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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12. 2019

<퍼스트 리폼드> 썩어 빠진 세상에 오직 사랑만이

©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 2017, 폴 슈레이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에단 호크'인생 연기라는 호평을 들은 바 있는 <퍼스트 리폼드>. 영화는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등  최고의 각본가에서 감독으로 분한 '폴 슈레이더'감독의 신작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저평가된 영화 중 하나이며,  잔잔하던 마음의 동심원이  커져 출렁이는 파도처럼 요동치는 영화입니다.



에단 호크의 성직자 변신이 압권이다


'톨러 목사(에단 호크)'가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형식으로 12개월 동안 일기를 쓰면서 시작합니다. 일기는 목사의 일상 기록이자 간증, 신에 대한 물음 같은 것들로 채워집니다. 12개월간 종이와 펜으로만 쓸 것이며,  수정은 없고 쓰고 나서는 없애버릴 것이라며 다짐한 상태죠.


어느 날, 교회에 예배 온 부부 중 부인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남편과 상담을 요청합니다.  이에 응한 롤러는 남편 마이클과 만납니다. 이야기를 해본바 마이클은 급진적인 환경운동가로 이런 세상엔  미래가 없다며 매우 부정적인 시각의 사람이었습니다. 임신한 메리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말하고 세계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마이클이 톨러를 지목한 이유는 개인적인 아픔의 공감과  존경이며  자신이 하지 못한일을 이어줄 것이라 믿었을 것입니다.


톨러는 사실 종군목사 집안 출신입니다.  신념 때문에 아들을 이라크에 파병했지만 6개월 만에 주검으로 맞이합니다. 이어 부인과 이혼했고, 현재는 풍성한 교회에서 마련해준 '퍼스트 리폼드' 주목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죠. 그러니까 풍성한 교회는 톨러의 은혜 같은 교회고, 퍼스트 리폼드는 풍성한 교회를 더 빛나게 만드는 전리품 중 하나입니다.  고로 서부 개척 시기 세워진 역사적 의미의 교회일 뿐, 현재는 관광 명소가 되어버린 상징적인 곳이라 할 수 있죠.


종교 영화에서 뜬금없이 환경 이야기를 한다



풍성한 교회는 이 지역에서 명망 있는  교회입니다. 많은 신도수를 자랑하며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교회입니다. 반면 퍼스트 리폼드는  1767년에 지어져 보수를 통해 올해 250주년 재봉헌식을 준비하고 있는 교회입니다.  이 도시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일종의 박물관 같은 곳입니다.


마른 장작처럼 금방 타버릴 것 같은 메마른 심상을 갖고 있던 톨러는  마이클과 메리 부부를 만난 후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경건한  일상에 찾아온 마이클은 환경문제와 종교 문제가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마치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면 희망도 없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고요하고 정적이던 톨러의 삶은 또 다른 선택을 예고합니다.  모든 보존은 창조활동이며 인간은  창조에 기여한다고 서서히 생각이 변하게 됩니다.




신은 답을 쉬이 주지 않는다


영화는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눈을 조금만 확장하면 세상 전체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환경오염 문제를 처음으로 깨달았다는 에너지 기업 '바크 에너지'는 사실 환경오염의 주범이었습니다. 하지만 풍성한 교회와 결탁하면서 이미지 세탁, 주(州)와 결합하며 파이를 키웠을 것이고 이윤을 남길 수 있었겠죠.



바크 에너지의 후원을 받는 풍성한 교회는 작은 교회 퍼스트 리폼드를 후원하는 피라미드 구조를 알게 된  톨러는 신념에 금이 가게  됩니다. 이로써 영화는 환경문제, 종교 문제, 자본주의, 그리고 삶과 사랑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쏟아내며 관객에게 질문할 거리를 던집니다.


영화 <퍼스트 리폼드>


영화 <퍼스트 리폼드>는 4:3 비율을 통해 인물간 심리에 집중하게 합니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파벨 포리코브스키'감독의 <이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는데요. 유난히 정면샷이 많아 에단 호크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메리와 톨러가 합쳐지는 마지막 장면은 정신과 몸의 합일을 이루며 자연, 지구, 나아가 우주의 기운을 품어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장면입니다.  사실 그 장면의 해석은 감독의 의도인지, 대우주와 소우주인 인간의 불협화음인지, 신(神)의 영역을 넘을 수 없다는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요.  영화 <퍼스트 리폼드>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퍼스트 리폼드>는 여러 해석이 난무하는 영화다



그리고 결말 부는 썩어빠진 세상에 시한부 성직자가 자신을 희생해 던지는 경고의 불발.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사랑을 택한 결말은 어쩌면 예수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톨러는 250년간 퍼스트 리폼드를 거쳐간 성직자 중 진정한 개보수(Reformed)를 이룬 최초의 (first) 사람, 쩌면 그 이상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겁니다.  톨러는 기도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결국 실천한 , 내부에서 외부로 옮긴 성인이 된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덧, <퍼스트 리폼드>는 <더 랍스터>, <문라이트>, <유전>, <레이디 버드>를 제작. 배급한 A24의 작품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신은 답을 주지 않는다, 어리석은 인간만이 답을 찾으려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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