅을 위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고합니다. 한 마디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영화를 만들어가는 기획형 영화인 셈. 그 결과는 옥상씬의 난투극에서 폭발합니다.


마계인천 ㅋㅋ 감독은 늘 인천에서 영화를 제작한다


영화감독 지망생 영준(손이용)은 한가한 카페에 앉아 사과 그림이 그려진 노트북으로 작업하며 에스프레소를 먹는 게 꿈입니다. 막노동을 하며 번 돈을 모아 중고나라에서 맥북을 150만 원에 구입하려 했지만 이내 사기임을 알게 되죠.  그 후 영준은 중국으로 직접 사기꾼을 잡으러 갑니다. 백승기 감독은 마치 한풀이를 하듯  복수를 꿈꾸는 얼토당토않은 스토리로 또 한 번 영화계의 반란을 꿈꿉니다.



<아저씨>, <올드보이>, <해바라기>, <테이큰> 등 패러디 장면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들이 뭐라하든  <숫호구>,<시발, 놈>까지 C급 감성을 고수하며 팬덤을 키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반영했습니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 길티 플래져, 카타르시스까지. 소위 먹히는 소재를 뻔뻔하고, 황당하며, 엉성하고, 능청스럽게 재해석했습니다.


철 지난 패러디와 슬랩스틱 코미디, 사자성어 말장난이 난무하는 영화는 초반 20분을 버티는 자에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영준이 중국 워킹홀리데이 팀을 쫓아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시점. 누가 봐도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원테이크-패닝(카메라를 좌우로 돌리는 것)으로 잡아냈습니다. 제작비의 한계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정체성을 반영한 빛나는 장면입니다.



후반부 옥상 난투극이 백미


백승기 감독은 황당하고, 골 때리는 키치적 스타일로 충성 관객의 만족도 높은 영화로 찾아왔습니다. 작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3회차 매진이란 기염을 토하며 저 또한 응원차 관람했습니다. 처음 백승기 감독의 <숫호구>를 관람했을 때의 황당함과 재미를 잊지 못해서입니다. 아마 세상에는 백승기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 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영화 <오늘도 평화로운>


영화 만들기라는 높은 진입장벽을 '누구나 하고자 한다면!'이란 실천으로 옮긴 백승기 감독의  150만 원어치 경험은 배 이상의 값어치로 되돌아왔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은 경험만큼 값진 소재는 없음을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꾸준한 C급 장르의 재미, 페르소나 손이용 배우와의 찰진 호흡을 기대합니다. 이번엔 또 어떤 신선함으로 돌아올까요? 그렇게 네 번째 장편영화를 염원하는 바입니다. 감독님, 다음 영화에서 또 만나요! 제발!!




평점: ★★★


한 줄 평 : 영화라는 기발한 상상력! 한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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