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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데드 돈 다이> '짐 자무쉬'가 만든 좀비영화

힙한 레트로풍 좀비

by 장혜령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아시아 프리미어로 '짐 자무쉬'가 만든 좀비영화 <데드 돈 다이>를 봤습니다. 그가 만들면 좀비 영화도 시(詩) 적으로 변합니다. 뱀파이어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처럼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B급 유머의 향연, 끝도 없는 오마주, 패러디, 자기복제는 짐 자무쉬의 영화나 고전, 영화를 많이 알면 알수록 웃을 수 있습니다. 또한 관객과의 벽까지 허무는 대담함도 보입니다.


영화를 많이 알면 알수록 웃을 수 있는 영화


<킬빌>,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스타워즈>, <싸이코>, <드라큐라> , <패터슨> , <반지의 제왕>, 허먼 멜빌의 《모비딕》, 작가 피트 제럴드의 연인 '젤다' 등 적절한 타이밍에 언급되며 폭소, 혹은 피식거리게 합니다. 좀비가 나올 뿐 일상을 소재로 한 깨알 웃음, 엇박자 코드는 계속되니까요. 심히 취향 타는 이상한 좀비 영화입니다.


짐 자무쉬 친분 라인을 확인하는 영화다


평화로운 마을 센터빌. 최근 정부는 무리한 극지대 시추로 지구 자전축에 손상을 받습니다. 지구의 자전축은 조금만 벗어나도 심각한 자연재해 및 지구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데요. 그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동물들의 이상행동, 낮이 길어지고, 핑크 달이 낮게 뜨는가 하면, 시계나 전화는 작동을 멈추고 오직 라디오의 '데드 돈 다이'만 흘러나옵니다. 이 상황까지도 유머로 승화하는데 라디오 주파수는 9.11테러를 연상시킵니다. 영화의 메인 테마곡 '데드 돈 다이'는 '스터길 심슨'이 영화를 위해 직접 만들었습니다.


자전축이 변한 날 시체들이 되살아난다


<데드 돈 다이>의 좀비들은 아마도 지구가 자전축을 벗어나면서 깨어난 듯 보입니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시리, 무선 케이블, 커피, 샤토네이(와인) 등등. 살아있을 때 하던 일을 되풀이하며 중얼거립니다. 이때 와이파이 찾는 좀비, 커피 마시는 좀비 등 폭소를 자아냅니다. 커피 좀비는 '이기 팝'과 '사라 드라이버'입니다.



'짐 자무쉬'는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비추어지길 꺼립니다. 이 영화는 지극히 코미디 영화이며,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 지나치게 기업에 의존하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영화 <데드 돈 다이>



굳이 좀비가 되지 않더라도 욕망에 빠진 인간들은 이미 좀비입니다. 피와 육신 대신 돈과 명예에 굶주린 끝도 없는 탐욕이 증거입니다. 먼지에서 먼지로, 흙에서 흙으로 되살아난 개미 떼처럼. 영혼을 팔아 황금이나 물질을 산 인간들은 종말을 맞을 거라 예견합니다. 영화 내내 끝이 좋지 않을 거란 예감의 피터슨(아담 드라이버)이 수많은 인간들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화 < 데드 돈 다이>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숲속에서 훔쳐본 은둔자 '밥(톰 웨이츠)'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이 완벽해지려면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고 욕심부리지 말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도 잊지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힙한 좀비를 어서 만나봅시다!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평점: ★★★☆

한 줄 평: 짐 자무쉬가 만들면 좀비 영화도 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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