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고립된 성에 사는 광기
'셜리 잭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는 '셜리 잭슨'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으며 생전 마지막 작품입니다. 셜리 잭슨은 넷플릭스 [힐 하우스의 유령]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고립된 성, 외부와 차단된 폐쇄성,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 당시 작가는 광장 공포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심리적 상황이 소설에 투영되었기에 광기 어린 고딕 미스터리, 서스펜스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죠.
영화 또 하나의 캐릭터 블랙우드 성
셜리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지식인으로 성장하며 높은 자의식을 가진 여성이었습니다. 결혼해 남편 '스탠리 에드거 하이먼'이 배딩턴 대학교수로 부임하며 '노스 베딩턴'에 살게 됩니다. 거기서 주민과의 마찰이 있었고, 오래된 성의 광기 어린 사람들을 소설 속에서 만들어냅니다. 마을 사람들과 융화되지 못하는 주인공의 불안과 공포가 내가 겪은 듯 생생한 이유죠.
다시 영화로 돌아와봅시다. 영화는 60년대 즈음 아일랜드 더블린. 여전히 성안에서 살아가는 '블랙우드家'의 이야기입니다. '메리캣(타이사 파미가)'이 마을 사람들과 좀 더 소통한다는 점, 언니 '콘스탄스(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는 마을의 남자와 파혼했다는 점 등을 빼고는 원작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각색했다는 점입니다.
메리캣은 매주 화요일 식료품을 사기 위해 마을로 내려간다
6년 전 살인사건에서 살아남은 건 삼촌, 콘스탄스, 메리캣 셋입니다. 집에 현금창고가 있고 돈은 일하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갈 만큼 있습니다. 다만 음식을 만들기 위해 매주 목요일 메리캣이 마을에 나타납니다.
마을 사람들은 블랙우드네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다양한 조롱과 혐오를 내뿜는데 날선 캐릭터의 불안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외부인 찰스가 등장하면서 견고한 성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찰스(세바스찬 스탠)'는 성으로 들어와 권력이 되고자 합니다. 아버지 방에서 아버지의 옷을 착용하고, 아버지 자리에서 식사를 합니다. 사사건건 콘스탄스를 부르며 (이 부분 진짜 짜증) 속박합니다.
세바스찬 스탠의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콘스탄스는 이런 찰스에게 거의 넘어갔지만 메리캣은 쉽지 않죠.'언니를 지켜야 한다', '악의가 다가오고 있다','세상은 못된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라는 또 다른 강박은 블랙우드가를 점차 파멸로 몰아갑니다.
증오는 또 다른 불이었습니다. 이 마을 땅끝까지 묻힌 집단 광기는 화마로 번지고, 시간이 멈춘 채 더 견고해졌습니다. 영화는 고딕풍의 인테리어와 소품, 콘스탄스를 연기한 배우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맙니다.
배우들의 외모가 8할이다
또한 <더넌>에서 언니 '베라 파미가'처럼 호러퀸 자리를 일찍이 낙점한 '타이사 파미가'가 신경질적인 메리캣을 맡았습니다.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배우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버키로 알려진 '세바스찬 스탠'의 등장만으로도 호감도가 상승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영화는 가족 비극, 신경질적인 자매님들. 즉, 여우의 신 포도처럼 저건 맛이 없을 거라 단정하고 마는 아름답고 여린 자매의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겉모습 속에서 보이지 않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잔잔해 보이는 고요한 호수 아래, 썩은 시체, 쓰레기, 욕망 등이 존재하고 있음을요.
원작은 작가 셜리 잭슨이 평생 동안 두려워한 공포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성의 인테리어와 앤틱한 소품, 성에 갇힌 공주 같은 콘스탄스의 매력, 공포와 스릴러가 교차하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길 바랍니다.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평점: ★★★
한 줄 평: 잘 만든 원작의 영화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