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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12. 2019

<천국보다 낯선> 환영받지 못한자 천국은 없다

'짐 자무쉬'를 알린작품



미국 독립영화의 자존심 '짐 자무쉬'의 이름을 알린  <천국보다 낯선>은 청춘영화이자, 로드 무비입니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여행을 동행하다 보면 미국의 민낯을 함께 할 수 있죠. 절대로 위로 올라올 수 없는 하층민, 이민자, 가난한 청춘은 뉴욕에서, 클리블랜드, 플로리다로 옮겨가지만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좁디 좁은 방구석의 청춘은 어딘지 모르게 애잔하다



'짐 자무쉬'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했습니다. 특별한 내러티브가 존재하지는 않는 듯한 무심함. 싱거워 보이기까지 한 무료한 세 청년의 하루가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하지만 짐 자무쉬는 느슨한 듯 보이는 플롯을 통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 '아메리칸드림'의 패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흑백 화면, 고정된 카메라와 롱테이크,  거듭되는 암전은 몰입감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더독하고 희망 없음을 더해 줍니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진짜 현실을 쫓는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는 듯합니다.



에바는 미국에 대한 동경으로 이 곳에 왔다



신세계:

 헝가리 출신 윌리(존 루리)가 뉴욕에 있고 사촌 에바(에스터 발린드)가 열흘간 묵습니다. 윌리는 사실 에바가 걸리적거립니다. 윌리는 에바에게 리는 이름도 바꾸고, 영어만 쓰며,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풋볼 경기를 보는 등. 에바에게 자신의 철저한 미국식 생활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열흘이 지났고, 막상 떠날 때가 되니 아쉽습니다. 윌리는 에바를 위해 미국에서 유행하는 드레스를 선물하지만 에바는 맘에 들지 않죠. 선물해 준 사람의 성의를 봐서 입고는 있지만 떠나는 날 옷을 벗어 휴지통에 버립니다. 누구도 나를 바꿀 수 없다는 듯. 에바가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듣는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노래 〈I Put a Spell on You〉는 <천국보다 낯선>의 메인 테마곡입니다.



클리브렌트에 와서도 천국은 찾지 못한다



1년 후 :

도박에서 윌리와 에디는 돈을 땁니다.  두 한량은 갑자기 에바가 있는 도시로 떠나볼까 합니다. 그때 비추는 차창 밖은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고발하듯 황량하고 차갑습니다. 클리블렌트에 당도한 두 사람은 근처 핫도그 가게에서 일하는 에바와 재회합니다. 미국에 대한 동경을 품고 온 에바는 뉴욕의 생활에 실망하고 클리블랜드로 떠나지만  또 다른 하류인생일 뿐이었죠.  그렇게 셋은 일 년 만에 만났고 플로리다로 여행을 떠납니다. 드디어 천국을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휴양지 플로리다도 황량함 그 자체다



천국:

 하지만 막상  플로리다는 생각했던 것과 다랐습니다. 이 셋을 반겨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듯합니다. 윌리와 에디는 에바를 두고 개경주에 갔습니다. 그 사이 에바는 무료한 시간을 보냈고 돌아온 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화를 냈죠. 사실 윌리와 에디는 돈을 다 잃었고 이 여행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에바는 밖으로 나갔고, 엉뚱한 일이 생기며 큰돈이 생깁니다. 에바는 쪽지를 남긴 채 공항으로 떠났지만, 남아 있는 티켓이라곤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한편 이 사실을 안 윌리는 에바가 헝가리행 비행기를 타고 갔을 거라며 급하게 비행기를 탑니다. 이렇게 셋은 뿔뿔히 흩어지고 말죠. 영화는 중간중간 피식거리게하는 코미디와 엉뚱함, 허무함이 전반적으로 깔려있습니다. 인생은 일희일비한 거니까요.



영화 <천국보다 낯선>은 초기작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미학적, 연출적인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4월 아트나인 기획전 '짐 자무쉬'전에서는 4월 한 달간 매주 화요일 8시 'GET9'이란 이름으로 상영합니다. 짐 자무시의 작품들과 영화로운 4월 보내길 바랍니다.






평점: ★★★★

한 줄 평: 어디에도 없는 신세계 그리고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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