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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ug 10. 2018

<목격자>'방관자 효과'의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 목격자 / 조규장


상반기 극장가 다크호스를 노리고 있는 NEW 배급사의 스릴러 <목격자>. <숨바꼭질>을 연상케하는 아파트 스릴러의 한 장르로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무관심에 호소하는 영화 같기도 했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중반부터 정말 산으로 갑니다.


말장난이 아니고요. 오프닝이 산에서부터 시작하더니 결말도 산에서 끝.  가진 거라곤 아파트 대출금 밖에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 자연재해 덕에 영웅 된 무던히도 교훈적인 이야기더군요.


다수의 무관심, 피해자는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다!





'살려주세요!'라는 한밤중의 비명.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밖이 훤히 보이는 주차장. 그곳에서 무자비하게 살해된 한 여성을 목격한 '상훈(이성민)'은 막 신고를 하려던 순간, 층수를 세는 그놈(곽시양)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 후 범인이 내 얼굴을 봤다는 두려움에 신고를 망설이게 되고, 다음 타깃이 되어  가족들까지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영화 <목격자>는 다수의 사람이 있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는 이른바 '방관자 효과' 전문용어로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제노비스 신드롬'은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새벽.  미국 퀸즈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티키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에게 찔려 살해되는 약 35분 동안 벌어진 사건을 목격한 38명이 무방비로 보고만 있었던 사건인데요. 누군가가 도와줄 거란 '책임감 분산' 상황이 악화시킨 실화입니다.





일부 목격자들은 여자의 비명을 듣고 창밖을 내다 보긴 했지만 살인 사건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나 대신 누군가는 경찰을 불었을 거라 생각해 비극을 자초한 사건입니다. 이후 사건은 뉴욕타임스에 의해 과장되었다며,  반박 논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냉담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죠.

이처럼 <목격자> 이야기 또한 책임을 미루고, 살인사건에 굳이 연관되고 싶지 않아 하는 현대인의 양심과 많이 닮았습니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척해야 살 수 있는 세상




이를 2018년 한국 사회로 옮겨와 무관심, 집단의 이기심, 집값 걱정의 삼박자가 섞여 영화 <목격자>의 공포를 조장합니다. 네모난 아파트는 빽빽하게  모여 살지만 각자 집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난 들 신경 쓰지 않는 단절된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매개체죠. 겉은 멀쩡 해 보일지 몰라도 속이 썩어버린 심각성을 영화는  숨 막히는 스릴러 장르로 풀어 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스릴러로 접근하면 사실 무섭거나 섬뜩하다기 보다 웃음이 나는 영화였습니다만. 좀 더 조목조목 따져본다면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 몇몇 장면들은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특정 사건을 떠오르게 했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며.  상훈의 죄책감과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즉 양심에 호소하는 영화기도 합니다. 또한 착한 사마리아인 법,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법 제도에 관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 동내에 출몰할지도 모를 살인마 보다 더 무서운 건 집값 떨어질까 봐 쉬쉬하는 주민들의 단결력이었습니다. 경찰의 협조에 똘똘 뭉처 모르쇠로 일관하고, 각서까지 써가며 집값을 지키고자 했던 집단 이기심. 이토록 한국 사회는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보다 시궁창 같은 현실도 당장 살아내야만 하는 삶이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별점: ★★★☆☆
한 줄 평: 보고도 입을 다문다면 언젠가 당신에게 돌아올 날선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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