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갤버스턴>은 배우 '멜라니 로랑'의 연출작이며 '닉 피졸라토'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습니다. '엘르 패닝'과 '벤 포스터'의 조합만으로도 끌리는 영화인데요. 연기뿐만 아니라, 가수, 각본가로도 활동하며 연출의 재능을 입증하는 경우입니다. 이미 12년째 각본가로 활동한 멜라니 로랑은 <갤버스턴>으로 할리우드로 진출했습니다.
<다이빙 : 그녀에 빠지다>를 함께한 '마리아 밸바르드'가 조연으로 나오며, <미스 스티븐스>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릴리 라인하트'까지. 멜라니 로랑의 캐스팅을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기도 합니다.
1988년, 세상과 등지고 사는 남자 '로이(벤 포스터)'는 우연히 소녀 '록키(엘르 패닝)'과 동행합니다. 둘의 공통점은 미래가 없다는 겁니다. 로이는 최근 폐암 진단을 받았고, 믿었던 보스에게 살해 위협을 받아 도망 중입니다. 록키 또한 내 인생은 이미 망가졌다며 될 대로 되라 말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동생 '티파니'까지 합세해 세 사람은 '갤버스턴'에서 짐을 풉니다.
왜 하필 갤버스턴이었을까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로이는 옛 연인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갤버스턴에서 쉬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유독 자신과 닮은 록키에서 희망을 선물하고자 했을까요?
한 번쯤 제대로 살고 싶어 하는 소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괜찮은 어른이 되어보고 싶었을 겁니다. 그냥 그뿐이었을 겁니다. 자신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소녀를 지켜주고 싶은 순수한 의도였겠죠. 하지만 일이 이렇게 꼬일지 누가 알았을까요? 산다는 건 어쩌면, 축복만이 아님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칠지만 묵묵히 소녀를 지켜주려 던 로이에게서 영화 <아저씨>의 냄새가 납니다. 또는 마틸다와 레옹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서로 몰랐던 타인이 만나 위로가 되어주는 이야기야말로 감성과 교감이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입니다.
소녀는 버려질까 봐 무서웠습니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악을 쓰고 버티는 중이었습니다. 산다는 건 태어났다고 그대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이런 소녀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쉽게 잘잘못을 따질 수 없을 겁니다. 이미 망가진 인생이라도 고쳐살면 되는 나이, 그러나 세상은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영화 <갤버스턴>은 서로를 모르던 남성과 소녀가 만나 우정 이상의 감정을 쌓아 동행하는 로드무비입니다. 어릴 적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엘르 패닝, 다양한 작품에서 고정된 이미지 없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 포스터'의 케미스트리가 폭발하는 누아르입니다. 또한 휴양지 갤버스턴의 아름다운 해변과 감각적인 색감, 그림 같았던 록키와 티파니의 분위기도 잊을 수 없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 배우가 연출도 잘하면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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