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 인간이 되었나
씀: 커피도 인생도 글도 쓰다
쓰다 보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된다
끄적거리다 보면 뭐라도 써진다글쓰기는 구원이다.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줄 때,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낀다. 물론 하루를 반성하는 일기나 내일 할 일을 정리하는 계획,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성장의 밑거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생긴다. 글 쓰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란 느낌. 내가 자라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잘 못 된 일, 잘못한 일, 슬픈 일, 기쁜 일을 기록하고 해소하는 기록 보관소 겸 해우소가 되기 때문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 시원히 욕지거리도 듬뿍 할 수 있다.
나는 왜 쓰는 인간이 되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쓸 수밖에 없다. 커피는 쓰다. 인생도 쓰다. 글도 쓰다. 블로그에 1일 1 포스팅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고정 수입이 없어 매월 유동적이긴 하지만 커피값 정도는 벌고 있다. 물론 더 노력한다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블로그 기자의 장점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믿고 매일 하루 포스팅을 지켜보자. 꾸준히 쓰다 보면 터진다.
어릴 때부터 쓰던 손때 묻은 일기장들
기억을 더듬어 봤다. 나는 언제부터 의식적으로 글을 써왔을까. 모두 비슷한 경험이겠지만 초등학교 일기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때부터 써온 일기장을 보관하고 있다. 보다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때의 나를 관찰할 수 있는 역사서 같아 버릴 수가 없다. 점차 일기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중학교에 가면서 자연스레 사춘기가 왔고, 넘치는 감수성을 친구들과의 펜팔로 충족했다. 교환 일기장, 편지, 다이어리에 참 많이도 빼곡하게 채워갔다.
고등학교에 가면서는 사적인 글쓰기에 더하여 본격 공적인 글쓰기에 도전하게 된다.
시작은 학교 신문동 아리에 가입하게 되면서 말이다. 어설프지만 선배들과 지도교사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취재'라는 것을 했다. 취재란 어렵지 않다. 취재란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알아가기 위한 전반적인 행위를 말한다. 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당시 지하철 안을 꾸민다는 것은 엄청난 이벤트였다. 영화열차를 꾸며 칸마다 다양한 콘셉트로 영화의 분위기를 연출한 열차를 충무로에 타러 갔고 취재해 신문에 발행했다. 처음으로 취재와 지면 신문의 기틀을 잡았다. 무언가 관심사를 탐구하며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며 얻은 정보가 지면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뿌듯함.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며 미디어, 영화, 대중문화 , 작문들을 배웠다. 이론적인 기틀을 만들 수 있던 경험이다. 졸업을 앞둔 4학년 한겨레 신문사 문화사업부에 인턴으로 잠깐 일했다. 여기서는 별다른 글쓰기를 배우지 못했다. 대신 신문사에서 광고를 따내는 일, 신문사 사업기획, 행사 운영, 무엇보다 씨네 21 잡지사가 옆 사무실이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졸업 후 현재.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쓰기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현재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한 편리함도 있지만 부작용도 크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글을 끄적이는 일이 줄어들었다. 일단 일기를 쓰지 않았고, 매년 한 권의 다이어리를 장만하는 일에 무심하게 되었다. 사놓고도 쓰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대신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을 소비하면서 텍스트와 멀어져 갔다. 그날그날을 짧게라도 기록했던 일을 멈추었다. 그랬더니 편리했지만 지나간 날들이 아쉬웠다. 디지털 시대의 폐해였다. 취직해서 먹고사니즘에 앞서고 피곤이라는 핑계로 둘러대기 바빴다. 그러다 씀의 변곡점을 맞게 되었다.
결혼을 통해 본격적으로 쓰는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재미였다. 블로그에 글 쓰면 재능을 발견하고 숨겨진 역량을 확인했다. 매우 만족스럽고 즐거웠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누군가는 몰랐던 정보를 얻었을 수도 있고,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거다. 상업영화를 주로 봤기에 보지 않았을 영화지만 굳이 귀찮게 멀리 있는 극장에 찾아가 의미 있는 영화감상도 했을 수 있다. 이렇게 내가 끄적거린 몇 자에 감동하거나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기쁘다. 그래서 쓰기를 멈출 수 없나 보다. 역시나 나는 쓰는 인간인가 보다. 언제까지 쓸 것인가? 아마 평생이지 않을까.