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성별을 근거로 나를 우대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바라는 건은 하나다. 당신들의 발로 우리 여성들의 목을 더 이상 짓누르지 말아 달라는 것이 전부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하버드 로스쿨 시절과 교수 재임 시절, 그리고 같은 업에 종사하는 남편 마틴과의 사랑을 조망합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철함과 절대 흥분하지 않는 이성은 숙녀다운 태도를 잃지 말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숙녀다운 행실이란 늘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는 의미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분노나 질투 같은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뜻이었지요. 분노에 차서 펄펄 뛰는 건 절대 금물이었고, 노여움과 분노에 휩쌓이거나 충동적으로 맞대응을 하는 건 시간 낭비요, 기력 낭비라 배웠습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남녀 차별 없는 평등한 법을 위해 노력한 존경과 신념의 아이콘입니다. 여자, 아이 엄마, 유대인이라는 완벽한 차별 조건(지금도 다를 바 없지만)을 가졌음에도 부조리에 맞서 두꺼운 유리천장을 깬 사람입니다.
영화는 남녀 차별이 극심하던 1950년대 하버드 로스쿨의 단 2% 여학생으로 출발해, 수석 졸업 후 두 아이를 키우며, 아팠던 남편 마틴(아미 해머)의 수업까지 듣는 바쁜 세월을 보낸 과정을 담습니다.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달랐습니다. 받아주는 로펌조차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럿거스대 로스쿨의 교수로 출발하게 됩니다.
여성은 감정적이라 안되고 너무 똑똑해서도 안된답니다. 여성들은 자신의 총명함을 숨겨야 했습니다. 여성은 신용카드를 남편 명의로 만들어야 했고, 여성 경관은 뉴욕에서 순찰할 수 없었습니다. 여성이 군용 수송기에 타는 것은 불법, 탄광 노동자가 될 수 없었으며, 일리노이주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습니다. 초과 근무를 하더라도 남성처럼 수당을 받지 못했습니다.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꿈은 전문직 남성과 결혼을 최선으로 여기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여성의 차별은 여성조차 차별이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법 제도와 생활 곳곳에 만연했습니다.
이에 굴복하지 않고 긴즈버그는 성차별의 근원을 무너뜨릴 수 있는 남성 역차별 사건을 맡게 됩니다. 바로 '찰스 모리스 사건'인데요. 미혼 남성이라는 이유로 어머니 간병인 보수 세금 신청이 거부당한 사건이자 영화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수많은 사건 중에서도 '찰스 모리스 사건'은 성차별에 의한 차별을 인정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된 역사입니다. 또한 긴즈버그와 남편 마틴이 처음으로 업무 협력을 맺은 순간이기도 하며, 양성평등의 인식을 넓힐 수 있었던 훌륭한 선례가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긴즈버그는 178개 조항에서 성차별에 근거한 합법적 차별이 자행되고 있음을 밝힙니다. 당시 여성이란 단어가 헌법에 나오지 않는 것처럼 자유라는 단어 또한 등장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긴즈버그의 명석함이 빛납니다. 법은 그날의 날씨에 영향받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기후에 맞추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했습니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법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음을 개탄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호소했습니다.
법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면 진정한 평등이 아닙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법이 바뀝니다. 원제 <ON THE BASIS of SEX(성에 기반한 차별)>이 주는 울림과 떨림, 연대의 목소리를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세상은 바뀔 수 있었습니다. 소수자에게 평등한 권리가 모두의 평등한 권리를 의미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평등을 위해 오늘도 자신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평점: ★★☆
한 줄 평: 다큐멘터리가 더 재미가 있는 건 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