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끄적인다

by 장혜령


인터넷 발달은 혁명 그 이상이다. 나같이 두루뭉술한 꿈만 가지고 있던 잔챙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니 말이다. 인터넷의 가상공간은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다. 텍스트와 비트로 만들어진 데이터는 어느 날 인터넷과 전기가 끊긴다면 사라져 버릴 허무함 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위험한 일을 계속하고 있는 나는 계획이 있으나 계획이 없는 출발과 도착을 수없이 반복하는 테스트 위에 있는 건 아닐까.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지식은 극히 편중되었다.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재력이나 교육 수준에 따라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와 성별, 사는 곳, 배움의 길고 짧음을 떠나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오프라인에 있던 정보는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정보의 양은 늘어났지만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정보를 찾는 데부터 어려움이 시작된다.


정보를 정리하고 읽어보고 내 것으로 소화해 재창조하는 일까지 스트레스가 된다. 때문에 원하는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나 혹은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이 선택해주는 정보를 따르게 된다. 정보화시대에 나와 취향이 비슷하거나 원하는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을 따르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고매한 곳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다. 누구나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 영화, 책, 드라마, 만화, 게임 등 문화 전반부터 놀고먹고 마시는 놀이까지도 영향력 있는 사람의 선택은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고효용 콘텐츠가 되고 있다.


내가 쓰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생각이 많다 보니 글을 쓰면서 잡생각을 덜어내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훗날 기억이 흐리해져 생각이 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차선책이기도 하다. 당시 들었던 느낌을 잊고 싶지 않으니까. 결국 내 생각과 감정의 저장소가 글이다. 글은 고로 구원이며 쓰는 인간은 늙지 않는다. 비록 몸은 늙어갈지언정 정신은 오히려 담지를 향해 나아간다.


몇 년을 정보를 모으고 편집해 한 편의 글로 써놓는 일을 해왔다. 때로는 블로그 기자, 블로거, 인플루언서, 작가 등으로 불리며 다양한 곳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쓸 거냐고? 인간은 태어나면서 매일 뭔가를 쓴다. 쓰지 않는다는 일은 지옥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토해내고 다듬어 놔야 뇌용량을 매번 100%로 만들지 않을 테니까.


이제는 내 이야기를 떠들어보고 싶다. 남의 책, 영화 홍보, 남 사는 이야기 말고 나를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 누가 귀 기울여 줄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련다. 나도 그랬듯이.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용기를 얻을지 누가 알겠나. 작가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도 뭔가를 끄적이고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말이다. 인생이란 초콜릿 상자는 열어보기 전까지 무엇이 들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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