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실과 날실로 직조한 비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비밀은 숨길 수 있다고 믿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언젠가 당신의 목을 조를지 모른다. 제71회 칸영화제 개막작 '아쉬가르 파라디'감독의 <누구나 아는 비밀>이 그것이다. 15년 전 '아쉬가르 파라디'감독이 우연히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다 실종 아동 전단지에서 영감받아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천재 이야기꾼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을 만나보았다.
행복감이 감도는 결혼식 날,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의 딸이 납치된다. 흥겨워야 하는 가족 파티가 순식간에 싸늘해진다. 당황하는 것도 잠시 라우라에게 문자가 온다. 돈을 준비하라는 것. 이제부터 사이좋던 가족이 서로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동네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용의자가 된다.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은 사람은 농장의 근로자였다. 어떤 일이 터지면 가까운 사람, 나보다 못한 사람을 의심하는 게 첫 번째다. 그 화살은 천천히, 그리고 깊게 영역을 넓혀간다.
가족들은 헐값에 땅을 산 파코(하비에르 바르뎀)를 탐탁지 않아 한다. 아버지는 하인의 자식이라며 파코를 의심한다. 30년도 더 된 일을 거들먹거리며 관계는 점점 악화된다. 같이 오지 않은 라우라 남편은 물론이며 납치된 이레네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된다. 화목했던 가족이 지옥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 유난히 겉도는 인물이 있었다. 이 인물의 상황이 초반부 살짝 언급되는데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영화는 어쩌면 파코의 전 재산을 강탈하려는 이 집안의 가족 사기극이 아닐까란 생각까지 들었다. 이 가족의 일원이 아닌 파코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는 모습은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신분의 굴레, 옛 연인에 대한 미련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파코는 영혼과 돈 모두를 탈탈 털린다.
영화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침묵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씨실과 날실로 정교하게 직조한다. 추리물이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범인을 찾게 된다. 스릴과 서스펜스를 가미한 심리전이 백미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다 중후반부 이 사건의 범인을 알게 되었을 때 드는 허탈함이 밀려온다. 영화 속 선악 구도를 명확히 두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은 눈덩이처럼 커져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흔히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고 말하는 사람은 비밀을 누설할 확률이 크다. 역시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 누구나 다 아는 비밀, 당신만 모르던 사실은 뜨거운 뒤통수가 되어 돌아온다.
이란의 대표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를 통해 스페인의 목가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가장 믿어야 할 가족의 날선 신경전과 민낯을 보았다. 어쩌면 우리나라 아침 드라마에서 볼법한 막장 요소가 반갑거나 식상할 수 있겠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의 부부가 이번에는 과거 연인 관계를 연기한다. 두 배우 호흡이 빛나는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은 8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평점: ★★★☆
한 줄 평: 씨실과 날실로 정교하게 직조한 비밀
[브런치 무비패스5] 관람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