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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글로리아 벨> 글로리아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

by 장혜령
© 글로리아 벨, Gloria Bell, 2018, 세바스찬 렐리오


이 영화는'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의 <글로리아>를 본인이 리메이크한 버전입니다. 색감과 80년대 OST가 무척 좋은데. 전작 <판타스틱 우먼>의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토리는 감독의 영화 <글로리아>와, 색감과 OST의 매력은 <판타스틱 우먼>과 닮았습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네마페스트 부분에 공식 초청된 영화입니다.



줄리안 무어로 시작해 줄리안 무어로 끝나는 영화다


나이가 들어도 자기 관리에 완벽한 글로리아(줄리언 무어)에게 찾아온 로맨스. 장성한 자식은 엄마에게 기대지 않고 무척이나 독립적입니다. 본인 또한 일이 있는 멋진 중년을 즐기는 중이죠. 그러나 본인은 외롭고, 기대고 싶습니다.


힘들면 엄마에게 이야기하라 에둘러 말하지만 자기 인생 살기 바쁜 자식들은 차갑기만 하죠. 이 나이대 부모들은 '빈 둥지 증후군'을 앓습니다. 자녀가 독립하여 집을 떠난 뒤에 부모나 양육자가 경험하는 슬픔, 외로움과 상실감을 뜻하는데. 글로리아는 댄스장에서 만난 아놀드(존 터루로)에게서 헛헛함을 채우려 합니다.


이혼 12년 만에 사랑받는 느낌입니다. 모두가 외면할 때 오롯이 당신이 필요하다는 간절함. 미치도록 사랑한단 고백부터, 분위기 있는 식사, 사랑의 세레나데 못지않은 시 낭송 등등. 아놀드는 겉으로 보기엔 괜찮은 남자였습니다. 그러나, 겪다 보니 여기저기 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2의 인생을 살아가볼까?



아놀드는 이혼했음에도 전처는 물론이고 두 딸들의 실질적인 부양자였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사실상 분위기 깨는) 걸려오는 전화에 노이로제가 걸릴 판입니다. 게다가 말도 없이 사라지기도 일쑤. 글로리아는 이별을 선택합니다.



글로리아는 누구보다도 외로웠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믿었는데 무너지고 짓밟혔습니다. 내보내면 들어오고 끈질기게 찾아오는 고양이는 그런 글로리아를 돕고자 한 무언의 손짓일지도 모릅니다. 노아의 방주에서 들끓던 쥐 떼를 해결해준 세상의 균형이라는 고양이. 글로리아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밀어내던 고양이를 마침내 받아들입니다.


중년의 삶,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독보적인 하드캐리, 인생은 화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기에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걸 피력하는 듯합니다. '줄리안 무어'로 시작해 '줄리안 무어'로 끝납니다. 인간은 세상에 혼자 왔다가 혼자 돌아갑니다. 글로리아는 종말이 오더라도 춤추며 죽겠단 의지를 지킬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게 인생입니다.



덧, 굳이 자기 영화를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이유가 부족했던 영화였습니다. 7080 나이트에서 들려오면 댄스 곡 들의 향연이 영화의 분위기를 그나마 살려주고 있습니다.




영화: ★★★

한 줄 평: <글로리아> 원형에 <판타스틱 우먼> 색감을 입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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