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과 전자책,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유럽 문화의 주역이자 예술의 나라 '프랑스'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이런 설전을 벌일 줄은 몰랐습니다. 누구나 '예스'를 외칠 때 계속해서 '노'를 고집하던 프랑스가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의 바람에 무장 해체되었으니까요. 영화 <논-픽션>은 '올리비에 아사야스'감독의 신작으로 전자책과 종이책,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오가는 본격 토론 영화입니다.
'알랭(기욤 까네)'은 전통 있는 출판사의 편집장입니다. 친구이자 작가 '레오나르(빈센트 맥케인)'를 만나 사심 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죠. 글은 이미 죽었고, 권위도 내려놓을지 오래, 출처도 알 수 없는 가짜 뉴스가 판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인터넷에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읽는다는 변화를 주제로 논쟁 중 입니다.
또한,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그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푸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과연 140자 하이쿠 트위터나 문자, 블로그 포스팅, 이메일은 문학이 아닐까 맞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미래학자조차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이어 작가와 편집자의 대화도 이어집니다. 자전적인 소설이라도 윤리성은 있어야합니다. (누구나 알만한) 실명을 약간만 각색한다면 허구가 되는 걸까요? 누가 당신의 인생을 글로 써 돈벌이화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자기분석을 핑계로 남의 인생을 그대로 가져다 써도 되는 걸까요? 영화는 알랭의 출판 거절을 통해 작가적 도덕성을 꼬집고 있습니다.
편집장 알랭은 디지털 마케터 '로르(크리스티나 테렛)'와도 설전 중입니다. 종이 책과 비교도 할 수 없이 저렴한 가격, 킨들(리더기)하나에 수백 개의 책을 넣고 다닐 수 있는 휴대성 등. 이 매력적인 전자책을 들여놓으셔야 한다는 주장이 오고 가는 날선 자리. 비평가와의 비싼 점심보다 독자의 댓글 하나가 더 값어치 있다는 말은, 자만과 권위에 빠진 평론보다 취향을 분석해주는 알고리듬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대세는 감성이고, (허수이든, 조작되었든) 추천수와 트윗수, 팔로워 수가 높은 인플루언서는 이제 모셔야 할 VIP가 되었으니까요.
로르는 출판시장의 전자화가 악마의 출현이 아닌 유토피아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이제 도서관은 책 창고일 뿐, 글은 가상현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 거란 예측입니다. 관습과 개념을 파괴할 때 자유가 생기고 인류의 유산인 책을 오래도록 사유할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주장, 어째 동의하시나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려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책은 흔히 예술이라고 하지만 팔려야 예술인지 아닌지를 평가받을 수 있고, 가감 없는 비평도 존중할 때 끊임없는 변화에 편승할 수 있습니다. 이제 대중의 생각과 말에 귀 기울여야 하며 눈과 귀를 닫는다면 사장되고야 맙니다.
영화 <논-픽션>은 언제 어디서나 토론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지적 대화, 쿨한 관계를 가감 없이 다루고 있습니다. 전자신문이 나왔을 때 종이 신문, 잡지는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E-북이 활성 되자 더 이상 종이책을 팔리지 않을 거라 말했죠. 시장이 작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책을 읽고 지면을 봅니다. 그리고 글도 씁니다. 리더기, 스마트폰, 태플릿으로 읽고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트위터,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쓰는 변화된 형태지만 말이죠. 정보는 넘쳐나지만 자기 영역 내 관심 있는 분야만 골라 읽을 뿐 실제 온도와 체감 온도는 다르다는 논리도 폅니다.
"이제는 책과 조용히 헤어질 수 있어!"
인터넷은 혁명과도 같았습니다. 인터넷은 PC를 떠나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었습니다. 물론 독서 시장, 독자, 플랫폼의 변화를 가져왔죠. 영화는 21세기 형 출판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며, 진짜와 가짜가 판치는 인터넷의 장단점도 논하고자 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모든 분야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주제이며, 글쓰기와 출판에 대한 진부한 생각에 전환점을 주는 시대 반영적인 영화기도 하죠.
덧, 주인공 '줄리엣 비노쉬'를 향한 감독의 위트와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 <하얀 리본>이 비틀어지는 재미를 느껴보길 바랍니다. 말, 말, 말로 이어지는 프랑스 영화의 지적 스타일을 즐기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아주 그냥 TMI.. 토론이 끝이 없어요!
덧, 주인공 '줄리엣 비노쉬'를 향한 감독의 위트와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 <하얀 리본>이 비틀어지는 재미를 느껴보길 바랍니다. 말, 말, 말로 이어지는 프랑스 영화의 지적 스타일을 즐기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아주 그냥 TMI.. 토론이 끝이 없어요!
평점: ★★★★
한 줄 평: 변화에 대한 생각,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